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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겜링커 서포터즈 1기

로그라이크도 캐주얼 게임 전성시대, 다음 대표 주자는 서바이벌 아카데미

■ 10시간 플레이해도 한 번 실수하면 끝나는 게임, 로그라이크

로그라이크 장르의 시초인 로그(Rogue, 1980).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로그라이크(Roguelike)는 장르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로그(Rogue, 1980)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코어 게이머만의 전유물과 같은 분야로 여겨졌다. 여타 롤 플레잉 게임(Role Playing Game, 이하 RPG)과 전체적인 틀은 엇비슷하나 플레이 중 저장과 불러오기가 안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 요소다.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이름을 안 들어본 사람은 없을 국산 온라인 RPG 메이플스토리(2003)를 예시로 들어보자. 갓 생성한 캐릭터와 초보자 마을에서 게임을 시작할 플레이어는 '발록·자쿰 같은 강력한 보스를 공략하겠다' 같은 목표를 설정할 것이다. 게임을 진행하며 목표에 가까워질수록 더 강력한 몬스터가 플레이어의 앞을 가로막을 테며, 어쩌면 예상치 못한 난이도 앞에서 캐릭터의 죽음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보통의 RPG는 이런 상황에 처한다 할지라도 마지막으로 진행 상황을 저장했던 시점부터 다시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로그라이크 게임은 '마지막 저장 시점부터 다시 게임을 시작'하는 행위가 불가능하다. 상술했듯 게임 설계 시점에서부터 의도적으로 데이터의 저장과 불러오기 기능 자체를 배제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로그라이크는 자쿰을 무찌르기까지 단 한 대만을 남겨 놓았더라도 캐릭터가 사망할 경우 초보자 마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메이플스토리인 것이다.

 

게임오버 시 모든 진행도가 초기화된다는 리스크를 짊어지고 몇 시간 동안 게임 화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대부분의 라이트 게이머에게 있어 매우 부담스러웠지만, 평범한 게임에 싫증 난 하드 게이머들에게는 플레이에 스릴을 더해주는 요소로 작용했다. 로그라이크가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니아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반면, 라이트 게이머들에게 꾸준히 외면받아온 이유다.

 

 

■ 장르의 붕괴, 로그라이크 전성시대를 이끌다

5~10분도 너무 길어서 1분 내외의 '숏 컨텐츠'가 각광 받는 시대에, 로그라이크 게임 또한 장르의 붕괴로써 변화를 꾀해야 했다.

장르적 특성을 모두 지킨 로그라이크는 그 게임을 기꺼이 즐길 게이머의 스펙트럼이 매우 좁았다. 넷핵(1987), 던전 크롤(2006), ADOM(1994) 등 오랜 시간 매니아들의 사랑을 받는 게임은 많으나 이들이 인기에 비례한 상업적 흥행을 거뒀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 많은 게이머를 사로잡고 싶었던 개발자들은 로그라이크의 일부 특징을 배제한 라이트한 로그라이크, 일명 로그라이트 장르를 파생시켰다. 디아블로(1996), 아이작의 번제(2011), 다키스트 던전(2016) 등 '가벼운' 로그라이크 게임이 상업적으로도 초대박을 쳤다. 로그라이크라는 장르의 붕괴가 오히려 로크라이크 게임 전성시대를 이끈 것이다.

 

한편 2010년대 후반 들어 퀄리티와 캐주얼함을 모두 잡은 리니지M(2017), 원신(2020) 등의 모바일 게임이 메가 히트를 치면서 PC&콘솔 게임도 급격히 캐주얼화 하기 시작했다. 무수한 온라인 게임이 '크로스플랫폼'이라는 이름 하에 PC와 모바일 환경 어디에서든 가볍게 즐길 수 있게끔 출시됐다. 로그라이크도 한 번 더 변화의 국면을 맞이했다. 아이작의 번제나 다키스트 던전 같은 '가벼운' 로그라이크 게임이 게임오버 시의 리스크를 대폭 줄였다고는 하지만, 몇 시간에서 몇십 시간씩 책상 앞에 앉아 붙들고 있어야 함은 달라지지 않았다.

 

100분 안팤의 짧은 영화 한 편조차 진득하게 보지 못해 유튜브에서 요약 영상을 찾아보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시대다. 스낵 컬쳐에 빠진 사람들의 이목을 틱톡이나 유튜브 숏폼으로부터 돌리기 위해서는 로그라이크도 가벼워져야 했다. 캐릭터의 이동을 제외한 모든 기능이 자동화된 로그라이크(?) 뱀파이어 서바이버즈(2021)가 출시됐고,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꾸준히 스팀 최다 판매 게임 순위권에 들며 흥행 면에서 엄청난 성과를 이뤘다. 지난 8월에는 뱀파이어 서바이버즈의 게임적 특징을 더 경량화한 모바일 게임 탕탕특공대(2022)가 나왔다. 탕탕특공대는 11월 8일 현재 모바일인덱스 기준 플레이 유저 순위 1위, 매출 순위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 캐주얼 로그라이크 전성시대, 다음 주자는 서바이벌 아카데미

그리고 2022년 11월 8일, 뱀파이어 서바이벌과 탕탕특공대의 뒤를 이을 '국산' 캐주얼 로그라이크 게임 서바이벌 아카데미가 출시됐다. 

 

가격은 3820원으로 PC 플랫폼에서 경쟁해야 할 뱀파이어 서바이버즈보다 1000원 이상 저렴하다.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SD 캐릭터가 등장하는 그래픽 또한 고전 게임풍 비주얼이 취향에 안 맞는 사람들을 잠재적 고객으로 끌어모을 수 있어 보인다. 한 스테이지당 30분을 버텨야 하며, 게임 종료 후 받은 보상으로 캐릭터를 강화해 다시 한번 공략에 나서야 한다는 점은 뱀파이어 서바이버즈와 똑같다. 다만 티저 영상으로 미루어보아 기존의 캐주얼 로그라이크 게임보다 더욱 캐주얼한 게임 플레이가 예상된다.

 

스팀의 서바이벌 아카데미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출시 전부터 '어째서 영어 지원을 하지 않느냐', '다국어 지원이 된다면 구매할 의향이 있다' 등의 게시글이 올라오며 해당 분야의 매니아들에게 기대 받는 모습이 포착다. 금일 오전 11시에 출시된 국산 캐주얼 로그라이크 게임 서바이벌 아카데미, 과연 인게임은 어떨까.

 

- 계속 -

 


 ㈜오락공작소에서 주관한 한컴링크 게임 서포터즈에 선정되어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