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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오프라인

여기만 오면 국산 인디게임 트랜드 파악 가능! '버닝비버 2023'

동아시아 시장을 휩쓸었던 FPS 게임 '크로스파이어'와 현시점 최고의 MMORPG 중 하나인 '로스트아크'의 개발사로 유명한 스마일게이트는 국내 인디 게임 인프라의 적극적인 개척자이기도 합니다. 2019년에는 국내 최초로 인디 게임 전용 플랫폼인 스토브 인디를 만들었으며, 지스타나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BIC) 같은 행사에서도 스폰서로서 인디게임을 소개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아예 '버닝비버'라는 이름의 인디게임&컬처 페스티벌을 직접 개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중순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개최된 제1회 버닝비버는 80개의 인디게임 부스가 입점하고 총 8000여 명의 관람객이 찾아오면서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어제(1일)부터 내일까지 진행될 예정인 버닝비버 2023은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의 아트홀 1관을 통째로 대관하여 개최됐으며, 작년보다 많은 100개의 인디게임 부스가 입점했습니다.

 

저는 올해 초봄부터 여름까지 겪었던 여러 간접적 경험으로 인해 '게임 너머의 일'에 관심이 많아진 상황입니다. 단순히 집이나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을 넘어 국내 게임 업계의 동향에 대한 호기심이 컸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4년 만에 부산까지 내려가서 지스타를 관람하였고, 이번 달에는 AGF(Anime X Game Festival) 관람 여부를 놓고 고민하던 중 인디게임에 집중된 본 행사가 더욱 부합할 것 같아 버닝비버 티켓을 예매하게 되었습니다.

 

 

 

● '금요일 오전'임에도 심상치 않았던 인파

평소에는 주말 오후에도 붐빌 일이 '절대 없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어제 서울의 최저 온도는 영하 7.3도였습니다. 최고 온도조차 영하였습니다(0.5℃). 팔뚝만 한 두께의 패딩을 입고 외출해도 절로 몸이 움츠러드는 날씨.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교에 가거나 직장에 출근할 평일이었으니 인파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도착했을 때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주말에도 단체 관람객이 패키지 여행차 찾아왔을 때 정도를 제외하면 붐빌 일 없는 지하철 통로, DDP 지하몰에 '사람'이 있었던 것입니다. 검정 롱패딩으로 단단히 무장한 채 휴대전화를 내려다보며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사람들... 그들이 무슨 의도를 갖고 동대문을 찾았는지는 금세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전 10시 직전, 행사장에 입장하기 위해 몇 겹씩 줄을 선 사람들. 전원 게이머겠지요!

제1 아트홀에 들어서니 두 줄씩 섰음에도 불구하고 몇 겹씩 차곡차곡 쌓인 심상치 않은 인파가 저를 반겨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지스타나 플레이엑스포 같은 대형 게임 행사와 비교하면 비교조차 불가능한 대기열일지도 모릅니다. 주말 동안 국내 최대 규모의 전시 면적을 보유한 일산 킨텍스를 대관해 진행하는 AGF에는 '그 킨텍스'조차 좁게 느껴지는 정도의 인파가 몰려올 것입니다. 다만 중요한 점은, 버닝비버2023은 그 어떤 메이저 개발사도 자사의 게임을 발표하지 않는 행사라는 점입니다.

 

어제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회사의 지원을 받지 않고 제작된 소규모 개발팀의 게임을 즐기기 위해 한파를 뚫고 찾아온 게이머들이었습니다. 그렇기에 행사장 곳곳에 배치된 적잖은 수의 스태프들이 일사불란하게 관람객을 안내해야 할 정도의 대기열이 있었다는 점이 인원 이상의 의미를 가진 것입니다.

 

 

 

● 초심자도 즐겁게 행사를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준비

지스타는 자타공인 '국내 최대 게임 행사'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면에서 주최 측의 준비가 아쉽다는 비판을 받곤 합니다. 양적인 규모는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지만 동시에 '규모만 크지 볼 만한 거리는 없다'라는 피드백도 늘어나는 이유입니다. AGF는 킨텍스라는 거대 시설을 활용함에도 불구하고 매년 인원 통제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합니다.

