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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단막극

박조열 - 관광지대(1963)

1930년 출생인 박조열 씨는, 한국전쟁 중에 월남한 인물이다. 이 때문인지 남북문제에 관한 희곡을 많이 집필하였다.


1963년은 박정희 前 대통령이 제 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시기로, 본격적으로 문화 검열이 시작될 것임을 의미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한편 1960년대는 4.19 혁명 이후 통일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게 되었으나, 남한의 공산화를 바라던 북한의 공작과 박정희 정권의 반공 체제가 대립하는 등 실제로는 통일 가능성은 없었을 것이다(현대사를 정확하고 자세히 몰라서 확신조로 쓸 수가 없었다). 관광지대는 말로만 남북통일 얘기가 나오고 실제로는 아무런 진전이 없는 양국의 세태를 비꼰 작품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시의 시대적 특성상 남북문제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만 했기 때문인지, 관광지대는 무거운 주제에 비해 상당히 우스꽝스럽고 가볍게 쓰였다. 이후 박조열 씨가 발표한 수많은 작품들도 관광지대와 비슷하게 쓰였으나, 이로 인해 곤혹을 치르기도 했고 결국 한 때 절필을 선언하기도 하였다.


작품 내적인 면에 이야기하자면, 한남북의 대사와 한국휴전회의 속 인물들의 모습이 연계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시시한 이유를 갖고 다툼한 뒤 철조망이 쳐진 곳을 경계로 갈라져 있었다는 한남북의 부모와 완장 착용의 여부 따위를 갖고 설왕설래하는 각국의 대표자들, 시시한 한남북의 대화와 역시나 시시껄렁한 이야기만 나누는 회의 참석자들. 한남북이 관중들에게 "여러분께서 제 얘길 들으면서 그 장난같은 회담을 잊지 않으셨다는 것은 섭섭한데요..."라고 하는 장면은, 본 희곡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남북의 대화와 회의 모두 장황하기만 하고 알맹이는 없다. 이는 요란하기만 하고 진전이 없는 남북 관계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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