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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장/기타

드렁큰 타이거, <하나하면 너와 나> (2004)

1995년 미키 아이즈(Micki Eyez), 수크람(Sucram)와 함께 <Enter The Tiger>라는 앨범으로써 한국 가요계에 출사표를 던졌던 타이거 JK는 대중과 매스 미디어의 외면 속에서 뼈아픈 실패를 겪고 말았다. 20년이 넘는 세월을 사실상 미국에서만 살아왔던 타이거 JK의 한국어 랩은 형편없었기에 그의 앨범은 첫 곡부터 끝까지 영어로써 작사 된 랩이었다. 오늘날에도 '한국에서 왜 한국어 하나 사용하지 않나'라는 비판을 받을 앨범이 반미 정서가 강하던 1990년대에 통할 리 만무했다. 더군다나 당시의 한국은 힙합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전무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코리안 드림의 꿈을 안고 한반도 당을 밟은 수크람이 인종차별을 겪는 상황까지 겹치자, 좌절한 타이거 JK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UCLA에서 학업에 매진하면서도 힙합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던 타이거 JK는 같은 클랜의 멤버로 활동하던 DJ 샤인과 의기투합하여 1999년 다시 한번 한국 가요계에 도전한다. 그가 꿈을 포기할 수도 있었던 4년 동안 한국은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김진표 등의 '랩송'이 가요계에서 새로운 장르로서 선전함은 물론 모뎀 통신을 통해 언더그라운드 힙합 동호회가 활발히 교류함으로써 '힙합'이라는 장르에 대한 인지도가 생긴 상황이었다. 타이거 JK 역시 <Enter The Tiger>에서의 실패를 밑거름 삼아 김진표의 도움을 받아 '하늘에서 내려오는 계단',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난 널 원해'를 한국어로써 작사하였고, 이 중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와 '난 널 원해'가 히트하며 성공적으로 가요계에 안착하게 됐다.

 

1집 <Year Of The TIger>로부터 불과 1년 후 발매된 <위대한 탄생>을 통해 각 멤버의 한층 성숙해진 한국어 랩을 선보인 드렁큰 타이거는 2001년 3집 <The Legend Of...>의 수록곡 'Good Life'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인기가요 차트서 1위를 차지한 힙합 노래가 됨으로써 한국 힙합계를 대표하는 힙합 그룹으로 자리 잡게 된다. 1년의 텀을 두고 발매했던 2집, 3집과는 달리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친 후 발매된 <뿌리>는 사운드 면에서나 한국어 랩의 완성도 면에서나 4집 이후의 드렁큰 타이거의 정체성이 완벽히 안착된 앨범이기도 했다. 다만 5집 <하나하면 너와 나(One is not a lonely word)>에서 DJ 샤인의 분량이 17트랙 중 한 트랙만을 맡을 정도로 줄어들었는데, DJ 샤인은 5집 발매 후 드렁큰 타이거를 탈퇴하기에 이른다.

 

타이거 JK와 DJ 샤인 두 명 모두 드렁큰타이거가 2인조로 계속되지 못한 이유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다만 많은 팬들은 타이거 JK와 DJ 샤인이 추구하는 음악성이 너무나도 달랐기에 이들이 갈라서게 됐으리라 추측하고 있다. 뉴욕 출신으로서 이스트 코스트 힙합을 듣고 자란 것으로 알려진 DJ 샤인은 하드코어한 음악을 바랐으나, 타이거 JK는 데뷔 앨범인 <Enter The Tiger>에서부터 레게풍의 비트에서 여유롭게 뱉는 것을 즐겨 했다. 그러니까... 아마도 DJ 샤인은 장르 팬들이 '힙합'이라며 좋아할 만한 앨범을 만들고 싶어 했던 반면 타이거 JK는 이른바 '뽕끼' 가득한 비트 위에서 신나게 랩을 뱉는 것을 추구하지 않았나 싶다. 실제로 사실상 타이거 JK의 첫 솔로 앨범이라고도 볼 수 있는 <하나하면 너와 나(One is not a lonely word)>는 '드렁큰 타이거'라는 이름으로 발매된 아홉 장의 앨범 중 가장 뽕끼가 강한 앨범이기도 하다.

 

혹자는 드렁큰 타이거의 전성기가 DJ 샤인의 활동이 왕성하던 시기까지였다고 평하며 끝끝내 이루어지지 않은 그의 복귀와 이로써 변절(?)된 드렁큰 타이거의 음악성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다만 <하나하면 너와나>에서부터 짙어진 뽕끼 가득한 드렁큰 타이거의 음악 또한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2008)의 표지가 연상되는 앨범 커버부터 언뜻 보면 비루하게도 느껴지는 20대 청춘의 웃픈 한밤중의 에피소드를 생생히 그린 '편의점', 제목부터 유쾌한 '이 놈의 Shake it', 타이거 JK가 처음 마이크를 잡고 한국에 왔을 때부터 그의 앞길을 무수히 막아왔을 한국 가요계를 신랄히 풍자하는 가수지망생 시리즈 SKit들, 그리고 듣는 이의 가슴을 찌잉 울려 눈물짓게 만드는 마지막 트랙 '내 인생의 반의반'까지...('내인생의 반의반'은 듣고 나서 10집 '내인생의 반'을 들으면 감동이 배가 된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9집(솔직히 9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몇 없을 테지만) <살자(The Cure)>를 제외한 모든 앨범을 사랑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정감이 가는 것은 2000년대 중반의 대한민국 정서와 힙합이라는 장르를 절묘히 융합해 낸 <하나하면 너와 나(One Is Not A Lonely Word)다. 

 

 

 

<하나하면 너와나(One Is Not A Lonely Word)> 피지컬은 쥬얼 CD 케이스가 종이 커버에 들어가 있는 모양새다. 담배를 물고 있는 타이거 JK의 모습이 인쇄되어 있다.

 

 

알라딘에서 샀는데 아니 종이 커버 위에 저 가격표 스티커를 떡하니 붙여놓는 게 맞나 진짜????? 비닐로 씌워놨을 때 그 위에 붙이면 되지 않나? ;;;

 

 

발매 당시 타이틀곡으로 홍보했던 'Liquor Shots(술병에 숟가락)'을 표현한 듯한 부클릿 커버.

 

 

후면에는 종이 커버에도 2분할로 출력되어 있는 앨범 커버가 있다.

 

 

부클릿 후면에 흑백으로 출력된 드렁큰타이거 엠블럼, 그리고 눈동자가 그려져 있는 CD.

 

 

타이거 JK와 DJ 샤인의 어린 시절부터 청년 시절까지의 모습이 엽서 형식으로 6분할되어 있는 모습.

 

 

가사집 옆의 컨셉 아트,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 등의 사진이 소소한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타이거 JK와 DJ 샤인의 음악적 견해 차이가 가장 심하던 시기에 촬영되어 앨범 부클릿에 들어간 투샷...

 

 

MOVEMENT won't s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