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야구

21.10.29 고척 KT-키움전 직관 후기(정규시즌 마지막 홈 경기)

지긋지긋했던 시간아 이젠 안녕~!

  사정이 있어서 반년 동안 직관을 하지 못했다. 마지막 직관이었던 지난 4월에도 운이 좋아서 야구를 볼 수 있었던 거지, 하마타면 거의 2년 가까이 야구를 보지 못 할 뻔했다. 지난주 목요일부터 야구를 볼 수"는" 있게 됐는데, 이것저것 정리하고 준비할 일이 많아 정신이 없어 직관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 2년 동안 2019년의 찬란한 기억이 추억으로 변해감에도 다가올 미래에는 전혀 준비되지 않은 히어로즈의 모습을 보며 환멸했던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사실 직관은 둘째치고 중계방송도 거의 보지 않았던 것이 근 2시즌이었다.

  그러던 중 인터파크 어플에 들어갔다가 야구 일정도 확인해봤는데 이번 주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주간이었다. 일정을 확인하던 당시에 키움은 매 경기 무기력하게 털린 끝에 6위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내년에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직관할 시·공간적 여유가 없다. 자칫 잘못했다간 또 1년 넘게 야구장을 못 가겠다는 생각에 호다닥 예매하고 구일역으로 향했다.

 

 

 

가을이 가을 같지 않아서 5시만 넘어도 뉘엿뉘엿 해가 진다. 노량진역 승차장에서 땅거미 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문득 목동구장의 노을 녘이 떠올랐다.

 

 

지난 4월에도 아마 영업을 하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던 구일역 앞 미니돔 가게가 사라져있었다. 비록 여기서 파는 치킨이나 음식 따위가 값도 맛도 애매했지만, 그래도 많이 사 먹었던지라 적잖이 아쉬웠다.

 

 

정규시즌 홈 경기 최종전+KT 위즈의 창단 첫 1위 여부가 걸린 경기라서 그런지, 비인기 팀 대결임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앞이 북적거렸다!

 

 

반년 만에 찾아왔고 반년 넘게 찾아올 일 없을지도 모르는 야구장이니, 최대한 많은 추억을 안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6월에 출시된 동글이 인형도 사고~! 핑크 응원봉도 구매하고~! 여러모로 과소비했다!

 

  코로나 시국이라 육성 응원을 하지 못한다. 이 점이 KBO리그에 있어 굉장한 악재라고 생각해왔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한국 프로야구의 최대 흥행 요소는 선수들의 빼어난 실력도,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의 존재 여부 따위도 아닌 관객의 함성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고층 빌딩 너머로 사라지는 노을을 등지고 그라운드 주면을 관람객으로 가득 메운 야구장. 투수의 손을 떠난 야구공과 타자가 힘껏 휘두른 방망이가 맞닥뜨리며 내는 파열음 소리. 그리고 목 놓아 응원하며 상황을 지켜보던 관객들의 환희 혹은 절망에 가득 찬 포효. 그런 광경이 바로 MLB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크보의 매력이라고 여겼다. 제아무리 한심한 경기력을 보이는 팀이라도 팬들의 호응만 있다면 '유쾌한 개그팀'으로 포장된다. 반면 특정 팀이 압도적인 전력으로 리그를 씹어먹는다 해도 이를 지켜보는 사람이 없다면 그것은 의미 없는 공놀이일 뿐이다.

  한편 코시국의 KBO리그는 관객의 야구장 출입이 가능하나 일부만 입장이 가능하며, 육성 응원조차 불가능하다. 그러니 과연 직관이 재미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재밌었다. 엄청 재밌었다! 핑크색 플라스틱 봉을 붕붕 휘두르며 방방 뛰어다니는 것이 세상 즐거웠다. 다른 팬분들을 살펴보니 소리치지 못하는 만큼 격렬하게 핑봉을 흔드시는 분도 계셨고, 보자기를 절도 있게 펄럭이는 분도 계셨다. 그야말로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다.

  얼마나 응원 분위기가 후끈후끈했으면 보통은 조용히 관람만 하는 좌석 사람들도 덩달아 응원하고, 함께 직관하러 데려온 야알못 친구가 양팔을 휘적이며 치어리더의 동작을 따라 할 정도였다. 끝나고 나오면서 물어보니 야구는 잘 모르겠고 응원하는 것은 엄청 재밌었단다. 대박스

 

 

 

경기 도중 사이버ㅡ키움팬 친구분께 받은 부채 두 쌍. 

 

 

경기는 키움쪽으로 기울고... 마운드에는 조상우.

  속상할 일 하나 없던 경기였지만 조상우가 마무리투수로 등판했을 때는 많이 속상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던 조상우는 150km/h 중반대 광속구를 가볍게 던지던 KBO리그 최고의 파이어볼러였는데, 그 모든 혹사를 겪은 끝에 이제는 140km/h 초중반대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가 되고 말았다...

  요즘 군 생활 할 만 하다던데 18개월 스근히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2016년의 김상수와 이보근처럼 멋진 모습으로 돌아와서 영웅군단의 통산 네 번째 우승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왜 네 번째 우승이냐면 올해부터 23년까지 3년 연속 우승할 거라서 그렇다.

 

 

 

강백호를 2땅으로 잡아내며 경기 종료~!

 

 

경기 종료 후 관중들과 선수단이 다함께 정규시즌 결산 영상을 봤다. 평소 큠튜브 퀄리티를 생각하면 다소 급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월욜날 와카전도 보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