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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friday hiphop show에 다녀오다

갑작스럽지만, 여러분께서는 홍대 클럽에 가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저는 고등학교 졸업식날이 어땠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한 과거에 성인이 됐습니다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 홍대 클럽 << 에 가본 적은 없었습니다 

 

연말에 방구석에서 블로그에 글이나 쓸 정도로

 

'연말이니 놀러가자!' 같은 개념이 머릿속에 없는 히키코모리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반 년 전에 '홍대 나들이'를 시도해본 적은 있습니다 

 

당시에는 올해를 '인싸가 되는 분기점'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마침 좋아하던 아티스트가 홍대서 음악감상회를 열었고 음감회에 다녀옴으로써 

 

'홍대'와의 안면을 트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처참하게 조졌습니다

 

이날로부터 2학기 종강일까지 홍대로 가는 일은 없었습니다

 

연초에 적어놓았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공강 시간에 홍대 가서 트월킹 추기'였습니다만

 

실제로는 학교 정문 앞 PC방의 VIP 회원이 되었습니다

 

갑작스럽지만 여러분께서는 홍대에 가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저는 n년 전에 한 번 가본 적이 있습니다만, 당시의 저로서는 감히 감당할 수 없는 양기에 질려 멋있는 대한민국 청년으로 한 발자국 나아가겠다는 목표도 잊어버린 채 히이히이 하며 도망치듯

mycyberdiary.tistory.com

 

 

 

그러던 중 몇 주 전 평소 즐겨찾기를 해놓고 있던 힙합 관련 커뮤니티에 

 

홍대에서 인당 11,000원이라는 저렴한 티켓값의 소공연이 열리며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여러 명이 그곳에 출연한다는 홍보글이 올라왔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뉴진스 에스파 스트레이키즈 정국 노래 들을 때 

 

홀로 바밍타이거, 언오피셜보이, 최엘비 노래를 듣던 저로서는 그야말로 열광할 만한 소식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메가커피 아.아 여섯 번만 안 마시면 이들의 라이브를 직접 들을 수 있다니! 

 

팬으로서 어찌 설레지 않을 수 있을까요?

 

 

 

구글에 힙합 콘서트 후기를 검색해본 결과 

 

보통 이런 콘서트의 관중은 '혼모노 장르팬'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다들 열정적으로 호응하며 노래를 따라부른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홍대 알레르기가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덜컥 콘서트 티켓을 예매했습니다

 

 

 

공연이 열리는 장소가 '클럽'이라는 사실은 알지도 못한 채...

 

 

 

마치 초등학교 3학년생도 찾아와서 춤추며 놀 수 있을 것만 같이 그려놓은 벽화...

이날 제가 예매한 공연이 열리는 클럽은 홍대클럽거리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홍대클럽거리는 홍대입구역보다 상수역이 더 가깝기 때문에 6호선 전철을 타고 갔습니다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역내에서 나오던 도중 벽에 그려져 있던 벽화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치 초등학교 3학년생도 찾아와서 춤추며 놀 수 있을 것만 같은 귀여운 그림이었습니다만

 

 

 

2023년의 마지막 금요일 밤을 트월킹으로 불태우기 위해 홍대클럽거리를 찾았을 사람들...

역시 홍대클럽거리에 발을 들이니 초등학생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가끔씩 맛난 음식을 먹으러 홍대입구역에 간 적은 있었습니다만 

 

홍대클럽거리가 풍기는 아우라는 먹자골목과는 결 자체가 달랐습니다 

 

올해의 마지막 금요일 밤을 트월킹으로 불태우러 온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공연이 열리는 장소까지 걸어가면서 약 195번 정도 '음~ 슬슬 돌아갈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럴수가

클럽 중에서도 유난히 줄이 긴 클럽이 있길래 

 

겁에 질려서 공연 장소가 저기만 아니었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거기였습니다

 

 

 

덜덜 떨렸습니다 

 

한국의 클럽에는 '입뺀'이라는 문화가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일날의 저는 열정적으로 호응하다 보면 매우 더울 것이라는 생각에 최대한 얇고 편한 복장으로 홍대클럽거리를 찾았습니다만 

 

제 앞에 줄을 선 사람들은 대부분이 '홍대'에 어울리는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를 제외한 모두가 사전에 티켓과 함께 드레스 코드도 받은 듯했습니다 

 

잠시 뒤 경호원에게 "죄송하지만 클럽 내부가 꽉 찼습니다(뒷사람은 들여보내주며)"라는 말을 듣게 될 미래를 상상하며 줄을 섰습니다

 

 

 

살면서 처음으로 '클럽'이라는 공간에 발을 내딛던 순간~!

 

의외로 들여보내줬습니다

 

헉;

 

 

 

정말 '클럽' 같았던 클럽 내부...

 

 

 


※ ※ ※  여기서부터는 공연 후기 ※ ※ ※

삶을 제대로 즐기면서 사는 게 느껴지는 분

누드보이서

 

종합격투기 선수로 활동하면서 박재범 등 래퍼들의 트레이닝 코치를 맡다가 힙합에 입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즉 본업은 격투기 쪽인데 취미로 앨범도 내고 뮤직비디오도 찍고 앨범도 내고 계신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분을 힙합 아티스트로서 평가하는 것은 유재석을 트로트 가수로서 평가하는 것만큼 무의미한 듯하다

 

사회인으로서의 삶이 너무 고달파서 좋아하던 취미를 그만두거나 차츰 멀리하게 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렇게까지 열정적이고 본격적으로 취미에 임한다는 점에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30대 후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러모로 20대 후반 같은 남자...

