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책 6

후기/책
롤리타 (1955) : 험버트 험버트처럼, 우리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에게

주간 시사잡지 에 실린 헌책방 사장님의 글 〈롤리타〉가 아니라 〈로리타〉를 읽고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독특한(혹은 민감한) 소재를 천연덕스럽게 다루는 소설이라는 점에서도 끌렸다. 페도필리아를 지칭하는 로리타 콤플렉스의 기원이 되었다는 것은, 한 권의 소설책이 그만큼 세계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몰고 왔다는 뜻 아닌가. 그러니 딱히 의 문학적 가치에 대한 커다란 기대를 품고 독서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막상 독서를 시작하고 나서는 작가의 미려한 문체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주인공 '험버트 험버트'가 '롤리타'를 비롯한 어린 여자아이들을 '님프'라고 부르며 자신의 쾌락을 충족하기 위해 탐미하듯이, 나 역시 작품 속에서 '험버트 험버트'가 자신의 소아성애적 성벽을 아름답게 포장하기 위해 사용하는 미사여구를 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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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 (2021)

책 제목만 보고 오늘날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차별이 정치가 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혐오와 차별이 '어떻게' 정치가 되는지 설명해주는 책은 아니다. 극우 성향의 정치인들이 혐오와 차별을 정치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려버린 뒤 그들의 역사에 대해 기술하는 책이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책을 덮은 뒤 아무리 생각해봐도 번역하는 과정에서 제목을 자극적으로 바꿨을 것 같아 찾아보니, 원제는 한역판과 전혀 다른 였다. 일련의 배신감을 느꼈다. 물론 내가 제목만 보고 호기심이 들어 책을 주문하기는 했고 또 내용 또한 정치에 대해 다루는 서적 치고 딱딱하지 않아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가십거리 소비형 유튜브 채널식 제목 짓기가 아닌가. 자극적인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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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야구 2021년 3월+4월호 (제6호)

SNS 지인에게 운 좋게 우리야구 제6호를 받았다. 지난 과월호를 상당히 재밌게 읽었기에 이번 잡지도 은근히 기대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유익한 내용으로 꽉 차 있었다. 혼자 밑줄 치고 공책에 감상문을 쓰는 데 그치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블로그에도 인상 깊었던 구절과 느꼈던 생각을 끄적여본다. ■ 김광영 천안북중 야구부 감독 "삼진 먹어! 초구부터 쳐! 볼 쳐도 돼!" 아마야구에서 알류미늄 배트가 아닌 나무 배트를 사용하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부터, 괴물 신인이 쏟아져나오기 전인 2010년대 중반까지.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좀처럼 '거포 신인'이 등장하지 않았다. 특히 2010년대 초반에는 배영섭(2011년, 홈런 2개)부터 시작해서 서건창(2012년, 1홈런)을 거쳐 박민우(2014년, 1홈런)까지,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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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 외 9편 (김승옥)

김승옥은 1960년대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소설들은 6·25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지 못한 상황에서 급진적인 산업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과도기의 대한민국을, 당시의 서울이 얼마나 혼란스러운 도시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김승옥의 소설에는 가식이 없다. 김승옥의 소설 속 주인공은 그저 주된 서술자일 뿐, 작품 속 ‘주인공’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우리와 같이 소시민으로서 하루하루를 근근히 살아갈 뿐이다. 불가항력의 시련 앞에서 좌절하고 권력에는 굴복하는 유약한 인물이다. 그럼으로써 김승옥의 소설은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그 무엇보다 사실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김승옥 특유의 만연하는 듯한 문체는 그가 말하고 싶은 바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 누구도 주변인에게 관심 가지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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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에 답이 없어요(2019)

작년 여름부터 선바의 영상을 챙겨보기 시작했다. 주니어 네이버 게임을 플레이하는 스트리머가 있다길래 흥미가 생겨 찾아봤는데, 그때부터 푹 빠져서 심심하면 유튜브에 선바를 검색하는 순돌이가 되었다. 이미 야구에 인생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에 생방송까지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스트리머가 직접 썼다는 책을 살 정도로는 좋아했다. 개인적으로 표지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디자인은 둘째치고 '희망으로 2행시? 희희, 망했다'라는 문구가 정말 구매 욕구를 떨어트렸다. 마치 선바의 유튜브 채널 같았다. 선바가 주니어 네이버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에도 유튜브에서 그의 영상이 추천 영상으로 뜬 적이 있었지만, 마치 화난 피망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 담겨있는 썸네일에 화들짝 놀라 몇 번이고 지나쳤다. 이 책도 그렇다. 순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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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전문가들이 인정한 책이라고요?' 틀린 정보 투성이었던 프로야구 스카우팅 리포트 2018

며칠 전, 여름동안 공부할 만한 책을 구매하기 위해 서점에 들렸다가 2018년판 프로야구 스카우팅 리포트를 구매하지 않았던 것이 떠올랐다. 이번 시즌이 어느덧 절반 가까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지금 이 책을 사봤자 현 시점과는 다른 내용이 많을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렴 어떠한가? 자고로 프로야구 스카우팅 리포트는 심심할 때 책을 펴고 선수들에 대한 분석글을 읽어보며 '이야, 어제 우리팀 상대로 나와서 못했던 선수가 원래 이런 선수구나?', '이 선수는 작년 시즌이 끝났을 시점에는 이런 평가를 받았는데 지금은 이렇네?'따위의 생각을 하며 읽는 것도 재미있는 법이다. 때문에 많이 뒷북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프로야구 스카우팅 리포트 2018을 구매했고, 오늘 낮에 비로소 읽어보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