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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단막극

이강백, 「결혼」(1973)

  「결혼의 작가인 이강백씨는 1971동아일보신춘문예에 희곡 다섯이 당선된 이후 평생을 전업극작가로 활동하며 희곡계에 몸담고 계신 분이다. 이강백 작가의 작품들은 대게 우의적 기법으로 일관되며, 이로써 현실의 정치논리에 초점을 맞추고 그 생리와 작동원리를 드러내거나 물질적 현란함과 가시적인 것들을 비판하고 진실이나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을 다루는데, 결혼은 후자로 분류된다.

  「결혼1074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이강백은 1970년대 작품에서 눈으로 확인이 불가한 권력에 의해 개인들의 생활 전반이 지배당하는 구조를 드러냄으로써 지배권력의 구조와 생리를 비판했으나, 이는 결혼과는 상관 없는 이야기이다.

 

  「결혼의 특징으로 들 점은, 작가 노트에 적혀있는 본 작품의 무대 설정이다. 작가는 무대의 공간적 배경을 매우 간소하게 설정함으로써 단막극의 성격에 맞게끔 하였고, 대신 등장인물들과 관객을 십분 활용하여 허전한 무대의 공간적 배경에서 오는 문제점을 메워냈다. 그 결과 심플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극이 되었다.

  알레고리를 이용한 우의적 기법이 본 작품의 가장 두드려지는 매력이 아닌가 싶다. 알레고리란 특정 대상을 다른 것으로 비유하여 간접적으로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본작에서는 남자여자를 속이기 위해 여기저기서 빌려온 값나가는 물건들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작품 속 남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여자를 유혹할 수단들을 하나하나 잃어갈수록 여자에 대한 사랑이 깊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여자또한 남자가 부유한 모습으로 자신을 속일 때에는 갈피를 잡지 못하나, 빈털터리가 된 남자가 자신에게 구애하자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로써 작가는 보이지 않는 요소의 소중함을 보이고 있다.

 

  유일하게 아쉬웠던 점은, 작품이 발표된 지 30년을 넘긴 만큼 구시대적인 이야기 역시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특히 남자가 관중들에게 담배를 빌릴 때 담배 브랜드를 말하는 장면이 그러한데, 오늘날 본 작품을 공연하겠다고 계획한다면 이러한 요소들을 시대적 배경에 맞게 수정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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