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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책

'정말 전문가들이 인정한 책이라고요?' 틀린 정보 투성이었던 프로야구 스카우팅 리포트 2018

  며칠 전, 여름동안 공부할 만한 책을 구매하기 위해 서점에 들렸다가 2018년판 프로야구 스카우팅 리포트를 구매하지 않았던 것이 떠올랐다. 이번 시즌이 어느덧 절반 가까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지금 이 책을 사봤자 현 시점과는 다른 내용이 많을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렴 어떠한가? 자고로 프로야구 스카우팅 리포트는 심심할 때 책을 펴고 선수들에 대한 분석글을 읽어보며 '이야, 어제 우리팀 상대로 나와서 못했던 선수가 원래 이런 선수구나?', '이 선수는 작년 시즌이 끝났을 시점에는 이런 평가를 받았는데 지금은 이렇네?'따위의 생각을 하며 읽는 것도 재미있는 법이다. 때문에 많이 뒷북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프로야구 스카우팅 리포트 2018을 구매했고, 오늘 낮에 비로소 읽어보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을 사는 데 들인 돈 18000원으로 치킨을 사서 야구를 보며 먹는 편이 훨씬 유용했을 것이다. 


  프로야구 스카우팅 리포트 2018은 지난 시즌에 대한 리뷰, 그리고 각 구단별 주요 선수들에 대한 분석 자료로 구성되어 있었다. 스탯티즈, Kbreport 등의 사이트에 따로 접속하여 검색을 해보지 않아도 될 정도의 세세한 자료 분석이 강점인 책이었는데, 문제는 오탈자는 애교로 넘어가줘야 할 수준이고 선수들에 대한 설명 중 잘못된 내용이 굉장히 많았다는 것이다. 자료 자체는 틀린 내용이 보이지 않기는 했지만, 그래도 2만원 가까이 받는 돈을 받고 파는 책이라면 최소한 '나무위키, 위키백과가 이것보다는 정확하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타나 틀린 내용이 많으면 안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맨 처음에 당황했던 부분이다. 올 시즌 다승왕 후보가 누구일지에 대해 예측하는 문단이었는데, 넥센 히어로즈의 최태원이라는 선수가 다승왕 경쟁을 하기에 좋은 선수라고 한다. 이는 아마도 최원태선수를 잘못 적은 것으로 보였다.





  처음에는 이 책을 꼼꼼히 체크해가며 읽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시즌 한국 프로야구에 대한 전체적인 리뷰와 올 시즌에 대한 간단한 프리뷰를 읽고 난 다음에는 곧바로 넥센 히어로즈 선수들에 대한 분석글이 담겨있는 페이지로 넘겼다. 여기서 장정석 감독이 카리스마 대신에 따뜻한 '형님 리더십'을 선보였다고 적어놓은 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선수들에 대한 분석글을 읽으면서는 기가 막혀서 절로 혀를 차게 되었다. 김성민선수는 '2016년에 넥센과 어렵게 계약했다'고 적혀 있었는데, 실제로는 2016년에 열렸던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때 SK 와이번스에게 전체 6순위라는 높은 순번으로 지명을 받고 프로 데뷔를 한 선수이다. 





  2004년에 신인왕을 수상했던 오주원선수는 어째서인지 2014년에 신인왕을 탔다고 나와 있었다.





  이 밖에도 17시즌 종료 후 방출되었던 선수가 멀쩡히 선수단 목록에 적혀있는 등 오류가 많았다(본 도서는 2018년 2월 말에 초판이 인쇄되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혹시 넥센 히어로즈 구단에 대한 내용만 이렇게 엉망진창인가 하고 KIA 타이거즈 선수단에 대한 분석을 읽어보았는데, 이 때 이 책이 그냥 전체적으로 문제점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위 사진의 임기준선수는 평균구속이 142km/h였음에도 불구하고 소개글에는 최고구속이 141km/h라고 적혔다.




  박경완 SK 와이번스 코치를 박경환이라고 적어놓았다. 이 밖에도 유희관을 류희관이라 적어놓는 등 심심치 않게 오타가 산재했다.





