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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맛집

사당역 카레맛집 토라카레 : 이게 카레다!

지난 1월에 사당역으로 출퇴근을 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눈독들였던 식당이 하나 있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건물에서 조금만 왼쪽으로 가면 나오는 골목길의 수수한 카레집.

 

그동안 이 근방의 프랜차이즈 분식집과 국수집에도 정말 시도해볼 메뉴가 많아서(제아무리 프차 식당이라도 맛에 편차가 있는데 이 곳의 싸다분식과 국수나무는 별 두 개에 근접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가볼만한 맛집이 많아서. 이 카레집은 항상 후순위가 되었다.

 

그러나 그 숱한 맛집들이 모두 만족스럽지 않아 좌절했고, 오늘은 편의접에서 사리곰탕면이나 먹을까 하던 차에 토라카레가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어보았다. 이 희망은 30분 뒤 후회로 되돌아왔다. 왜 여기를 이제서야 왔을까 하는 후회로!

 

 

 

점심에는 모든 카레 메뉴를 1000원씩 할인해준다. 덕분에 다른 시간대에는 만 원 가까이 주고 사먹어야 할 카레도 점심에는 8000원대 남짓한 가격에 사먹을 수 있다. 겨우 천 원 차이 갖고 유난을 떠냐고도 할 수 있는데 8000원대와 9000원대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굳이 비싼 메뉴를 갖고 비교할 이유도 없다. 가장 저렴한 메뉴는 7000원에 먹을 수 있는데, 어디 이 근방에서 7000원 주고 한 끼 메뉴 해결할 수 있는 맛집 찾아보시라. 없다. 기본이 8000원 이상이다.

 

 

 

가게 내부. 깔끔하다. 손님이 나가면 그 즉시 점원이 소독제와 행주로 테이블을 깔끔히 닦는다. 점심시간임에도 조금도 더럽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

 

 

 

가장 놀랐던 부분 중 하나는 외투를 보관해둘 바구니를 준다는 것이었다. 빠른 테이블 순환을 목표로 하여 요리 외 모든 서비스는 셀프가 기본인 요즘 시대에, 이런 세심한 배려를 해주는 식당이 있다니? 물론 이 가게는 등받이 의자가 없어서 외투를 보관하기 곤란하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직접 바구니를 갖다준다는 점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던 메뉴판. 안주류가 따로 적혀있는 것을 보면, 저녁에는 귀가 전 한 잔 걸치고픈 직장인들을 위한 술집으로서도 영업하는 듯하다.

 

 

 

카레의 매운 정도를 직접 정할 수 있었다. 나는 1단계(신라면 정도)를 골랐는데 알맞게 매콤했다. 

 

 

 

닭가라아게 카레를 주문한 뒤 먼저 목을 축이기 위해 된장국물을 따르러 갔는데, 점원분께서 뭐 필요한 게 있으시냐고 묻더니 직접 국물을 따라 주셨다. 반찬 및 국물도 셀프가 아니라니? 이 점도 상당히 놀라웠다.

 

 

 

닭가라아게 카레(7000원). 대마/마늘 후레이크 추가, 매움 단계는 1단계(신라면 정도).

본격적으로 먹기 전에 한 장 찰칵~!

 

 

 

수저를 들기 전부터 매콤달콤한 카레 소스와 고소한 마늘 후레이크의 향기, 그리고 갓 구운 치킨 냄새가 합쳐진 감미로운 냄새가 두 코를 파고들었다. 이 때부터 느낌이 왔다. 이 식당은 된다!

 

 

 

맛은 기대를 115% 충족시켜줬다. 매콤하니 맛있는 카레는 물론이고 입맛을 적당히 돋궈주는 대파/마늘 후레이크, 그리고 당장 치킨집으로 전업해도 굽네치킨을 이길 듯한 쫄깃한 닭가라아게까지..! 여기에 밥과 카레는 리필까지 돼서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최고!!!

 

 

 

카레를 전부 먹고 나니 딱히 기쁜 일이 없었음에도 자꾸만 웃음이 새어나왔다. 정말 오랜만에 카레다운 카레를 먹었기 때문일까? 계산할 때 점원준이 쿠폰을 한 장 주셨는데 4월 말까지 여러 메뉴를 먹으며 이 쿠폰을 전부 채우는 것이 소소한 목표가 될 것 같다. 그 정도로 맛있었다. 최고다 토라카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