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게임/소프트웨어

소닉 포시즈 : AAA 게임에 지친 이를 위한 만 원짜리 솔의 눈

(이미지 출처 : http://metacritic.com)

2017년 10월 27일.

 

슈퍼 마리오 3D 월드 이후 4년만의 마리오 신작, '슈퍼 마리오 오딧세이'가 출시됐다.

 

런칭 타이틀 야숨의 대성공으로 최고의 스타트를 끊은 닌텐도 스위치의 흥행에 쐐기타를 박아넣을 게임이었고,

 

그 기대에 부응해 최고의 슈퍼 마리오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스위치 타이틀 최초 1000만장 판매의 위업을 달성했다.

 

한국에서는 닌텐도 스위치의 런칭 타이틀로 나왔으며

 

 

 

그 전까지 콘솔겜이라곤 닌텐도 ds와 wii 조금 깔짝였던 게 전부인 글쓴이를

 

혼모노 겜덕로 만들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 : http://metacritic.com)

같은해 11월 7일

 

소닉 로스트 월드 이후 4년만의 신작 소닉 게임 '소닉 포시즈'가 나왔다.

 

슈퍼 마리오 오딧세이가 나온지 겨우 11일 뒤의 일이었다.

 

 

 

(이미지 출처 : 유튜브 'Cinemassacre' 채널)

소닉, 그가 누구인가?

 

슈퍼 마리오 시리즈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기를 끌며

 

패미컴과 슈퍼패미컴을 콘솔게임의 1인자로 올려놓았던 20세기 후반,

 

마리오의 유일한 라이벌로서 대적했던 프랜차이즈 시리즈가 아닌가?

 

포시즈의 출시는 마치 슈퍼 마리오 오딧세이에게 네가 그렇게 잘났냐고,

 

한 판 대차게 붙어보자고 소리치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이미지 출처 : http://metacritic.com)

이후 포시즈는 마딧세이보다 정확히 40점 낮은 메타스코어를 받으며 참패했다.

 

소닉 포시즈는 모든 게임 사이트에서 놀림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글쓴이는 개인적으로 이 게임을 해보지도 않고 고닉이라며, 메타 57점따리라며 놀리고 싶지 않았다.

 

또한 소닉 포시즈가 받은 메타스코어 57점은 매우 저평가받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제아무리 맛난 음식도 배부른 상태에서 먹으면 그 감동이 덜한 법이다.

첫째, 2017년은 신작 게임이 나오기에 너무 가혹한 한 해였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슈퍼 마리오 오딧세이, 호제던, 응디마타, 페르소나 등의 명작이 쏟아져 나왔다.

 

걸작 게임을 게걸스레 먹어치운 직후의 게이머들에게 있어 11월이 다 돼서야 나온 포시즈는,

 

도무지 게임의 진가를 음미하며 소화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힙스터라는 비난을 들을지라도, 결국 자기 입맛에 맞는 게임이 가장 갓겜 아니겠는가.

둘째. 게임은 결국 자기 하기 나름이다.

 

당장 2018년 초 디시인사이드 중세게임 마이너 갤러리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당시 중갤러들은 몬스터 헌터 월드에는 엄근진한 자세로 게임에 대한 평가를 내리다가

 

막상 듀랑고가 오픈하는 날이 되자 왜 서버가 안열리냐며 발을 동동 굴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비단 중갤러뿐만이 아니라, 당시의 많은 게이머들에게 있어 플스를 사야만 즐길 수 있는 몬헌보다는

 

휴대전화로 간편히 즐기는 공룡갓겜 듀랑고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기에

 

그런 일이 일어났을 것이다.

 

 

 

메이플스토리2에만 약 81일을 쏟아부었다.

그러니 똥믈리에인 글쓴이에게는 포시즈가 의외의 갓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갓 겜덕이 된 글쓴이가 접할 수 있는 갓겜은 너무 많았고,

 

포시즈는 위험요소를 감수하고 구입하기엔 너무 비쌌다.

 

그래서 2년동안 쳐다도 안 봤는데 얼마전에 국전 가니깐 만원에 팔길래 샀다.

 

 

 

그렇게 출시된지 2년 3개월만에 접하게 된 황닉 짱시즈.

 

킹시즈를 플레이하기 전까지 최근 몇 개월 간 레데리2, 파판15, GTA5 같은 AAA게임만 플레이했는데

 

그간 AAA급 게임들을 플레이하며 받아왔던 스트레스가 땟국물처럼 씻겨나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글쓴이에게 소닉 포시즈는 메타 57점짜리 똥겜이 아니었다.

 

소닉 포시즈는 만원짜리 솔의 눈이었다.

 

 

#속도감도 플레이타임도 날쎈돌이

몬스터가 소닉이 옆을 지나가고 있음에도 미동도 않고 있는 모습

소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파란 피부, 제멋대로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는 헤어스타일, 데구르르 구르는 모습, 망겜, 시체...

 

다양한 게 있겠지만 뭐니뭐니해도 빠른 속도가 아닐까?