 

버닝비버 2023에 대해 가장 먼저 받은 첫인상은 바로 '스마일게이트에서 이를 단단히 갈고 준비했구나'였습니다. 디지털화하여 단순 가이드북 이상의 역할을 하게 된 팜플렛과 관람객에게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 주는 다양한 이벤트, 그리고 큰 기대 없이 구경 왔을 사람의 가슴까지 뛰게 만드는 행사장 인테리어까지. 연신 '정성 대박이다~'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책자 규모의 타 행사 팸플릿과 달리 달랑 종이 한 장이 전부인 버닝비버 2023의 팸플릿. 하지만 후면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짜잔! 행사의 세부 정보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폐막 시간까지 신나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인터렉티브 웹사이트가 나옵니다+_+

팸플릿 후면의 QR 코드를 스캔하여 접속할 수 있는 버닝비버 2023의 디지털 팸플릿 웹사이트에서는 단순 전시장 안내도와 행사 스케줄 이상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우선 대부분의 게임 행사에서 각 부스가 개별 진행하는 스탬프 이벤트를 스마일게이트에서 직접 진행했고, 이를 웹사이트로써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어떠한 게임의 시연이나 매 시간마다 개최하는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하면 스태프가 QR코드를 촬영함으로써 자신의 계정에 '골드'가 쌓이는 식이었습니다. 관람객은 이 '골드'를 모아서 버닝비버 프레임이 제공되는 인생네컷 사진을 찍거나 캐리커처 비버 초상화를 받고, 버닝비버 굿즈의 뽑기나 구매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 버닝비버 2023이 집 근처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사전 예매만 했을 뿐, 본 행사의 세부 정보를 하나도 찾아보지 않은 채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팸플릿에서 제공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시장을 누비다 보니 1/3에 가까운 수의 부스에서 시연을 했고, 결국 폐막 시간이 다 돼서야 DDP에서 나오고 말았습니다.

 

 

 

마치 데이터로 이루어진 게임 세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인상을 주는 전시장 입구.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둘러싸인 채 버닝비버 세계관을 설명하는 인테리어로 힘껏 꾸며 놓았던 컨퍼런스홀.

전시장 입구부터 아트홀 2관까지의 건널목 역할을 하는 공간인 컨퍼런스홀을 '버닝비버 세계관 전시관'으로 꾸며 놓았습니다. 어두운 푸른 빛 조명 아래서 형형색의 네온사인이 다양한 인테리어를 비추고 있어 마치 게임 속 세상으로 빨려 들어온 듯한 인상을 줬습니다.

 

이런 부분에 신경 쓰지 않고 인디게임을 즐기기 위해 아트홀 2관으로 곧장 달려간 분들도 계셨지만,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스마일게이트가 힘껏 꾸며 놓은 컨퍼런스홀을 구경하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관람객도 있었습니다. 제가 그중 하나였습니다. 덕분에 한껏 부풀어 오른 기대감을 안고 인디게임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 100개의 부스, 내 입맛대로 구경하는 인디게임

전시장 내부.

이번 버닝비버 2023에는 총 100개의 인디게임 개발팀이 부스로 참여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관람객은 전시 기간 동안 총 100개의 개발 중인(혹은 갓 출시된) 인디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어제 오전 10시부터 폐막 직전까지 스무 개가 조금 넘는 부스의 게임 시연에 참여했습니다(점심 식사 시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생각보다 많은 부스를 구경하지 못했습니다). 아래는 제가 금요일날 버닝비버 오프라인 행사장을 돌아다니면서 직접 플레이하고 재밌다 느꼈던 게임들입니다.

 

 

 

벨라스터 (횡스크롤 소울라이크)

2.5D로 즐기는 다크소울!

