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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소프트웨어

메이플2를 모바일로 프로듀싱한 표절 게임, 프로듀스 판타지

(이미지 출처 : 프로듀스 판타지 사전예약 홈페이지)

  지난 5월 14일, 모바일 MMORPG 게임 프로듀스 판타지(원제 영원도)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영웅들의 조합', '방 꾸미기 기능', '연인 시스템', '코스튬 시스템' 등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감성 판타지 RPG'를 자처한 본 게임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기 약 한 달 전부터 유튜브와 각종 사이트에 홍보를 하며 뭇 게이머들의 이목을 끌었다.

  다만, 프로듀스 판타지가 게이머들에게 관심을 받은 것은 훌룡한 게임성 때문도, 혹은 인기인을 홍보모델로 한 공격적인 마케팅 때문도 아니었다. 국산 MMORPG 게임 '메이플스토리2'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그대로 옮겨 담은 것 같은 모습 때문이었다. 

 

#메이플스토리2 카피캣

좌측은 프로듀스 판타지, 우측은 메이플스토리2. (이미지 출처 : 내 컴퓨터)

  하나하나 비교해가며 어떤 부분이 메이플스토리2를 배꼈는지 논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프로듀스 판타지는 SD 체형의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정육면체 형태의 외관으로 대표되는 그래픽부터 시작해서 깊게는 유저 인터페이스, 스킬 효과음까지 베낄 수 외적 요소는 전부 다 베꼈다. 이로 인해 흥미를 갖고 게임을 접한 메이플스토리2 유저들도 적잖이 존재할 정도이다.

 

#메이플스토리2보다 못 만든 게임

(이미지 출처 : 네이버)

  메이플스토리2는 못 만든 게임이다. 우선 제목에서부터 '스토리'라는 단어가 들어가지만, 정작 스토리는 조금도 좋게 봐줄만한 요소가 없다. 그래픽도 좋게 말해서 개성이 있는 것이지, 2019년 기준으로 봤을 때 결코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다. 여기에 게임 엔진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최적화가 매우 안 되었기 때문에 그 뛰어나지 않은 그래픽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오픈 초기에 강점으로 내세웠던 수많은 콘텐츠들은 개발진의 역량 부족으로 인해 대부분 버려져있으며, 그렇다고 해서 남아 있는 콘텐츠가 괜찮냐면 그것도 아니다. 2016년 말부터 2018년 여름까지 긴 시간을 투자해 개편한 게임 스토리는 좋게 말해서 '카트라이더'의 시나리오 콘텐츠와 비교해도 될 정도로 매력적이지 않고, 거의 유일하게 꾸준히(?) 패치되고 있는 PVE 콘텐츠의 경우 지난겨울 대규모 패치 때 추가된 4개의 던전 중 세 곳의 보스 몬스터가 기존에 있던 몬스터(발록, 자쿰, 인페르녹)라는 점이 모든 것을 대변해준다.

메이플스토리2보다 타격감이 없다.

  그런데 프로듀스 판타지는 그런 메이플스토리2보다 더 못 만든 게임이다. 하루에 하나씩 나오는 것만 같은 중국산 양산형 모바일 MMORPG 게임에 메이플스토리2 스킨만 입힌 것 같다. 스토리는 '황국'과 '신성 세력'의 대립이 주가 되는 이야기로 이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이를 덮을 정도로 액션성이 좋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빈약한 스킬 이펙트와 이를 맞는 적 NPC의 반응, 그리고 벽에다 종이 뭉치를 던졌을 때 나는 소리가 더 박진감 넘칠 것 같은 효과음은 수동 조작 욕구를 완전히 없애버린다. 진영 시스템과 세력 퀘스트, VIP 시스템, PVP, 각종 던전 등 컨텐츠는 풍부하다. 그러나 그 무엇 하나 프로듀스 판타지만의 매력을 느낄 수 없는, 오늘날 양산형 모바일 RPG 게임에 정형화된 시스템 들일뿐이다.

유엘유게임즈의 신작 모바일 mmorpg 게임 '아르카'는 AV 배우 시미켄을 광고 모델로 내세워 화제가 되었다.

