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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야구

2018.08.15 잠실 SK-두산전 직관 후기

방학동안 목돈을 마련하겠답시고 한 달 내내 리조트에서 빨래하는 일을 하다가 얼마 전에 돌아온 친구가, 며칠 전에 함께 직관을 가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SK와 두산의 경기라길래 관심이 없어서 거절했지만, 자신이 몇 달 전에 두산-넥센전을 함께 가줬던 얘기를 꺼내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함께 가게 되었다.





경기 외적으로 시작이 무척 좋지 않았다. 경기 시작 전 입구에서 선수들을 기다릴 때부터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던 빗줄기가, 경기가 시작됐을 때에는 엄~청 굵어져서 지붕있는 곳으로 후다닥 도망가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친구의 친구분 핸드폰이 액정에 물이 들어가는 바람에 고장나버렸다.






제아무리 인생을 야구덕질에 갈아넣고 있는 야빠라고 할 지라도, 넥센 히어로즈와 관련된 경기가 아니면 일체 보지 않는다. 때문에 당연히 SK 와이번스에 대해 잘 몰랐고, 그래서 SK 선수들의 기록을 보며 몇 벙이고 놀랐다. 일단 2점대 방어율을 기록중인 와이번스의 에이스 김광현선수가 아직 10승도 못한 것에 놀랐다.




그 다음에는 지난 시즌부터 완전히 포텐을 터뜨린 '동미니칸' 한동민선수가, 스무 개 가량의 홈런을 기록중인 데 반해 안타는 아직 100개도 치지 못한 점. 주로 중심타선에 배치되며 비율스탯도 나쁘지 않은 이재원선수가 아직 50타점도 넘기지 못했다는 점, ''44갑'이라는 별명을 가진 김성현선수가 시즌 3홈런 - 3도루로 정말 별명급의 성적을 기록중인 점에 또 놀랐다. 


이 밖에도 이성우선수가 1루수로 출장하고(오늘 경기가 커리어 첫 1루수 출장이었다고 한다), 문승원선수가 불펜으로 나오는 모습 등을 보며 '역시 2등팀이라서 그런지 신기한 일이 참 많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산 베어스의 오늘 경기에서의 모습도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못 한다 못 한다 말로만 듣던 외인 타자 반슬레이크 선수가 초이스의 뺨을 좌우로 후려칠 정도의 괴수비를 하는 모습, 군필 외야수 자원을 내주면서까지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온 윤수호선수가 조금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모습, 윤수호 선수 다음으로 올라온 투수들이 하나같이 최고 구속이 140km/h를 넘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깜짝깜짝 놀랐다(아마도 김태형 감독이 선발로 나온 이용찬선수가 강습타구를 맞고 1회부터 강판되는 모습을 보며 진작에 경기를 버린 듯했다).


하지만 내가 아는 두산 베어스라면, 오늘 힘을 비축해놓은 만큼 내일 경기에서 무시무시한 저력을 보일 것이기에 웃으면서 볼 수 없었다.




한 여덟 시가 다 되어가니깐 잠실구장의 명물로 유명한 하루살이들이 스리슬쩍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처음에는 그냥 신기하다는 듯이 보고 있었는데, 중간에 가다가 갑자기 맥없이 픽하고 떨어지는 애들이랑 관중석 헤집고 다니는 애들 때문에 상당히 성가셨다. 그런데 나 이외의 다른 sk팬분들은 신나게 응원을 하느라, 하루살이가 귀찮게 하든 말든 신경쓰지 않는 모습을 보이셨다. 




응원 하니깐 나온 말인데, 오늘 SK팬분들의 응원이 정말 장난 아니셨다! 매 이닝마다 벌떡벌떡 일어나셔서 힘차게 응원하고, 사구가 나오면 마운드 위 투수를 잡아잡수실 기세로 으르렁 거리시고... 나중에 7회초 공격이 끝난 뒤 연안부두를 틀었을 때에는 나도 흥을 타서 목청껏 인천sk를 외쳤다. 



내일은 넥센 히어로즈가 잠실에서 12연승을 도전하기 때문에, 또다시 잠실 구장에 오게될 것 같다. 벌써부터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