횡스크롤로 즐기는 다크소울입니다. 플랫포머 액션 게임의 조작 방식을 따온 부분도 있지만 소울라이크에 근간을 두고 있다 보니 전반적으로 묵직한 조작감을 갖고 있습니다. 난이도 또한 최근 유행하고 있는 로그라이크+플랫포머 게임식의 어려움보다는 소울라이크의 어려움에 가깝습니다. 즉, 피지컬로 승부를 해야하는 게임입니다.

 

2022년 경기게임오디션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인디게임입니다. 본 게임의 개발사인 4인 기업 엔지니어의 대표 전세광 씨는 내년 2월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2D 픽셀 아트의 정점을 보여준 산나비가 올해 하반기 인디게임계를 장식한 상황에서 3D 그래픽으로 정면 승부를 하는 벨라스터의 성공 여부가 상당히 기대됩니다. 

 

 

 

고양이와 비밀레시피(모바일 시뮬레이션)

아기자기한 것들을 좋아하는 게이머들이라면 결코 지나칠 수 없는 비주얼...!

고양이 요정 친구들과 함께 요리로써 번 돈으로 숲속 정원을 꾸며나가는 모바일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400여 가지의 다양한 가구 세트가 준비되어 있음은 물론, 플레이어블 캐릭터 또한 젠더리스 코스튬을 통해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가구, 동물 친구들과의 상호작용 또한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 게임의 최대 강점은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결코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비주얼입니다. 본 포스팅을 작성 중인 지금도 사진을 다시 보니 몽글몽글하고 보드라운 비주얼에 압도되어 가슴이 쿵쿵 뛰고 있습니다. 개발사 좀비메이트의 김윤수 대표는 "힐링이 아닌 동화 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라고 합니다. 버닝비버에서의 첫인상만 놓고 보면 충분히 그런 게임이 될 수 있을 듯했습니다. 

 

 

 

딥블루 샤크건

단순한 낚시 게임이라 생각하고 시연에 참여했다간 헤아릴 수 없는 매력에 빠져든다...!!

스토브의 상점 페이지에 의하면 딥블루 샤크건의 장르는 액션, RPG, 그리고 슈팅입니다. 게임 시작 버튼을 눌렀을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주인공의 아버지가 동료와 함께 낚시를 하러 바다로 나가는 모습입니다. 이게 어딜 봐서 그 장르냐는 생각흘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딥블루 샤크건은 분명히 '액션, RPG, 그리고 슈팅'이 맞습니다. 

 

낚싯감이 떡밥을 물면 그때부터 물고기와의 치열한 기 싸움이 시작됩니다. 여기까지는 다른 낚시 게임과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물고기가 해수면 위로 날아오르더니 낚시꾼은 당연하다는 듯이 낚시대 옆에 있던 총을 꺼내 듭니다. 그리고 누가 물고기가 될 것인지를 두고 목숨을 건 슈팅 배틀이 시작됩니다. 텍스트만 읽었을 때는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재미있습니다. 

 

딥 블루 샤크건의 재미는 키보드가 아닌 패드로 플레이할 때 배가 됩니다. 닌텐도 스위치로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하니 스위치를 갖고 계신 분들은 콘솔판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좋겠습니다.

 

 

 

풍비박산(비주얼 노벨)

한류의 멋이 드러나는 VA-11 Hall-A?!??

인간과 요괴 사이에서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결국에는 두 종족이 완전히 분리되어 살아가는 와중에 하필이면 한국인 주인공이 요괴들의 구역으로 떨어집니다. 여우 요괴에게 간병비를 빚진 주인공은 죽지 않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택한 방식은 포장마차에서 한국 요괴들을 상대로 한식을 파는 것이었습니다.

 

굉장히 독특한 아트워크가 특징인 비주얼 노벨입니다. 그래픽 디자이너가 원래 게임 업계에서 종사하던 분이 아니라던데 그것이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VA-11 Hall-A, 커피 토크를 재밌게 즐기셨던 분들이라면 기대해 봄 직한 게임입니다.

