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후기/단막극

오영진 - 정직한 사기한(1949)

  작가인 오영진 씨는 해방 전에는 국산품 장려운동을 벌이던 아버지와 함께 민족운동을 하였으며, 해방 후에는 공산주의 사상에 호의를 가졌다가 공산당의 행보에 좌절감을 느끼고 왈남하였다. 그렇기에, 그의 희곡에서 드러나는 자본주의 체제 남한의 사회상에 대한 비판은 '북한이 답없음에도 불구하고' 남한도 어지간한 노답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신뢰가는 증언이 간다.


  본 작품이 처음 발표된 시기는 1949년. 작가는 제 1회 남녀 대학 연극 대회에 참가해 시공관에서 본 작품을 초연하기 약 1년 전에 북한이 파견한 것으로 보이는 인물에게 총격을 받았다고 알려져있다. 북한의 체제에 실망해 월남하였으며 이 행위로 보복을 당한 것일지도 모르는 인물. 이러한 사람이 남한으로 넘어와, '갓 한국에 온 사람'의 시선에서 담아낸 광복 직후의 남한이 '정직한 사기한'에 잘 드러나있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인물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단막극이었다. 집단적으로 위조 화폐를 만들어 유통을 시도하면서 겉으로는 회사원들인 척하는 사기꾼 가족, 정직하고 근면한 남자가 이상형이지만 그런 이가 희생당하는 것을 지켜만 보는 등 입으로만 이상을 읊는 사원 정, 죄라고는 남들을 의심하지 않으며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것뿐인 청년, 그리고 사장에게 정사를 위한 방을 따로 계약할 것을 추천하고 남들이 시선이 닿지 않을 때에는 절도도 서슴치 않는 관리인까지. 흔히들 속된 말로 '헬조선'이라고 부르는 21세기 오늘날에도 공감할 수 있는 인간군상을 모두 담아놓은 희곡이었다.

'후기 > 단막극'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강백, 「결혼」(1973)  (0) 2018.10.08
윤조병 - 건널목 삽화(1970)  (0) 2018.09.18
윤대성 - 출발(1967)  (0) 2018.09.17
신명순 - 전하(1962)  (0) 2018.09.10
박조열 - 관광지대(1963)  (0) 2018.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