  물론 오늘날 출시되는 부분 유료화모바일 RPG 게임에서 게임성을 크게 기대하고 플레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비판은 조금 억울할 수도 있다. 몇몇 AAA급 게임을 제외하면 다 똑같은 게임성인데, 결국 어떤 게임이 홍보를 더 잘했는가와 어떤 게임의 겉모습이 더 유저가 하고 싶게끔 어필하느냐의 차이이다. 그렇기에 오늘날 출시되는 수많은 모바일 RPG 게임들은, 굳이 게임성을 내세우기보다는 게이머들에게 친숙한 이미지의 인물들을 광고 모델로 내세워 게임의 이름이 뇌리에 남도록 하는 데 힘을 쏟는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프로듀스 판타지는 '괜찮은 게임'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다른 모바일 게임들에 비해 대단한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메이플스토리2를 베낀 모바일 게임'이라고 게이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으며, 본 게임이 표절작임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아기자기한 그래픽으로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만약 프로듀스 판타지가 메이플스토리2의 표절작이 아닌 평범한(?) 그래픽의 양산형 게임이었다면, 지금만큼의 인기도 끌지 못했을 수 있다.

 

#'표절작'의 한계가 있는 게임

출시 이전부터 '트리 오브 세이비어' 표절 의혹으로 말이 많았던 게임 '로스트테일'.

  약 2년 전, 넥스트 무브에서 출시한 모바일게임 '로스트테일'이 지금의 프로듀스 판타지와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IMC게임즈에서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MMORPG 게임 '트리 오브 세이비어'를 빼다박은 것만 같은 그래픽 때문이었다. 당시 로스트테일은 게임의 전체적인 색감과 캐릭터, 몬스터 및 지형 그래픽, 그리고 유저 인터페이스 등 모든 면에서 '트리 오브 세이비어'와 흡사했다. 때문에 중국에서 서비스를 할 때부터 적잖은 논란을 빚었으며 넥슨 측에서도 "국내 출시까지 앞두고 있는 만큼 필요하다면 소송까지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넥스트무브는 "사전에 개발사 측에서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확인을 명확히 받았"다며 반박했다. 여기에 출시 이전부터 인기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를 내세워 공격적인 홍보를 하는 등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이미지 출처 : 로스트테일 공식 카페)

  출시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던 만큼, 서비스 시작 직후 큰 인기를 끌었다. 이벤트 상품으로 주는 트와이스 사인 CD를 받기 위해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도 적잖이 있었으나,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회화적인 그래픽이 매력적이었던 것도 배제할 수 없었다. 한 때 구글 플레이 스토어 인기순위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비스를 시작한 지 정확히 50일 뒤, 로스트 테일은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었다. 넥스트무브 정호영 대표의 자필로 작성된 공지사항에 의하면 '퍼블리싱 합작 당시 제삼자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호언장담한 WanXin 측에서 상황이 악화되자 책임은 지지 않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등의 대응을 했기 때문'이었지만, 결국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표절 논란을 피해 가지 못해 문을 닫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넥스트 무브의 빠른 게임 서비스 종료가 '로스트 테일'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으며, 공식 카페에 "(2017년) 2월 21일부터 (2017년) 3월 7일까지 결제한 부분에 대해서는 환불이 가능하지만 구매 후 사용한 루비 및 소모한 아이템 환불은 불가능하다"는 공지사항이 올라와 유저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었다.

(이미지 출처 : 사전 예약 홈페이지)

  프로듀스 판타지는 표절 논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게임이다. 지금 당장은 넥슨 측에서 본 게임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 것인지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외부에서 봤을 때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 때 큰 인기를 누렸으나 도용 이슈로 문을 닫았던 '로스트 테일'처럼, 언제 순식간에 문을 닫게 될지 모르는 게임인 것이다.

  물론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 개념찬 운영을 한다면 박수받을 일이다. 러나 확실한 문제점이 존재하는 만큼, 게임성을 논하기 전에 본 게임이 과연 장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