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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맛집

사당역 인근 중국집 융선 짬뽕 : 불짜장, 매움양아치들에게 추천!

어제 갔던 토라카레가 내 마음에 정말 쏙 드는 가게였어서 그런지, 사당역 식당 탐방에 자신감이 붙었다. 그래서 오늘은 전에 한 번 칠이사이공 배트남 국수와 돼지국밥을 먹으러 가다가 지나쳤던 현금결제 4000원 중국집에 들렀다. 

 

 

 

카드로 결제하면 한 4500원 받을까 싶었는데 5000원이었다. 사당역 5번 출구 앞에 있는 백종원의 홍콩반점 짜장면 한 그릇 가격이 4500원이다. 이로써 이 가게의 가격적인 메리트는 사라졌다.

 

원래는 짜장면이 땡겨서 들렀던 것이지만, 이왕 온 거 이 가게만의 고유한 메뉴를 먹고 싶었다. 그래서 다른 요리는 뭐가 있나 보던 차에 불짜장/불짬뽕/불볶음짬뽕이 눈에 들어왔다. 음식점의 고유 메뉴를 먹어보면 그 가게의 전체적인 수준을 알 수 있다는 격언이 있다. 과연 백종원의 홍콩반점을 거르고 올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인지 확인하기 위해, 불짜장을 시켰다. 배고파서 천 원 더 주고 곱배기로 시켰다.

 

 

 

가게 인테리어는.. 그냥 동네마다 있는 중국집이랑 별 다를 바 없었다.

 

 

 

5분?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부채꼴 접시에 가득 담겨서는 뜨거운 김이 훅훅 올라오고 있는 홍짜장이 테이블 위에 놓였을 때, 본능적으로 무언가 잘못 되었음을 깨달았다.

 

 

 

요리 보고 저리 봐도 단순히 갓 조리했다고 올라올 것 같지는 않은 김이 스멀스멀 났다. 그리고 동시에 잘못 건들면 제대로 혼쭐이 날 것만 같은 아우라가 느껴졌다.

 

 

 

하지만 두렵다고 해서 물러설 수는 없다. 나는 점심 식사로 치킨가라아게 카레를 먹고 오후 3시에 라지 사이즈 피자 다섯 조각을 간식으로 먹은 뒤 저녁에 베트남 쌀국수 한 그릇을 뚝딱할 수 있는 위장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외가와 친가 전체를 포함한 우리 가족 및 친척 중 가장 매운 음식을 잘 먹는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불짜장 곱배기의 가격은 8500원. 이것은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었다. 결연히 각오를 다지고 국수를 휘휘 저어 말은 뒤, 비장하게 젓가락을 들어올렸다.

 

 

 

 

 

절반도 못 먹고 포기했다. 뜨겁게 매웠다. 어느 순간부터 자장면을 한 젓가락 먹으면 물을 두세 컵씩 마시고 있었다. 문득 불짜장곱배기 하나를 갖다달라고 했을 때 몇 번이고 "불짜장이요?"하고 되묻던 주인 아주머니의 휘둥그레진 두 눈이 떠올랐다. 아주머니께서는 어째서 불짜장이 어떤 메뉴인지, 그리고 정도로 매운지를 설명해주지 않으셨던 것일까? 조금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결국은 '불'짜장을 무시한 내 업보였다. 눈물 콧물을 흘리며 계산을 해야만 했다.

 

자장면, 그리고 매운 음식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린다.

 

★☆☆☆☆


+)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게의 간판 메뉴를 먹지 않고 다른 메뉴로 평가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약 2주만에 다시 들렸다. 그리고 현금가 4000원이라는 짜장면을 사먹었다.

 

 

그냥저냥 무난한 자장면 맛이었다. 주머니속에 마침 꼬깃꼬깃하게 접혀있는 오천원짜리 지폐가 있고 마침 사당역에 들렸다면 한 번 드셔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그리고 다른 손님들 얘기 나누는 것을 들어보니 불짜장이랑 불짬뽕이 메인 맞나보다. 그냥 짜장은 다른 가게에 비해 특별히 메리트가 없으니 매움양아치들이 불짜장&불짬뽕을 드시러 가면 딱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