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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겜링커 서포터즈 1기

국산 인디게임 신작 '서바이벌 아카데미', 선행주자 뱀파이어 서바이벌·탕탕특공대와의 차이점은?

로그라이크도 캐주얼 게임 전성시대, 다음 대표 주자는 서바이벌 아카데미


서바이벌 아카데미는 뱀파이어 서바이벌이 PC 게임 시장을, 탕탕특공대가 모바일 게임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상황 속에서 출시되었습니다. 캐주얼 로그라이크 장르의 개척자 역할을 했던 뱀파이어 서바이벌·대기업의 자본을 등에 업고 출시됐던 탕탕특공대와 달리, 서바이벌 아카데미는 국산 중소기업에서 내놓은 후발주자 게임입니다. 선행주자와 비교했을 때 '서바이벌 아카데미'만의 강점이 없다면 곤란합니다.

 

그래서 직접 세 게임을 플레이하며 비교해봤습니다. 과연 서바이벌 아카데미는 굳이 뱀파이어 서바이벌, 탕탕특공대 대신 구매해서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 게임일까요? 라이트 게이머를 사로잡을 수 있는 요소가 존재할까요? 캐주얼 로그라이크 장르를 미리 접해본 게이머들에게도 만족감을 심어줄 수 있을까요?

 

 

좌측부터 차례대로 뱀파이어 서바이벌, 탕탕특공대, 서바이벌 아카데미. 이미지 클릭시 커집니다.

서바이벌 아카데미의 기본적인 포맷 자체는 선행주자 뱀파이어 서바이벌, 탕탕특공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① 다방면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몬스터가 몰려오는 필드 위에서 일정 시간 동안 생존하며 ② 몬스터가 드랍하는 경험치로 레벨업함으로써 캐릭터의 스킬을 레벨업하고 ③ 마지막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를 무찔러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에게 요구되는 작업은 '자동으로 공격하는' 캐릭터를 움직여 몬스터의 공격을 피하고 ② 캐릭터가 레벨업하면 무작위로 주어지는 스킬 세 개 중 마음에 드는 하나를 선택하는 것뿐입니다.

 

정말 간단한 게임성을 가졌지만 이 '간단함'이 대표작 하나 없던 유럽의 인디 게임사를 스타덤에 올려줬고, 궁수의 전설(2019)라는 히트작을 배출한 중국의 모바일 게임사에게 돈다발을 안겨줬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신생 게임사 역시 서바이벌 아카데미로 날개를 펴고자 합니다.

 

물론 세 개임 모두 플레이어로 하여금 선택을 고민하게 만드는 차별점이 있습니다. 우선 비주얼부터 크게 다릅니다. 뱀파이어 서바이벌은 20세기 후반 비디오 게임 시장을 호령했던 코나미의 고딕 호러 액션 게임 캐슬바니아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도트 그래픽입니다. 레트로 게임에 향수가 있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지만, 그 시절의 추억이 없다면 다소 구식이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탕탕특공대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유행하는 미니멀하고 가시성 좋은 그래픽을 가졌습니다. 휴대전화로 플레이하기에 무리가 없는 깔끔한 그래픽이지만, 대신 화려함이 부족해 장시간 플레이하기에는 밋밋합니다. 서바이벌 아카데미는 두 게임의 장점을 모두 가져왔습니다. 얼핏 봤을 때는 귀여운 SD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캐주얼한 모습이지만, 전투 과정에서의 화려한 이펙트가 잠시도 눈을 심심하게 두지 않습니다.

 

 

 

서바이벌 아카데미의 등장 캐릭터와 강화 가능 능력치는 뱀파이어 서바이벌에 비해 가짓수가 적습니다. 대신 각 스테이지별로 요구되는 조합을 찾아야만 합니다.

게임 내적인 부분에서도 전체적인 틀'만' 같을 뿐, 자세히 파고들면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탕탕특공대는 상위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과금'을 요구합니다. 뱀파이어 서바이벌은 플레이어가 원하는 조합으로 각 레벨을 공략할 수 있지만, 대신 정말 많은 요소를 신경 써야 합니다. 서바이벌 아카데미는 플레이어블 캐릭터와 강화 가능 능력치의 가짓수가 뱀파이어 서바이벌에 비해 적지만, 대신 각 스테이지별로 게임에서 요구하는 조합이 있어 이를 찾아내야만 합니다. 