 

흑인이 된 소닉, 머리를 삭발한 소닉 등은 충분히 떠올릴 수 있고, 소닉 게임으로서도 성립된다.

 

그러나 느림보가 된 소닉은 소닉 게임이라고 부를 수 없다.

 

소닉 포시즈는 그러한 속도감을 최대한 살린 게임이다.

 

 

 

얼마나 빠르냐면 대부분의 잡몹들이 소닉이 지 앞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공격하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플레이어가 봤을 때에는 충분히 느리게 돌아다니고 있는 소닉도 실제로는 음속의 속도로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U의 2분의 1도 안 되는 볼륨을 자랑하는 스테이지 수.

각 스테이지 뿐만이 아니라 게임 전체적으로 봤을 때에도 매우 속도감이 넘친다.

 

총 30개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곧바로 엔딩을 볼 수 있으며,

 

스테이지 하나하나의 플레이타임이 길어봐야 5분 정도이기 때문에 3~4시간이면 클리어할 수 있다.

 

글쓴이의 경우 워낙 똥손이라 막보스를 잡는데 30분이 걸리는 등 고생하고 컷신을 모두 스킵 없이 봤음에도

 

엑스트라 스테이지까지 모두 클리어하는데 다섯 시간 정도가 걸렸다.

 

엔딩을 보는데 한나절의 시간만 있으면 충분한 2017년작 풀프라이스 게임.

 

당시로서는 '혁신'을 넘어서서, 그냥 '말이 안 되는 일'이었을 것이다.

 

 

 

'너무 긴' 게임은 어느 순간 재미가 아닌 괴로움을 선사한다.

마치 클리어에 기본 50시간 이상을 요구하는 오늘날의 AAA 게임에 경종을 울리는 것만 같았다.

 

당장 2018년에 최다 고티 2위를 기록했던 레드 데드 리뎀션 2만 해도 그렇다.

 

지나치게 현실적인 모션을 강조하다보니 오히려 불편해진 조작감,

 

이것저것 사이드 미션까지 하다보면 100시간을 육박하게 되는 플레이타임...

 

물론 재미있지만, 한편으로는 플레이하는 과정이 괴롭게 느껴질 때에도 있다.

 

 

반면 소닉 포시즈는 기껏해봐야 장편영화 하나 보는 수준의 시간만 요구함으로써

 

스피디한 재미와 중붕이의 일상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보두 잡는데 성공했다.

 

괜히 날쎈돌이 소닉이 아니구나 싶었다.

 

 

#3d와 추억 모두 잡은 그래픽

소닉 포시즈는 2017년 말에 엑스박스 원, 플레이 스테이션4, 닌텐도 스위치로 나온 게임이다.

아마 15년, 16년 전이었을 것이다.

 

학교가 파한 뒤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가 처음으로 플레이스테이션2를 접하게 되었다.

 

둘이 나란히 브라운관 앞에 앉아 라챗 앤 플랭크를 플레이했는데,

 

기껏해야 쥬니버 플래시게임이나 크레이지 아케이드만 플레이했던 글쓴이로서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공중 공격을 할 때의 이펙트라든가 은근히 찰흙같은 그래픽을 보고 있자니 괜시리 그 때가 떠올랐다.

 

 

3D 게임에서 과거의 추억을 느끼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수십년 뒤 플레이해도 감성 보정을 받아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도트 게임과는 달리,

 

3D 게임의 경우 옛날 그 모니터가 아니라는 이유로, 화질이 좋아졌다는 이유로

 

추억은커녕 플레이 할 엄두도 나지 않게 되는 게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소닉 포시즈는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

 

 

특정 스테이지에서는 '화려하다'가 아닌 '정신없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만 가시성이 안 좋은 것은 조금 아쉬웠다.

 

가끔 하다보면 소닉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던데 괜시리 히오스가 떠올랐다.

 

 

#진짜 문학을 돌아보게 만드는 스토리

"게임의 스토리는 포르노의 스토리와 같다. 있으면 좋겠지만, 중요하진 않다(Story in a game is like a story in a porn movie. It's expected to be there, but it's not that important)."

둠의 아버지 존 카맥이 남긴 명언이다.

 

오늘날 수많은 게이머들에게 게임의 스토리란 중요한 논쟁거리 중 하나이다.

 

소닉 포시즈는 플레이하는 세 시간 내내 스토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만 같았다.

 

적에게 습격당하려던 테일즈가 어디선가에서 튀어와 자신을 구해준 고전 소닉을 보고

 

"아하, 에그맨의 계략 때문에 차원이 뒤틀려서 네가 이 세계에 온 거구나! 말 되네!"라고 말하는 모습은

 

최근 게임을 하느라 책장에서 전혀 꺼내지 않았던 소설책들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이런 갓겜이 지금 스팀에서는 13550원

 

국제전자센터 9층 게임가게에 가면 단돈 만원이다

 

중붕이도 2020년 2월의 끝자락을 20세기 후반 2인자의 자리에 머룰렀던 소닉과 함께 함으로써

 

2020년대를 상큼하게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