 

 

 

안아줘요 동물맨션(퍼즐)

부스부터...

 

 

게임까지...... 귀엽지 않은 부분이 없다!!!!!!!!!!!!!!!

온라인(카카오톡 이모티콘)과 오프라인(팝업 스토어)을 모두 정복한 바들바들 동물 친구들이 이제는 게임 업계까지 제패하러 나섰습니다. 부드라미 작가의 이모티콘 '바들바들 동물콘'에 등장하는 동물 친구들이 거주하는 맨션의 관리사무소장이 되어 위기(?)를 해결해 나가는 게임입니다.

 

프롤로그부터 데모 버전 빌드의 마지막 장면이 끝날 때까지, 단 한 순간도 귀엽지 않은 부분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맨션 이름이 '안아줘요 맨션'일까요. 어덯게 울면서 안아달라고 말하는 날다람쥐에게 대답할 수 있는 선택지가 "사탕 먹을래?"와 '안아준다.'일까요! 플레이하는 내내 바보 같은 웃음이 실실 새어 나오는 바람에 한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있어야 했습니다.

 

 

소셜 게임 조금 해본 분들이라면 매우 익숙할 만한 화면.

다만 게임성 자체에는 이렇다 할 차별화된 점이 없습니다. 퍼즐 기반의 소셜 게임 조금 해보신 분들이라면 매우 익숙할 만한 퍼즐이 플레이하는 내내 등장합니다. 다만 애초에 '안아줘요' 날다람쥐와 그 친구들이 등장한다는 점이 최대 메리트인 게임이므로 별 상관이 없을 것 같기는 합니다. 지난 11월 27일부터 텀블벅 후원을 개시한 안아줘요 동물맨션은 12월 2일 오전 2시 4분 기준 목표금액의 366%를 후원받는 데 성공했습니다. 

 

 

 

Anidu(2인용 온라인 협동 퍼즐 게임)

어렵고 귀엽다!!

각자 저마다의 기믹을 갖고 있는 동물 인형 캐릭터 네 개를 활용해 퍼즐을 풀어나가는 플랫포머 게임입니다. 도트 그래픽 기반의 귀여운 비주얼과 상반된 무시무시한 난이도를 자랑합니다. 튜토리얼 클리어에만 9~10분이 걸림은 물론, 첫 스테이지에서부터 여러 번씩 죽는 '킬러 구간'이 등장합니다. 뇌지컬을 요구하는 게임입니다.

 

저는 이런 류의 두뇌 게임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Anidu만큼은 구입할 예정입니다. 왜냐하면 비주얼이 '퍼즐 게임이네' 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제 취향이라서요... 온라인 플레이를 통해 퍼즐을 깨는 것이 가능한 만큼 친구와 함께한다면 진입장벽이 조금 덜해질 것 같기도 합니다.

 

 

 

길고양이 이야기2(어드벤처, 퍼즐)

귀엽다!!!!!

창밖에서 날아다니던 나비를 잡으려고 언니네 방에서 뛰쳐나왔다가 그 길로 길고양이가 되어버린 애완묘 '시나몬'의 이야기를 그린 RPG입니다. 잔잔하게 즐길 수 있는 롤 플레잉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분들께 강력 추천합니다. 지난해 텀블벅 프로젝트 후원을 개시했을 때 PC 버전과 스위치 버전을 출시하겠다 했으나, 아직은 PC 버전(스팀·스토브)으로만 나온 상황입니다. 저는 스위치 버전이 나오면 그때 구매하려 합니다.

 

 

 

Pizza Bandit(3인칭 슈팅 게임)

게임을 실행하다자마자 '이게 인디 게임이라고?!'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되는 비주얼을 가졌습니다.