 

탕탕특공대는 어플리케이션의 설치와 플레이 자체에는 별도의 결제를 요구하지 않지만, 대신 인게임 재화를 현금으로 판매하는 부분 유료화 모바일 게임입니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더 많은 유저가 인게임 재화를 구매할수록 이득이므로 '결제 없이는 사실상의 상위 난이도 공략이 불가능하도록' 설계됐습니다. 뱀파이어 서바이벌·서바이벌 아카데미와 달리 롤 플레잉 게임처럼 캐릭터의 능력치를 영구적으로 올려주는 장비 아이템이 존재합니다. 이 아이템은 인게임 재화를 요구하는 랜덤 박스를 통해 획득할 수 있으며, ① 게임에서 제공하는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30초짜리 광고를 시청하거나 현금 결제를 함으로써 얻을 수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현금 결제를 통한 재화 획득이 가장 높은 효율을 자랑합니다. 탕탕특공대는 이 과금 구조로 리니지급 매출을 올렸습니다. 달리 이야기하자면 지갑이 얇은 젊은 유저들에게 부담스러운 공략법을 요구하는 셈입니다.

 

뱀파이어 서바이벌은 40개의 캐릭터, 열아홉 가지 능력치, 그리고 21개의 강화 요소를 신경 쓰며 플레이하는 것이 요구됩니다. 각 캐릭터는 모두 다른 능력치와 고유 스킬을 갖고 있으며, 해금하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골드(인게임 재화)를 지불해야 합니다. 21개의 강화 요소는 모든 캐릭터가 동일하게 공유하지만 한 번의 강화에 만만치 않은 양의 골드를 요구합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게임 한 판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골드의 양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결국 유저들은 보유하고 있는 재화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 속에서 다양한 투자 선택지를 놓고 고민해야 하며, 이 과정을 통한 나만의 독자적 캐릭터 구축으로 게임을 공략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심플해 보이지만, 실은 굉장히 하드코어한 게임성을 자랑하는 게임이죠.

 

서바이벌 아카데미 역시 귀여운 그래픽과 상반되는 깊이 있는 게임성을 가졌습니다. 다만 뱀파이어 서바이벌과 달리 '자유로운 성장을 통한 공략'이 아닌 '게임이 요구하는 파훼법을 찾아내는 방식의 공략'입니다. 서바이벌 아카데미는 (얼리 억세스 게임인만큼 추후 업데이트를 통한 추가가 있을 수도 있으나) 총 네 개의 플레이어블 캐릭터와 14개의 강화 요소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각 캐릭터들이 강화 현황을 공유하지는 않지만, 인게임 재화의 획득 난이도가 앞서 출시된 두 게임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에 빠르게 캐릭터를 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뱀파이어 서바이벌과 달리 각 스테이지별로 플레이어에게 요구되는 캐릭터&스킬셋 조합이 있습니다. 이 조합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제아무리 캐릭터를 '엔드 스펙'까지 강화한다 할지라도 클리어가 매우 어렵습니다. 게임사 관계자는 커뮤니티에서 "각 스테이지별로 요구되는 조합식을 알아가는 과정이 서바이벌 아카데미만의 재미"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귀여운 그래픽만 보고 얕봤다가는 큰 코 다친다.

캐주얼해 보이지만 실은 심플함과 화려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그래픽. 겉보기에는 플레이어에게 자유도가 없어 보이지만 클리어를 위한 조합식을 찾다 보면 몇 시간이 훌쩍 가버리는 공략법. 서바이벌 아카데미는 이러한 장점이 모두 맞물려 '한 번 켜면 한 시간은 기본인 게임'이 되었습니다. 물론 '뱀서'와 '탕탕특공대'도 대단한 매력을 가진 게임이지만, 서바이벌 아카데미 역시 그 사이에서 자신의 강점을 당당히 어필할 수 있는 게임처럼 보입니다.

 

게다가 저렴하기까지 합니다. 탕탕특공대는 한 번 제대로 과금을 시작하면 n만원은 기본입니다. 뱀파이어 서바이벌은 각종 게임 플랫폼에서 4.99달러에 판매 중입니다. 서바이벌 아카데미는 스팀에서 3800원의 가격에 만나볼 수 있습니다.

 

서바이벌 아카데미는 굳이 뱀파이어 서바이벌, 탕탕특공대 대신 구매해서 플레이할 가치가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라이트 게이머를 사로잡을 수 있는 요소가 존재했고, 캐주얼 로그라이크 장르를 미리 접해본 게이머들에게도 만족감을 심어줄 수 있었습니다. 국산 인디게임 신작 서바이벌 아카데미, 강추합니다.

 


 ㈜오락공작소에서 주관한 한컴링크 게임 서포터즈에 선정되어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