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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야구

그들이 그렇게 부르짖었던 '목동빨' 넥센 선수들의 홈런 수는 얼마나 줄었나?

넥센 히어로즈의 암흑기와 전성기를 함께했던 목동 야구장은 말년에는 일부 야구팬들에게 '목동 탁구장'이라는 멸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사진 출처 = 넥센 히어로즈 공홈)


  2016시즌을 앞둔 넥센 히어로즈의 운명은 야구팬들에게 있어 비시즌 최대 관심거리 중 하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비시즌동안 가장 많은 것이 바뀐 팀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리그를 평정한 4번타자 박병호와 팀의 부동의 에이스 밴 헤켄이 해외 리그로 진출하고, 공수 양면에서 든든한 활약을 펼쳤던 유한준과 부동의 마무리였던 손승락이 FA로 이적했으며, 불펜의 핵이었던 한현희와 조상우가 부상으로 1년을 쉬게 되었다. 그리고, 8년 간 홈 구장으로 사용했던 목동 야구장을 떠나 고척 야구장으로 떠나게 되었다.


  당시의 넥센 히어로즈는 화끈한 한 방을 앞세운 홈런구단의 이미지도 있었지만, 구장빨로 홈런을 많이 쳤을 뿐인 팀이라는 이미지 또한 존재했다. 일부 야구팬들은 목동 야구장을 목동 탁구장이라고, 목동 야구장에서 나오는 홈런은 목런이라고 부르며 비하했다. 목동 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며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홈런왕과 타점왕을 석권했던 박병호는 '목황상제'라는 좋아해야 할 지 애매한 별명을 얻기도 했으며, 강정호가 떠난 후 넥센 히어로즈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차지함과 동시에 신인왕, 골든글러브 경쟁을 벌였던 '괴물같은 신인' 김하성 또한 '홈구장이 목동임을 감안해야만 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런 넥센 히어로즈가 2016년부터 목동 야구장을 떠나 고척 스카이돔으로 홈구장을 옮기게 됐으니, 비시즌에 팬들 사이에서 최대 관심거리 중 하나가 되는 것은 당연했다. 개중에는 넥센 히어로즈 선수들의 홈런 수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현재, 넥센 히어로즈가 고척 스카이돔을 홈 구장으로 사용한 지도 어느덧 2년이 지났다. 지난 2년 간, 넥센 히어로즈 선수들의 홈런 수는 어떻게 변했을까? '목동빨'이라고 비하받던 선수들의 홈런 수는 정말 거품이 드러났을까?




좌측부터 차례대로 2015년, 2016년, 2017년 넥센 히어로즈 선수들의 홈런 개수. 홈런 수가 크게 줄어든 선수는 없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목동빨로 거품이 덕지덕지 껴있던 거였네'라고 평가할만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2015년 19개의 홈런을 쳤던 김하성은 홈구장을 옮긴 2016년에는 20홈런을 달성했고, 2017년에는 한 층 더 발전해 4번 타자로 출장하며 23개의 홈런을 쳐냈다. 김민성은 2017년에는 시즌 후반에 극심한 부진을 겪으며 15홈런에 그치긴 했으나, 2016년에는 15년보다 더 많은 홈런(16->17)을 쳐내며 역시 목동빨로 홈런을 쳤던 3루수가 아님을 증명해보였다. 윤석민은 16시즌에 잦은 부상으로 인해 15년보다 더 적은 경기, 적은 타석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홈런수는 오히려 더 늘었다(14->19).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 홈런 수는 50개가 조금 넘게 줄었는데(203->134->141), 이는 리그 최고의 홈런타자였던 박병호의 부재, 그리고 외인 타자의 시즌 홈런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당연하지만, 넥센 히어로즈가 지난 2년 간 고척 스카이돔을 홈으로 사용하면서 김민성, 김하성의 홈런 수가 목동 빨이었다느니 따위의 이야기는 조용히 사라졌다. 




기자님들이야 이런 기사가 조회수 잘 나오니 그렇다고 쳐도, 그린야갤 댓글창 터줏대감들은 지난 2년 간 야구 보며 느낀 게 없나보다.



  과거에 OBS에서 SK 와이번스 선수들의 모습을 담아냈던 프로그램 '불타는 그라운드'에서 이진영(現 kt)선수가 했던 말이 있다. "재상아, 야구는 잘 하는 사람이 잘해." 홈런도 잘 치는 선수들이 잘 친다. 못 치는 선수들은 어쩌다 한 두번씩 '구장빨'을 받아 넘길 수 있다고 쳐도, 그 구장빨을 받는다고 해서 10홈런 초반 칠 선수가 20홈런 가까이 치거나 그렇지는 않는다. MLB의 쿠어스 필드는 정말 구장빨이 엄청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KBO에서는 그렇다. 목동 야구장은 KBO의 쿠어스 필드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최근 그린야갤에서 '그 백수'를 비롯한 많은 댓글러들이 박병호선수 기사에서 거품을 부르짖는 것을 보면 한숨밖에 나오질 않는다. 이들은 자신들이 2015년에 '목동 덕에 19홈런이나 친 거 아니겠냐'고 울부짖었던 김하성이 고척에 가서 위축되기는 커녕 올시즌 23홈런 100타점이라는 걸출한 성적을 낸 것은, 그 외에 선수들도 고척에 가서 거품이 드러나기는 개뿔 평범하게 잘 치고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일까. 고종욱 홈런수 10개에서 8개로 줄었으니 고척빨 드러난거라는 지적 안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