'피자 바'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현상금 사냥꾼인 플레이어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현상금이 걸린 임무를 완수하는 게임입니다.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이 빛나는 고층 빌딩 숲의 비주얼은 사이버펑크 2077을 연상케 합니다. 아마도 인과가 뒤바뀌는 과정에서 태어났을 좀비 같은 모습의 몬스터들, 그리고 최대 4명의 유저가 함께 이들을 무찌르는 플레이는 레프트 4 데드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한 두 게임은 각각 CD PROJEKT와 밸브 코퍼레이션이라는 메이저 개발사서 제작한 게임입니다. 피자 밴딧을 제작 중인 조프소프트는 여섯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인 인디 개발사입니다. AAA 게임을 연상케 하는 퀄리티의 게임을 인디 개발사가 제작했다는 점 하나만으로 취향이 맞지 않더라도 주목할 법합니다.

 

 

 

폴라 펭귄 포스트(택배 배달 시뮬레이션, 퍼즐)

비주얼이 정말 아기자기하고 귀엽다!

스팀의 상품 페이지에 의하면 폴라 펭귄 포스트는 '얼어 붙어가는 도시 국가 '윈터마운틴'에서 펭귄 택배회사 '폴라 펭귄 포스트'를 운영하는 퍼즐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텀블벅에서는 본 게임에 대해 '펭귄들이 윈터마운틴을 종횡무진 누비며 택배를 배달하는 '택배 배달 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플레이해 본 결과 윈터마운틴에서 펭귄을 조작할 수도, 택배를 직접 배달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저 택배사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주문한 물건이 파손되지 않게끔 신중히 가방을 채우는 것이 전부인 퍼즐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진부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게임의 전부'인 퍼즐이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우선 소재가 참신합니다. 테트리스 하듯 택배 포장을 하는 모습을 퍼즐 게임의 방식으로 구현한 것이 실제 경험을 연상케 합니다. 비주얼이 굉장히 미려합니다. 평소 퍼즐 게임에 이렇다 할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잠깐 멈춰 서서 어떤 게임인지 구경하게 만들 정도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좋은 퀄리티의 퍼즐과 시너지를 일으켜서 멋진 게임으로 만들어줍니다.

 

 

 

블랙아웃(4인 코옵 좀비 슈터)

도트 그래픽의 2D 플랫포머, 그러나 오히려 3D TPS보다 정교한.

좀비가 창궐한 세계의 특수부대원이 되어 임무를 수행하는 도트 그래픽의 2D 플랫포머 슈팅 게임입니다. 원거리 공격을 한다는 점이 다를 뿐인 2D 플랫포머 게임일 줄 알았지만, 실제 게임은 정반대였습니다. 앞서 소개한 Pizza Bandit을 연상케 하는 '슈팅 게임'입니다. Pizza Bandit와 마찬가지로 4인 코옵 또한 지원합니다.

 

한국콘텐츠협회와 게임개발자협회가 직접 주관하는 게임 공모전인 2023 GIGDC(글로벌 인디 게임제작 경진대회)의 제작 부문에서 대학부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개발자 전원이 대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퀄리티의 게임을 제작했다는 점에서 더욱 대단합니다. 

 

 

 

RP7(슬롯-매니징 로그라이크)

제발 정식 출시할 때 아케이드 스틱도 함께 팔아줘~!

올해 초 글로벌 게임 행사인 타이베이 게임쇼에서 인디 게임 어워드 2023 베스트 이노베이션 부문을 수상하며 화제가 됐던 게임입니다. 게임이 시작되면 캐릭터는 7칸의 필드를 자동으로 움직입니다. 이 과정에서 마주치는 적은 자동으로 쓰러뜨리며, 적의 형태에 따라 방어막이나 HP가 알아서 차감됩니다. 플레이어는 이 캐릭터가 죽지 않도록 필드에서 어떤 아이템이 나오게끔 끊임없이 필드 아래의 슬롯을 돌립니다. 위 사진의 하단에 촬영된 레버를 당겨서 말입니다.

