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

생애 첫(그리고 어쩌면 마지막일) 내셔널 하키 리그 직관 후기(2023.01.10, STL Blues vs Calgary Flames at Enterprise Center)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으레 그렇듯

 

세인트루이스 사람들 또한 스포츠에 미쳐있다

 

세인트루이스 사람들은 우선 봄부터 가을까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응원한다

 

날씨가 쌀쌀함을 넘어설 무렵부터는 내셔널 하키 리그가 개막한다

 

이 때 즈음부터 파란색 바탕에 노란 하이라이트가 들어간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야구가 완전히 끝나면 빨간 옷을 입고 다니던 사람들도

 

"How sad... But itswinternowletsgoBLUES!!!!!"

 

를 외치며 음표가 큼지막하게 프린팅된 스웨터로 갈아입는다

 

이 사이사이에 세인트루이스 대학교에 가서 대학 축구, 농구를 본다

 

봄하키가 끝날 때 즈음이 되면 다시 야구가 개막한다

 

그럼 다시 STL 글자가 새겨진 야구모자를 옷장에서 꺼낸다

(사진 출처 : 디 애슬레틱)

평생 아이스 하키에 관심이 없었다

 

당연하다 아이스 하키 프로 리그도 없는 나라에서 사는 한국 사람이니까

 

그런데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라야 한다지 않나

 

이왕 세인트루이스에 와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응원하는 거

 

다른 놈들처럼 하룻밤즈음은 "Let's go BLUUUUUUUES!"를 외쳐보고 싶었다

 

그래서... 갔다

 

 

 

주차장을 경기장에서 쫌 먼 곳으로 잡아 서 의도치 않게 시내 밤산책을 하게 됐다

 

 

새삼 안 화려한 야경이다

 

 

경기장 내부에서 한 장 찰칵~~~

경기장 외관은 경기 직전에 도착하는 바람에 정신이 없어서 못 찍었다

 

어차피 부시 스타디움처럼 뭐 특색 있게 생긴 것도 아니라서

 

안 찍어도 딱히 아쉽지는 않았다

 

 

 

실내 스포츠라서(?) 관중석이 푹신하다

 

 

경기 시작 전 공연... 저 무대는 게이트 바로 옆의 매우 작은 스테이지였다

팀 이름이 블루스라서 그런가

 

어디서 블루스 밴드 같은 것을 데려와서

 

경기 전 공연을 시켰다

 

 

 

경기장 내부를 톺아보자면 스타디움을 완전히 둘러싼 띠 전광판도 있고

 

 

영구결번 번호도 천장에 달려있고 머... 좁은 공간 안에 욱여넣을 건 다 욱여넣었다

 

 

번쩍븐쩍

경기 시작 10분? 5분 전부터 스타디움이 쿵쿵 울리도록 밴드 음악을 틀더니

 

이래 이래 조명을 번쩍븐쩍 틀면서 관중들 흥을 돋궜다

 

 

 

MLB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흥미로워서 녹화했는데

 

유튜브에 올렸더니 부분적 저작권 제한 머시기가 뜬다

 

n분 내내 경기장에서 틀어줬던 밴드 음악 때문에 그런 듯하다

 

한국에서 이게 보일란지 안 보일란지는 잘 모르겠다

 

 

 

모든 전광판에 캐나다 국기가 뜨니깐 경기장이 시뻘게졌다

 

 

 

경기 시작 전 미국 국가 제창에 앞서

 

캐나다 국가 제창이 있었다

 

NHL이 캐나다가 짜세인 리그라서 이런 건지

 

아니면 캐나다에서 온 원정팀이랑 붙으니까 틀어주는 건지

 

 

 

물론 캐나다 국가가 끝난 뒤 별이 빛나는 나의 국가도 불렀다

 

 

 

아이스 하키가 4대 메이저 스포츠 중에서 경기 시간 대비 액티브 타임의 비율이 가장 높은 스포츠란다

 

덕아웃에서 짬뽕 말아먹고 퍼질러 자다가 배트 몇 번 휘두르고 들어가는 야구

 

경기 시간 자체는 짧은 주제에 툭하면 어디서 의자 가져와서는 삼삼오오 둘러앉아 작전 타임 갖는 농구는 그렇다 쳐도

 

축구보다 액티브 타임 비율이 높을 줄은 몰라서 쫌 놀랐다

 

암튼 그래서인지 아이스 하키를 잘 몰라도 재밌게 볼 수 있었다

 

한 번 한눈 팔면 큰 장면을 놓칠 수도 있으니 계속 집중하다 보니까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는듯?

 

 

 

휴식 시간에 어디 못 간다

아이스 하키는 20분을 1 피리어드로 하여 총 3 피리어드의 경기를 하며

 

각 피리어드 사이에는 15분의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근데 어제 경기 2-3피리어드 사이에 18분 쉬었다)

 

이 15분의 휴식 시간에 화장실 가거나 뭐 사먹으러 갈 생각을 버려야 한다

 

똑같은 생각을 가진 만 몇천 명의 사람들이 전부 우루루 복도로 나와서

 

어딜 가든 끝이 안 보이는 줄이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그냥 어디 갈 생각 말고 가만히 앉아서

 

관중들 지루하지 말라고 해주는 조명 쑈쑈쑈나 보는 게 낫다

 

갓직히 야구도 이런 팬서비스 있어야 한다 ㄹㅇ루

 

 

 

점보 핫도그(점보 아님, 6달러)

경기장 내 음식은 야구처럼 느긋하게 음식을 먹을 시·공간적 환경이 안 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부시 스타디움에 들어선 업체와 같은 곳에서 음식을 판매하는 건지

 

형편 없다

 

돈 아까웠다

 

 

 

관중들의 열성적인 응원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2피리어드까지 맥아리 없이 개발리며 플레임즈 쪽으로 기울고...

 

 

 

2피리어드까지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던 블루스는

 

3피리어드 들어 약이라도 했는지 단숨에 두 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리더니

 

기어이 연장 피리어드까지 가서는 끝내기 골로써 경기를 끝냈다

 

 

 

이 좋은 걸 왜 이제야 봤을까...

생애 첫 아이스 하키 보고 느낀 점

 

- 세인트루이스 사람들 왜 야구 끝나자마자 하키로 갈아타는지 알 것 같다 핵꿀잼이다

- 블루스 팬들 텐션 대박 높다 카디널스 팬들보다 훨씬 높은 것 같다

- 내가 일론 머스크면 트위터 살 돈으로 한국에 프로 하키 리그나 만들텐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