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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야구

2018.07.14 청룡기 장충고vs청주고 직관후기

무릇 참 야빠라면, 비단 프로야구뿐만이 아니라 고교야구에 대한 견문 또한 넓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전부터 고교야구에 대한 쥐꼬리만한 관심은 있었지만 굳이 정보를 찾아서 보러가지는 않는 나날을 보내다가, 며칠 전 야빠 지인과 식사를 하던 도중에 목동 야구장에서 청룡기가 열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마침 오늘 아침부터 경기 일정이 있길래, 약 3년만에 목동 야구장을 찾아 오목교역에 오게 되었다.




이름 때문에 지나칠 때마다 '배힘찬과 연관있는 게 아닐까?'같은 생각을 종종 했던 힘찬병원도 여전했고,




목동구장까지 가는 길은 예전과 비교했을 때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아버지 손 잡고 설레는 맘으로 이 길을 걷던 게 엊그제같다..




15년 가을 이후 처음으로 찾은 목동 구장! 이제는 더 이상 넥센 히어로즈의 현수막이 걸려있지 않는, 철저히 아마야구용으로만 사용되는 구장이 되었다. 저 멀리 장충고와 충주고 야구부 버스가 눈에 들어온다.




기둥에 붙어 있었던 청룡기 포스터들.



경기장 주변의 보도블럭을 새로 가는중인 듯했다.



청룡기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서는 프로 경기처럼 매표소에서 돈을 주고 티켓을 끊어야만 했는데, 이 티켓으로 내야석 테이블석 상관없이 어디든 앉을 수 있는 데다가 마음만 먹으면 아침 경기부터 밤 경기까지 하루에 열리는 3경기를 모두 볼 수도 있었다. 가격은 학생 3000원, 성인 7000원.




경기장에 입장하고 나서 찰칵! 평소에는 지갑 사정 때문에 앉을 엄두를 못 내던 테이블석으로 가서 앉았다. 이 때는 경기장 지붕의 그늘이 테이블석 있는 곳까지 졌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그닥 덥지도 않았다.




입구 앞에서 청룡기 팜플렛을 판매하길래 이것도 한 부 샀다. 가격은 5000원. 청룡기와 고교야구의 역사에 대해 꽤나 자세히 적혀있고, 또 이번 대회에 참여하는 각 고교야구 팀에 대한 정보도 있어서 직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테이블석에다가 파라솔을 치고 전문 장비들을 설치해놓고서 기록지를 적어가며 경기를 보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아마도 스카우터인 것 같았다.




팜플렛을 읽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보니 어느덧 아홉시 반이 되었다. 경기 시작 전 국민의례.




그리고, 드디어 경기 시작!



청룡기 팜플렛에 따르면 청주고 타선의 에이스는 1번타자 유격수로 출전한 최정원 선수였는데, 첫 타석부터 상대팀 선발투수로부터 안타를 뽑아내며 자신의 재능을 과시하였다. 우왕ㅋ굳ㅋ 하지만 후속타의 불발로 점수는 내지 못했다.




3루 관중석 쪽에는 후배들의 승리를 기원하기 위해 이 무더운 날씨에 북을 들고 경기장을 찾아온 아재 응원단이 있었는데



응원이 정말 장난 아니었다!




오늘 청주고의 선발투수는 팜플렛에 따르면 아마도 팀의 2선발인 듯했던 최현진. 투수치고는 조금 작은 체구에 오버핸드로 내려꽂는 투구를 하는 선수였는데, 공은 위력이 있지만 제구가 많이 들쭉날쭉한 선수였다. 5이닝동안 사사구만 6개를 내줬다.




그나마 만회의 기회가 있는(?) 주말리그와는 달리, 청룡기는 상대팀에게 단 한 판이라도 지면 그대로 끝나버리는 토너먼트 대회. 이 때문에 심판의 판정 하나하나가 선수단 밎 코치진의 희비를 교차시켰다. 유격수가 잡아낸 타구가 직선타였는지 바운드가 됐는지, 2루주자의 3루 태그업 결과가 세이프인지 아웃인지... 이런 걸로 두 번이나 심판진과 청주고의 실랑이가 있었다. 태그업 건 때에는 심판에게 항의하던 감독이 헬멧을 집어던지고 나가서 퇴장을 받을 정도였다.




선취점을 낸 것은 장추고였다. 3회말, 선발투수 최현진이 흔들리면서 1사만루의 상황이 만들어졌고, 장충고 타자가 희생 플라이를 만들어내며 1점을 만들어냈다.




다음 이닝에도 희플로 점수 뽑았는데 주자가 만루였는지 어땠는지 기억이 안 난다.




오늘 장충고의 선발투수는 김준영선수. 우완 사이드암으로, 팜플렛에 의하면 아마 3선발 역할을 하는 선수인가보다. 청주고 타선을 상대로 5이닝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개인적으로 최현진선수의 공이 더 좋아보여서 청주고가 이기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내 야구 안목은 꽝이다.




경기가 후반으로 접어들자, 날씨가 진짜 더워졌다. 테이블에는 손을 올려둘 수 없을 정도였고, 그런 테이블 위에 냅뒀던 보리차는 뜨뜻미지근해져 있었다. 와... 진짜 너무 더워서 테이블 석을 포기하고 그늘진 곳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장충고-청주고 경기가 끝난 후 그들이 뛰던 그라운드로 달려나갈 선수들이 복도에 집합해 있었는데, 아마도 감독이나 코치같은 사람에게 무슨 말을 듣고 있었겠지. 그 어떤 것에도 열정적이지 않았던 내 고등학생 시절의 모습이 떠올라서, 새삼 선수들이 멋지게 보였다.




6회인가 7회부터는 김준영선수가 내려가고 송명기라는 투수가 이어 던졌다. 올해 1차지명 후보로도 거론되었고, 최고 149km/h까지도 던져본 적이 있는 투수라고 한다. 어쩐지 이 선수가 올라올 때 아재들이든 대포누님들이든 다 좋아하더니만...




고교야구에 꽤나 굵직한 것으로 보이던 아재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사실 청주고는 장충고와 비교했을 때 전력 면에서 많이 밀리는 팀인가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한점차로 추격하던 청주고는 8회말, 1사만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투지를 불태웠으나...




송명기에게 틀어막혀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패배한 팀의 선수들은 다음 대회를 기약하며, 승자들은 다음 라운드를 기대하며 경기장을 나선다. 그리고 텅 빈 그라운드를 다른 선수들이 승부를 가르기 위해서  메운다. 그런데 너무너무 더워서 더 봤다간 탈이 날 것만 같애서, 나도 장충고 청주고 선수들을 따라 목동구장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