뉴챔프

 

퇴물이 된지 오래라는 말을 듣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런 초저가 소규모 공연에 출연할 만한 체급의 래퍼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키우려 하는 후배 아티스트를 객원으로 잔뜩 데리고 와서 미친 듯한 에너지와 함께 공연장을 찢어놓았다

 

30대 후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10년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는 외모를 유지하고 있는 뉴챔프인데

 

어쩌면 힙합이라는 꿈에 대한 조금도 식지 않은 열정이 그를 여러모로 20대 후반처럼 보이게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자메즈

 

방송에서 여러 번 얼굴을 비춘 래퍼는 실력의 결이 다름을 제대로 보여줬다

 

기술적인 문제인지는 몰라도 AR 음량이 너무 높게 설정되어 있고 마이크 조정도 잘 안 되어 있어서

 

아마도 이날 공연이 거의 첫 라이브인 듯한 신예급 래퍼들은 가사가 정말 잘 안 들렸는데

 

자메즈는 그러한 환경적인 핸디캡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사가 다 들렸다

 

Wanna Get부터 거북선까지 정말 즐겁게 불렀다

 

 

자메즈의 '거북선' 라이브.

다만 컨디션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마스크 쓰고 계시던데 아마 영상 15도까지 올라갔다가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미친 날씨 탓에 연말 감기 걸리신 듯했음ㅜ

 

 

 

YS BLOCK

 

사우스 힙합을 메인으로 하는 래퍼

 

Team NY랑 너무 사운드가 겹치는 것 같아서 플레이리스트에 넣어가면서까지 듣던 래퍼는 아니었는데

 

라이브 실력이 굉장히 좋아서 깜짝 놀랐다

 

앞으로는 어떤 음악 내는지 계속 팔로잉하면서 듣게 될 것 같다

 

 

 

 

YS BLOCK의 'OKEY' 라이브 영상

 

 

 

TEAM NY의 '찌릿' 라이브 영상

TEAM NY

 

올해 발매한 녹양 (NOGYANG) 앨범을 재미있게 들어서 무대 위에서는 어떨까 하고 기대했는데

 

라이브에서는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원곡보다 배는 재미있게 곡을 불러서 정말 흥겹게 즐겼다

 

대학 동아리, 군대 생활관에 있을 법한 앳된 비주얼의 멤버들이 하이톤으로 웨스트 힙합을 조지는 게 정말 재밌게 느껴지는 그룹

 

이날은 홍대의 작은 클럽을 주물렀지만 추후에는 호미들처럼 국힙을 주름잡을 수 있는 3인조라고 생각한다

 

 

 

가오가이&키츠요지

 

둘이 나오기 전에 무대에 섰던 YS BLOCK, TEAM NY도 너무너무 잘했지만 이 둘은 급이 달랐다

 

라이브 실력부터 무대 매너까지 뭐 하나 모자람이 없는 '프로'였다

 

둘이 무대 마치고 내려가니깐 전체 관중의 2~30프로? 가량이 우르르 빠져나가던데

 

'가오가이 키츠요지 무대를 단 돈 만 원에 볼 수 있다니 개꿀~' 같은 생각으로 온 사람도 꽤 있었을 것 같다

 

 

 

스카이민혁

 

'그랜드라인' 앨범 때부터 스카이민혁을 좋아했고 최근에는 저금통, 노바츠키보다 해방을 훨씬 많이 돌리지만

 

이와는 별개로 그가 라이브를 잘 한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쇼미더머니9, 11, 그외 유튜브 라이브 클립, 그리고 공연 후기까지

 

모든 지표가 '스카이민혁의 음원과 라이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라는 사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런데 이날 라이브는 정말 좋았다

 

최근 미친 듯한 하입을 받은 덕에 무대에도 많이 서게 되면서 쌓인 경험+방송 카메라 앞에서도 쫄지 않는 자신감+야마가 결합되니

 

공연의 클로징 무대라는 자리에 걸맞는 미친 듯한 호응을 이끌어냈다

 

1년 전에만 해도 '차세대 국힙을 이끌 사람은 스카이민혁'이라는 말이 나오면 모두 헛소리로 치부했는데

 

지난 몇 년간 보여준 성장세를 앞으로 몇 년 더 꾸준히 보여준다면 정말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카이민혁 '내 방에서 나가' 라이브 영상

 

 


이렇게 저의 생애 세 번째 홍대 나들이는 첫 번째와 두 번째 홍대 도전 때보다는 훨씬 양호하게 끝이 났습니다 

 

다만 공연만 즐기고 후다닥 나왔다는 점에서는 발전이 없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께서는 홍대클럽거리에 들러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만일 클럽에서 친구들 혹은 처음 만난 이들과 함께 즐거운 트월킹 대결을 벌이셨다면 당장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연말을 친구들과 보내고 계신 잇님들이든 혹은 스마트폰, 컴퓨터, 게임기와 보내고 계신 잇님들이든

 

모두 즐거운 연말 되시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원하는 바 모두 이루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