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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장/기타

스카이민혁, <해방> (2023)

무언가로부터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는 듯한 스카이민혁의 사진이 인상적인 앨범커버.

래퍼 스카이민혁의 지난 4년은 증명의 연속이었다.

 

유명 래퍼 염따와 더 콰이엇이 진행하는 힙합 라이브쇼 '랩하우스 온에어'에 초대받아 자신의 노래를 불렀다.

 

엠넷(Mnet)의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9'에서 프로듀서에게 인정 받으며 본선 무대를 밟았다.

 

경연이 끝난 뒤에는 자메즈, 긱스, 웜맨 등 유명 래퍼들이 포진한 레이블 '그랜드라인'에 입단했다.

 

 

유명 힙합 라이브쇼에 출연하여 이름을 알리고, 국내 최대 힙합 오디션의 본선 무대에 섬으로써 대중의 집중을 받는다.

 

그리고 방송 출연으로써 얻은 인지도와 그동안의 디스코그래피를 토대로 유명 레이블과 계약한다.

 

힙합을 메인으로 하는 아티스트라면 누구나 꿈 꿀 만한 청사진이다.

 

20대 초반 청년의 청사진은 한없이 밝아 보이기만 했다.

 

 

 

<해방> 피지컬 앨범의 후면. 밝은 빛으로부터 어둠으로 도망치고 있는 스카이민혁의 사진이 앨범커버로 실려 있다.

그러나 메인스트림의 후광은 오히려 스카이민혁을 옥죄었다.

 

'랩하우스'와 '쇼미더머니9'로 스카이민혁을 처음 알게 된 대중들은 그의 승승장구가 운빨의 연속이라 폄훼했다.

 

앵앵대는 듯한 하이톤의 목소리가  불호라고, 박자 하나 못 맞추는 네가 래퍼냐고.

 

네가 정말 너와 경쟁한 다른 래퍼 대신 그 무대에 설 자격이 있었느냐고.

 

힙합 커뮤니티를 비롯한 인터넷 공간에서는 그가 참여한 음원의 '스카이민혁 제거 버전'이 인기를 끌었다.

 

스카이민혁이 입단한 레이블 '그랜드라인'은 그가 계약한지 단 1년만에 해체됐다.

 

CEO에게 사생활 관련 문제가 터지며 더 이상 정상적으로 레이블을 운영할 수 없게 된 것이 원인이었다.

 

그렇게 '쇼미빨로 반짝 떴지만 레이블의 해체와 함께 사라진 래퍼'가 되는 듯했다.

 

 

 

<해방>의 CD에는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쫓는 존재를 노려보는 스카이민혁의 모습이 프린팅되어 있다.

스카이민혁은 “해가 떠 있을 때 4~5시간씩 연습하고 작업하면서 좋은 랩을 들려 드리기 위해 노력했고, 이센스, 빈지노, 개코, 테이크원 등 평소 영향을 많이 받은 래퍼 분들의 앨범을 들으며 연구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팡’ 하고 실력이 늘더라고요. 어떻게 박자를 타며 강약조절을 해야 듣기 좋은 랩이 되는 지에 대해 깨달은 점이 이번 앨범에 반영돼 호평으로 이어진 게 아닐까 싶어요. ‘랩 실력이 별로라 욕을 먹던 스카이민혁이 해낸 걸 보니 나도 용기가 생긴다’는 반응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 김현식, ''쇼미' 음원삭제 굴욕·혹평…스카이민혁은 명반으로 답했다[김현식의 힙합은 멋져](인터뷰)', <뉴데일리>, 2023.10.27

스카이민혁은 주저앉지 않았다. 야유를 피해 도망치지도 않았다.

 

대신 자신을 비웃던 대중들에게 그 모든 아티스트들이 자신을 응원하고 도와줬던 것인지 음악으로써 증명하기로 했다.

 

방송 출연으로부터 1년 뒤 발매한 <그랜드라인2>에서는 차분한 분위기의 비트서 덤덤히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를 비웃었던 이들 중 일부가 스카이민혁의 힙합에 대한 사랑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인정하게 만든 앨범이 됐다.

 

<그랜드라인2>와 같은 해에 발매한 <작전>은 '실력 부족'이라는 비판을 적극적으로 피드백한 앨범이었다.

 

레트로한 붐뱁 비트 아래서 박자감과 라이밍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랩으로써 듣는 이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해방>의 초회판 앨범에는 스카이민혁의 친필 싸인이 적혀 있다.

 

 

24페이지 분량의 북클릿에는 모든 트랙에 대한 가사가 적혀있다.

 

 

북클릿에는 뮤직비디오 녹화 과정에서 촬영한 사진도 중간중간 들어가있다.

대중들로부터 낙인지어진 이미지로부터 '해방'되기까지의 과정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1년 전 겨울에 '쇼미더머니11'에 다시 한 번 지원했지만 1차 예선에서 탈락했다.

 

<그랜드라인2>와 <작전> 등의 작업물을 들어본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적었고, 랩을 그만두라는 비난만이 가득했다.

 

스카이민혁은 전형적인 '안 팔리는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였다.

 

장르 팬이라고 자칭하는 이들에게마저 조롱 받는 나날과 작업실 월세조차 내기 빠듯한 잔고는 그를 계속해서 옥죄었다.

 

 

그러든 말든 '통장 잔고를 다 쏟아부어서 만들고 잘 안 되면 입대한다'라는 마음으로 1년을 작업실 마이크만 붙잡았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결과, 결국에는 해방되었다.

 

 

 

<해방> 수록곡 '현주소' 뮤직비디오의 스틸컷.

과거를 양분 삼고 극복하여 납득과 감탄을 쟁취한다. 사람들이 주목했던 짙은 호소력과 날것의 가사를 유지하면서 랩 스킬도 날카롭게 다듬은 덕분이다. 자신감과 열등감을 동시에 표출한 '14-23', '욕심'처럼 자기고백형 트랙들은 여전히 대중을 주목시킬 힘을 갖췄고, 특유의 에너지와 플로우가 인상적인 '식사'나 소울컴퍼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올드 스쿨 넘버 'Outcome'도 환골탈태의 증거로서 충분하다. - <IZM> 손민현 평론가 리뷰

 

 

 

스카이민혁은 [해방]이라는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성공 서사를 완성했다. 무엇보다 실력이 몰라보게 발전한 랩과 직설적인 어투로 풀어낸 서사의 힘이 주효했다. 비록 중반부에서의 강약 조절은 아쉬우나 이전까지 처해있던 상황 속에서 스카이민혁을 ‘해방’시키기에는 충분한 완성도다. - <리드머> 황두하 평론가 리뷰

 

 

 

이센스, 빈지노, 제이팍, 스카이민혁 Let's Go.

여전히 스카이민혁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해방 너무 호들갑 아님? 이거 한 번 이상 돌리는 사람 있냐?'라고 하기도 한다

 

나는 지금까지도 무한재생한다, 특히 '14-23', '식사', '현주소', 'OUTCOME'.

 

연말에 공연도 보러 갈 예정이다

 

이센스빈지노제이팍스카이민혁레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