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 외 9편 (김승옥)
김승옥은 1960년대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소설들은 6·25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지 못한 상황에서 급진적인 산업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과도기의 대한민국을, 당시의 서울이 얼마나 혼란스러운 도시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김승옥의 소설에는 가식이 없다. 김승옥의 소설 속 주인공은 그저 주된 서술자일 뿐, 작품 속 ‘주인공’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우리와 같이 소시민으로서 하루하루를 근근히 살아갈 뿐이다. 불가항력의 시련 앞에서 좌절하고 권력에는 굴복하는 유약한 인물이다. 그럼으로써 김승옥의 소설은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그 무엇보다 사실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김승옥 특유의 만연하는 듯한 문체는 그가 말하고 싶은 바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 누구도 주변인에게 관심 가지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