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납장/음악

오왼 - <P.O.E.M Remastered> (2024)

2014년 방영된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3'의 3차 예선에서 처음 전파를 탄 오왼은 아직 힙합 신에 이름조차 알리지 못해, 예명이 아닌 본명 '김오왼' 석 자가 적힌 이름표를 체크무늬 셔츠 위에 붙이고 있었다. 갓 병역의 의무를 마치고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어색한 가르마 머리의 모습이었던 청년은 음원 미션까지 단 한 걸음만 남은 상황에서 하필이면 당시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슈퍼루키 둘과 맞붙었다. 한 명은 프리스타일 랩의 강자로 훗날 한국 힙합을 이끌어가리라 기대받았던 올티,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단 1년 만에 참가자가 아닌 심사위원으로 방송에 참가한 스윙스가 적극적으로 밀어주던 기리보이였다.

 

결과적으로 오왼은 그 둘에게 모두 패배하면서 이렇다 할 언더독의 반란 같은 그림을 만들어 보이지 못한 채 탈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둘과 비교했을 때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그의 실력은 아티스트로서 흙 속에서 파헤쳐지기 전의 모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찬란히 빛났다. 방송 출연 직후 약 1년의 짧은 시간 동안 무려 세 장의 믹스테잎(<Owen Ovadorz Part 1&2>, <ODB Part.1 : ODB>)과 한 장의 EP(<OP>)를 발매하며 본인이 '한 철 쇼미 래퍼'가 아님을 입증한 그는, 자신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올라와 있던 데뷔 3년차의 1월에 정규 분량의 앨범을 정식 음원 발매하며 대중들에게 '예능 프로그램 참가자'가 아닌 '아티스트' 오왼 오바도즈의 모습을 선보였다. 

 

더 콰이엇이 믹싱과 마스터링을 담당했고 그루비룸이 프로듀싱에 참가했으며 루피, 나플라, pH-1, 오케이션, DPR LIVE(現 활동명 홍다빈), 팔로알토, ELO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이 앨범의 이름은 <P.O.E.M>이었다. <P.O.E.M>은 오왼이 훗날 SNS를 통해 무수한 구설수를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힙합 팬이 하염없이 격려하고 응원하며 그의 음악을 기다리게끔 만들었다. <P.O.E.M>은 그 어떤 오점으로도 오왼이라는 이름이 흐려지지 않게 해주는 그의 얼굴인 셈이다.

 

 

 

<P.O.E.M> 리마스터판의 앨범 커버.

비가 내림에도 꿋꿋이 내려가는 것인지 아니면 비가 내리게끔 만들고 있는 것인지...

 

아무튼 꿀꿀한 날씨 속에서도 당황하기는커녕 여유롭게 하늘 위를 올려다보고 있는 오왼과

 

나침판 위 더콰이엇의 얼굴이 인상적인 앨범 커버.

 

기존 <P.O.E.M>의 앨범 커버와 비교했을 때 색 반전이 됐다는 점, 

 

그리고 원판의 유통을 맡았던 레이블 MKIT RAIN의 로고가 빠졌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차이가 없다

 

 

 

별다른 내용이 없는 북클릿, 앨범 커버와 마찬가지로 기존 <P.O.E.M>과 비교하여 별 차이가 없는 심플한 CD 디자인.

사실 앨범 자체도 믹싱이 더 깔끔해졌다는 점을 제외하면 전혀 다를 바 없다

 

'8주년 기념 리마스터'라고는 하는데 5주년도 10주년도 아닌 8주년인 점도 뭔가 애매하고...

 

오죽하면 팬들 사이에서도

 

'오왼이 MKIT RAIN에서 나온 뒤 <P.O.E.M>을 통해 음원 수익을 못 받으니 발매한 거 아니냐'

 

라는 의견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아무도 <P.O.E.M>의 리마스터판 발매에 대해 불평불만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절판된 지 8년이 다 돼가는 <P.O.E.M>은... 지금 구하려면 중고나라에서 플미가 잔뜩 붙은 걸 사야 하니까.........

 

 

 

앨범 후면.

트랙 하나하나가 버릴 게 없지만

 

무엇보다 80~90년대의 포스트 얼터너티브 락밴드인 Quicksand(퀵 샌드)의 곡 STARCROST를 샘플링한

 

'작업'이라는 곡이 제일 끌렸다

 

소울 컴퍼니 시절의 올드스쿨 한국 힙합을 2016년 버전으로 재해석한 느낌?

 

굳이 굳이 이런 블로그에 와서 이런 글까지 찾아볼 정도면 이미 <P.O.E.M> 전곡을 들어봤겠지만

 

그래도 혹시 아직이라면 지금 감상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 같은 레이블 소속이었던 나플라와 합을 맞춘 'mmm'도 참 산뜻하고 서정적이고 좋다

 

하지만 나플라는... '그래도 실력은 좋잖아~', '그래도 작업물은 죽여주잖아~'라는 말로 외면하기에는 너무 많이 추해졌다

 

작업물이 아티스트의 얼굴이라면 아티스트는 작업물의 몸뚱이이기도 하다

 

 어느 예술가가 구질구질한 구설수에 빠져버리면 그의 작품에 대한 몰입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수납장 >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렁큰 타이거, <하나하면 너와 나> (2004)  (0) 2024.03.20
스카이민혁, <해방> (2023)  (0) 2023.12.25
영영, <개의 노래> (2023)  (0) 2023.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