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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장/기타

영영, <개의 노래> (2023)

 

각 트랙의 개성보다는 전체적인 유기성이 강조되는 앨범일수록 인트로로써 분류되는 첫 트랙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개인적으로는... 유명하지 않은 아티스트가 컨셔스한 작품을 시도할수록 이게 더욱 중요해지는 듯하다

 

힙합 좀 좋아한다 싶은 사람이 모두 아는 메이저한 래퍼가 낸 앨범의 첫 곡이 구리다면 '엥?'하면서도 다음 곡을 듣겠지만

 

그저 신곡 디깅을 하던 중 찾게 된 처음 듣는 래퍼의 신보가 인트로부터 구리다면? 

 

첫 곡을 2~30초 듣다가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다른 앨범을 찾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기첫 곡부터 기가 막히게 좋다면 깜짝 놀라서 아티스트의 이름과 앨범을 다시금 확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점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영상이 바로 인터넷방송인 룩삼 씨의 본 영상이 아닐까 싶다(47초부터)

 

스카이민혁은 라이트 이번 정규 2집을 내기 전까지만 해도 라이트 힙합 팬 사이에서는 이미지가 매우 나쁜 아티스트였다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9>에서 다소 부족해 보이는 실력으로도 본선까지 진출하며 비호감 이미지가 쌓였기 때문

 

심지어 음원 미션 때는 '스카이민혁 빼면 딱 좋은 곡이 나왔다'라는 반응과 함께 '스민 제거 버전 영상'까지 인기를 끌었다.

 

이후 지난 2년간 발매한 <그랜드라인2>, <작전>이 소소한 반향을 이끌기는 했지만 정말 말 그대로 소소했고...

 

 

그런 스카이민혁의 신보를 룩삼이 자신의 방송 시청자들과 함께 생방송으로 들었다.

 

첫 트랙이 시작된 직후에만 해도 채팅창의 반응이 매우 나빴다.

 

그런데 조금씩 반응이 바뀌기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한 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훈훈한 분위기와 함께 완주했다.

 

인트로 트랙인 '14-23'에서 보여준 발전한 힐력과 잔잔한 재즈 비트에 잘 묻어나는 호소력이 청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지금 이 글의 메인 주제는 스카이민혁이 아니니 이 점은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고...

 

 

 

꿈과 현실 사이/고민하곤 했지만

그럴 시간조차 없지 일주일에/하루 쉬니까

00(영영) - 도입

 

 

 

무늬만 래퍼/선택적 힙합퍼

수가 너무 많아 입 아픈 만년 아마추어로

죽진 않을 거야 난 꿈이 있으니까/인생은 한번 그 당연한 걸 왜 넌 몰라

00(영영) - 꿈

 

 

 

긴 잠에서 깼어/면전에선 하지도 못할 말들

꿈에선 맘껏 내뱉곤/좀 편해졌다 자위하며

똑같은 현실/살아갈 준비를 하지만

주 6일 생산직인지/앨범 바로 매진시킨 루키인지 

나는 헷갈려/나는 헷갈려

영영(00) - 현실

 

그런 점에서 영영(00)의 EP 2집 <개의 노래>는 더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첫 트랙(도입)에서부터 올드스쿨의 풍미가 진한 비트와 테이크원을 연상케 하는 랩스킬이 메시지에 집중하게 만들었고

 

'(아마도) 래퍼로서의 꿈'과 '일주일에 하루 쉬는 직장인 생활'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의 이야기에 흥미를 갖게 했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트랙도 개인적으로 테이크원에게 기대했던 야마가 그대로 들어있어서 정말 즐겁게 들었다

 

정규 앨범이 아니니만큼 앨범 자체의 볼륨도(약 30분 분량) 담고 있는 서사의 가짓수도 그리 대단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영영이 이런 색깔을 가진 아티스트다!', '영영은 이런 사람이다!'라는 얘기를 각인시키기에는 충분치 않았나 싶다

 

 

그래서 '아! 이 사람 물건이다'하고 팔로잉하고 있었는데...

 

 

 

(스크린샷 출처 : 힙합LE)

 

힙합 커뮤니티에서 이런 글을 발견했다

 

깜짝 놀라서 읽어보니 앨범을 홍보할 수단에 대해 고심하다가 피지컬 무료 배포를 결심하게 되셨다고 한다

 

주변에서 앨범 만드느라 고생했다고 펀딩(?)을 해줘서 이렇게 마케팅을 해도 적자는 안 보게 됐다고...

 

게시글을 읽자마자 바로 인스타그램을 켜서 DM을 보냈다

 

'앨범을 들어보지 않은 분이나 리뷰를 기깔나게 쓸 수 있는 분이 받는 게 맞지 않나?' 싶기도 하긴 한데

 

당시에는 너무 좋게 들은 앨범이라 꼭 피지컬로 소장하고 싶어서 신청했다

 

그리고 지금 구글링이랑 네이버 검색 해보니까 딱히 후기글 쓰신 분 없길래 쓴다

 

 

 

앨범 후면. 전면과 달리 '사람 영영(00) 본인의 사진이 담겨 있다. 다소 위축된 듯한 앨범 커버의 개 영영(00)과 비교해 팔짱을 끼고 당당한 모습.

 

 

 

앨범 내부 모습. 앨범 커버는 AI로 생성한 이미지라고 한다.

 

 

 

CD 플레이어가 없어서 실제 음악 감상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힙합에 본격적으로 입덕한 게 재작년이기는 했지만

 

지난 2년간은 피지컬 앨범을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고 올해는.. 워낙 바쁘다보니ㅜㅜ

 

이 앨범을 첫 피지컬 앨범으로 갖게 됐다

 

앞으로는 지난 n년간 좋게 들었던 앨범들 위주로 시작해서 정말 열심히 컬렉팅할 예정

 

 

 

가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