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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오프라인

남부터미널역 '레트로카페 트레이더' 방문기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고, 지금도 당시보다 더 좋아하면 좋아하지 덜 좋아하지는 않는다.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을 때 게임 가게에 들르거나 게임 카페의 장터 게시판을 둘러봄으로써 해소할 정도이다. 그런 내게 있어 집에서 지하철 타고 20분 거리인 국제전자센터는 꼭 게임을 사지 않더라도 심심하면 구경 가는 최고의 놀이터가 되었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그렇게 남부 터미널 역을 밥 먹듯이 들렸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전자센터 옆에 8~90년대 게임과 게임기들이 모여있는 레트로 카페가 있다는 것은 꿈에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저 사당역 즈음에 레트로 카페가 있다는 이야기만 어디서 주워듣고 언젠가 가봐야겠다 생각하다가, 오늘 카페에 갈 일이 생겨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도중 문득 떠올라 가게 되었다.




'레트로 카페 트레이더'는 남부터미널역 3번출구로 나와 쭉 앞으로 나아가면 나온다.




입구에서 촬영한 가게 전경.


  주말인데다가 오픈 시간이 점심 때 즈음이라서(오전 11시)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내가 오늘 이 가게의 첫 손님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카운터를 보고 계시던 할머니께서 '어디서 사냐~ 여기는 처음 오냐~ 막상 이 근처 사람들이 더 안 온다~ 제주도에서 오는 사람들도 있다~ 몇학년이냐~ 고등학생이냐~' 등등 여러가지를 여쭤보시고 또 이야기 해주셨다. 손님들과 얘기 나누기를 참 좋아하는 분이신가보다.  




카페 벽면의 진열장에는 다음과 같이 게임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개중에는 구매 가능한 게임들도 있었다.





  진열대의 게임 중에서는 다른 손님의 물건을 대신 판매해주는 물건들도 있는 듯했다. 인터넷 구매 사이트, 구매 대행 사이트도 따로 있는 걸 보면 비단 카페 사업 뿐만 아니라 판매/구매 대행도 주 수입원 중 하나인가 보다.





  비싼 값에 판매되고 있는 물건들도 많았지만, 풀박스 구성의 PSP 천 번대가 45000원에 팔리고 게임보이, GBA SP, 게임큐브 같은 물건들이 몇만원대에 판매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뽐뿌가 스멀스멀 생겨났다.





  카운터 옆에는 패미컴, 슈퍼패미컴 팩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값싼 게임은 5천원, 8천원에 구할 수도 있었다. 만일 내가 레트로 게임 마니아였다면, 못해도 게임팩 한두 개는 구입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저렴한 가격에 혹해 하나 둘씩 구매하다보면 그게 수십만, 수백만으로 불어나서 지갑이 박살나기 쉽상일 것 같다. 그래서 레트로 게임 매니아들의 연령층이 높은 것일까?





  카페의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있자니,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다. 값은 싼 편이 아니지만, 맛은 그럭저럭 있었다. 이런 컨셉 카페(?)들 중에서는 막상 커피나 음료의 맛은 별로인 곳들도 있는데, 최소한 그 정도는 아니었다. 카운터를 보던 할머니께서 서비스로 와플 하나와 토스트 하나를 얹어 주셔서 감사했다.




'레트로카페 트레이더'에 놓여 있던 게임기들.





  가장 처음 눈이 갔던 게임기는 판배 홍보용으로 비치해둔 듯한 '레트로아크'라는 게임기였다. 30만원에 육박하는 높은 가격에다가 레트로 게임 매니아가 아니라면 갖고 있을 이유가 없는 상품성때문에 나와는 평생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직접 만져볼 기회가 생기다니 신기했다. 그러나 이 게임기를 살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미콤용 메가맨. 나랑 나와 함께 갔던 선배 둘 다 게임을 잘 하는 편이 아닌 데다가 게임 패드의 상태 또한 좋지 않아서, 한참을 붙들고 있었음에도 1스테이지조차 클리어하지 못했다.




패미콤용 보글보글.




패미콤용 별의 커비.




패미콤용 마리오 브라더스 3.


  처음으로 플레이했던 게임기는 닌텐도의 패밀리 컴퓨터였다. 원래는 '패미콤->슈퍼패미콤->닌텐도 64 순으로 게임을 즐기자'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앉았던 것이고 짧게 플레이한 후 슈퍼패미콤으로 넘어가려 했는데, 막상 전원을 켜고 보니 지금 즐겨도 재미있는 명작 게임들이 많아 좀처럼 다음 게임기로 넘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마침 이 때는 카페에 사람도 거의 없었기에,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오랫동안 패미콤을 플레이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플레이했던 게임기는 세가 제네시스였다. 제네시스를 패미컴에 맞섰던 거치형 게임기라고 침이 마르도록 설명하며 함께 소닉을 플레이했는데, 막상 패드를 붙잡고 하려 하니 뭘 어떻게 진행해야 할 지 몰라 10분 정도 하고 다음 게임기를 하러 자리를 떴다.




아무 버튼이나 누르다보니 켜진 제목불명의 레이싱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2 터보.


  패미컴을 플레이할 때는 '슈퍼 패미컴은 해가 질 때까지 갖고놀게 되는 게 아닐까?'하는 걱정 아닌 걱정이 되었는데, 막상 슈퍼패미콤을 켜고 보니 많은 명작 게임들이 패미컴 게임과 중복되는 것이었고 다른 명작 게임들은 내가 알지 못해 생각보다 오래 플레이하지 않았다. 뭘 해야할지 몰라 우왕좌왕 하다가 플레이한 스트리트 파이터 2 터보는 나랑 선배 둘 다 격투게임을 할 줄 몰라 붕쯔붕쯔하고 주먹과 발차기만 하다가 껐다.




  대우 재믹스는 전날 밤에 후기 글을 찾아보며 정말 많이 기대했는데, 막상 오늘 가서 보니 재믹스 본체는 안 보이고 중세 컴퓨터 한 대가 있어 어리둥절했다.




4~50대 분들께서 보시면 추억에 잠기지 않을까 싶은 게임 선택 화면.




재믹스로는 테트리스만 플레이하고 말았다.




마리오 카트 64.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스.


닌텐도 64로는 마리오 카트 64와 대난투 스매시 브라더스 단 두 게임만 플레이했는데, 두 게임이 워낙 명작이라서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다.





  PC 엔진은 어째 봄버맨 말고 다른 게임이 켜지지 않아 하는 수 없이 봄버맨만 플레이했는데, 여러 게임을 플레이해보자는 생각을 잠시 잊고 승부에 집중할 정도로 재미있었다. 오늘 전까지는 일말의 관심도 없던 닌텐도 스위치용 '슈퍼 봄버맨 R'에 대한 구매 욕구가 생길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플레이했던 게임기, 네오지오. 





  부푼 기대를 안고 메탈 슬러그를 플레이했는데, 막상 켜고 보니 글씨도 다 깨지고 프레임도 너무 낮아서 제대로 즐길 수가 없어 아쉬웠다.


  카페에 들어갔을 때가 오전 11시 7분이었는데, 나올 때 시간을 보니 오후 3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비단 나처럼 게임을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어린 시절 오락실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했던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레트로카페 트레이더'에서 즐거운 추억을 쌓고 오실 수 있으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