  삼성 라이온즈에 포수로 입단했던 최형우를 2루수 출신으로 둔갑시키고 있는 프로야구 스카우팅 리포트 2018.




  

  '전국구 스타'가 오타로 인해 '전국구 수타'로 적힌 채 출간되었다.





  지난 시즌 27타점을 기록했다고 적혀있는 앤디 번즈. 실제로는 57타점을 기록하였다.




  2006년 신인이며 2016년에 주전 자리를 꿰찬 김문호선수를 보고 '입단 4년 만에' 주전을 꿰찼다고 적어 놓았다. 무슨 문제로 이렇게 오타가 난 것인지 궁금하다.




  몇몇 선수들은 2017시즌 종료 시점에서는 다소 동떨어진 내용들이 적혀 있었는데, 이 내용이 상당히 낯익어서 어디서 봤나 했더니 나무위키에 적혀 있었던 내용이었다. 프로야구 스카우팅 리포트 2018에 적혀있는 내용을 어떤 사람이 나무위키에다가 옮겨적었다고 주장할 수 있고 글쓴이도 이 점을 고려하고 있었지만, 박헌도선수에 대한 설명은 2017시즌 중순에도 저렇게 나무위키에 적혀 있었음을 똑똑히 기억하기에 조심스레 적어본다.




  나종덕선수에 대해 설명되어 있는 페이지를 읽을 때에는 프로필 사진을 보고서 '나종덕선수가 이렇게 노안이었나?' 하고 깜짝 놀랐는데, 알고보니 문규현선수의 프로필 사진을 잘못 첨부한 모양이었다. 연봉 역시 문규현선수의 연봉이 기입되어 있다.




  그리고 나종덕선수는 비중이 없는 선수들에 대해 적어놓은 페이지에도 설명이 있었다. 한 선수에 대한 스카우팅 리포트가 두 번이나 나온 것은 나종덕선수가 유일했다.




  지난 시즌 2할 8푼대의 타율과 스무 개에 가까운 홈런을 기록했던 권희동선수는 '타율이 2할을 겨우 넘는 수준이며 백업 외야수로도 가치가 높지 않다'라고 적혀 있었다(실제로는 권희동선수의 2018년 대체 수준 승리 기여도는 백업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였다). 아마도 2013시즌에 대한 내용을 복붙한 듯했다. 과거의 스카우팅 리포트 내용을 그대로 복붙하기는 위키백과에 적혀있는 내용을 그대로 배끼기와 함께 많이 볼 수 있는 패턴이었고, 본 도서의 질을 바닥까지 떨어뜨리는 데에 혁혁한 기여를 하였다.




  제이미 로맥은 OPS를 장타율로 잘못 적어 놓았다.




  시련을 시력으로 잘못 적어놓은 모습.




  SK 와이번스의 투수 김대유선수에 대한 설명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넥센 히어로즈에 신인 지명을 받았던 선수를 SK 와이번스에 지명 받았다고 적어 놓았으며, 2017시즌에 1군 무대에 등판한 내용은 가볍게 무시하고 최종 1군 기록이 2014시즌의 아홉 경기 등판이 끝이라고 적어 놓았었다.




  전유수선수에 대한 설명 역시 2014시즌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무래도 큰 비중이 없는 선수들은 2014년판 프로야구 스카우팅 리포트의 내용을 기본으로 하여 지난 시즌의 활약상을 생각해 적당히 부가적인 내용을 적어놓고 출판한 듯했다. 




  SK 최승준선수에 대한 설명은 2016시즌의 활약상을 2017시즌 활약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로'를 영어로 입력해 'FH'가 되었다. 이런 오타를 고치지 않고 출판한 것부터가 본 도서의 수준을 보여준다.




  LG 이형종선수는 '데뷔 후 처음으로 100안타 .269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형종선수의 2017시즌 타율은 .265이며, .269는 이형종선수의 통산 타율이다. 




  백정현선수에 대한 문단은... 노랑 형광펜을 쳐놓은 부분을 읽어본다면 알겠지만, 문단이 말이 안 된다. 아마 중간에 한 문장을 빼먹은 모양이었다.



이렇게 오류 투성이인 책을 어떻게 만 팔천원이나 받아가며 팔고 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