 

키보드(Z, X, C, V, B, N, M)로도 슬롯을 돌릴 수 있지만 레버의 손맛이 굉장합니다. 정식 출시할 때 제발 한정 판매 형식으로라도 레버를 함께 판매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SKID(레이싱)

이게 인디게임이라니!

특정 프랜차이즈가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함에 따라 갈수록 신작이 나오지 않고 있는 분야이기에 더더욱 반가운 게임이었습니다. 개발자들이 자신 있게 데스크탑 모니터로도 즐겨보라고 권유할 만큼 훌륭한 그래픽부터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드리프트&부스터 시스템, 그리고 경쟁 차량과의 거친 몸싸움까지. 여러모로 모바일 레이싱 게임계의 절대강자인 아스팔트를 연상케 하는 게임입니다. 레드비버 2023에서 만나본 SKID는 아직 정식 출시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보인다는 인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게이머들이 찾아와 즐길 만큼의 매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앞으로가 상당히 기대됐습니다.

 

 

 

스탠드 얼론(로그라이크 액션)

처음으로 스팀덱을 만져봐서 좋았습니다*^^*

속도감 있는 전투, 다양한 스킬 조합, 그리고 풍부한 파고들기 요소를 강점으로 내세우는 플랫포머 로그라이크 액션 게임입니다. 상반기에 개최됐던 플레이엑스포에 출품했을 당시부터 빼어난 완성도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개발팀 리퓨엘(LIFUEL)은 '개발자의 생명력을 연료처럼 태워 가며 만들고 있다'라며 고퀄리티의 비결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확실히 직접 플레이해 보니 과연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데스크탑 PC도 게이밍 노트북도 아닌 '스팀덱'만으로 모든 시연을 진행 중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부스 앞에는 '플레이 가능 - 왜 완벽 지원되는지 개발자도 모름'이라는 문구가 당당히 적혀 있었습니다. n개월째 윈도우 기반의 게이밍 UMPC를 구매할까 말까 고민 중이었기에 게임 시연 외적으로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더 에디터(추리)

언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게임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추천해 보고픈 게임이었습니다.

가파른 폭으로 독자들의 신뢰와 판매 수익을 잃어가고 있는 메이저 신문사의 편집장이 되어 데스크 업무를 보는 게임입니다. 개인적으로 언론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편이기에 재미있게 플레이했습니다.

 

 

 

The Tainted Lands(RPG)

처음에 부스를 지나가다가 어느 고전 게임을 해상도만 리마스터해서 출품한 줄 알았습니다^^;

올드스쿨풍 턴제 전술 RPG입니다. 최신 롤 플레잉 게임의 모든 경향성을 제외한 채 8~90년대 서양 RPG의 정수만을 담아온 모습이었습니다. '이 분야의 덕후'라면 정말 두 팔을 벌려 환영하며 플레이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Tainted Land의 개발팀인 아레테게임즈는 TRPG와 미니어처 게임을 즐기던 동호회에서 시작한 회사라고 합니다. 

 

 

 

금요일 하루 동안 오프라인 전시관을 돌아다니며 받은 굿즈들*^^*

이날 제가 오전 10시부터 폐장 직전까지 방문한 부스는 어림잡아 스무 곳에서 25군데 정도였습니다. 많아 봤자 전체 참여 부스의 절반의 절반밖에 안 되는 수준입니다. 주말에는 일정이 있어 방문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큰 아쉬움은 없습니다. 스마일게이트의 인디게임 플랫폼 '스토브인디'의 회원이라면 '버닝비버 온라인 전시관'에서 10일까지 오프라인 전시관에서 시연 중인 데모 버전 빌드 게임들을 모두 플레이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게이머를 위한 축제인 셈입니다.

 

다만 개발자 앞에서 게임을 즐기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개발자와 개발자 혹은 개발자와 투자자 간의 대화를 듣는 과정에서 나오는 오프라인 전시관만의 가치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게임을 사랑하시고 주말에 별다른 일정이 없는 분들이시라면 한 번쯤 방문해 보시는 것을 강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