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납장/음악

자이언티 - [Zip] (2023)

채신영 2024. 7. 4. 07:30

[Zip]의 앨범 커버.

한국 최고의 알앤비 아티스트 중 하나로 꼽히는 자이언티가 [ZZZ](2018) 이후 5년만에 발매한 EP 단위의 앨범.

 

2집 [OO](2017) 이후 약 6년만에 발매한 정규 앨범이기도 하다

 

자이언티는 지난 5년간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 시리즈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것을 필두로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무수한 음원의 제작에 관여하는 등 자신의 예명 네 글자가 잊혀지지 않을 만큼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자이언티'라는 이름으로 발매한 음원은 싱글 앨범 다섯 장에 그쳤으며,

 

그마저도 2021년 크리스마스 이브 전 날에 발매한 [선물을 고르며]가 마지막이었다

 

 

자이언티는 앨범 발매 후 음악 유튜버 우키팝과 함께한 인터뷰에서 

 

"'지금 내가 이 얘기를 해도 되나? 이런 모습이어도 되나?' 라는 확신이 안 생겨서 앨범을 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조금은 확신이 생겨서 정규앨범으로 돌아오게 됐다"

 

라고 코멘트했다

 

비슷한 위치에 있는 다른 아티스트와 마찬가지로, 가볍게 음악을 내기에는 어느새 너무 무거워져버린

 

'자이언티'라는 이름의 가치에 조금은 부담을 느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자이언티 [Zip] 쥬얼 케이스 내부

초창기 자이언티의 작업물(2010년대 중후반까지)은 '자이언티의 음악 스타일이 강렬히 담겨있다'라는 말로 설명이 가능했다

 

정규 1집 [Red Light]의 경우 흑인 음악 매거진 <리드머>로부터 5점 만점에 4점의 평점을 받음과 동시에

 

"다양한 아트워크와 시도, 혹은 앞으로 그의 커리어에 구심점으로 삼을 아이덴티티가 결합되어 있다"

 

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사운드뿐만 아니라 '아트워크' 또한 아이덴티티화되어 있다는 평을 받았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자이언티의 작업물은 항상 누가 봐도 그의 작품임을 알 수 있는 강렬한 색체와 스타일의 아트워크가 앨범 아트로써 사용됐다

 

 

그러나 <Zip>의 경우 뿔테 안경을 쓰고 있는 자이언티의 모습을 흑백 필터로써 담담히 담아낸 사진이 앨범 아트로 차용되는 등

 

전반적인 비주얼부터 30대 중반이 된 자이언티의 음악은 과거처럼 과감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리라고 예고하는 듯하다

 

 

 

부클릿의 앞 부분에는 페이지별로 각 트랙의 컨셉 아트와 크레딧, 가사집이 수록되어 있다

총 10트랙으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26분의 짧은 플레이 타임을 가진 것에서 알 수 있듯

 

후반부 트랙 두 곡을 제외하면 모든 곡이 길어도 3분대 초반을 넘기지 않는 등 최근 대중 음악의 트랜드를 따라가는 모습이다 

 

사운드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서정성을 강조한 팝 음악으로 채워놓았다

 

 

'대중 음악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따른 평이한 앨범'이라고 평가절하할 수도 있겠으나

 

EP 단위의 작업물에서 이전까지 그 누구보다 강렬한 개성을 담아냈던 자이언티였기에 오히려 새로운 시도처럼 느껴진다

 

앞서 이야기했듯 '청년'에서 '중년'으로 넘어가기 시작한 자이언티의 음악적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부클릿에 수록된 아트워크.

다만 26분을 모두 잔잔한 분위기의 곡으로 꽉 채워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역시 자이언티'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개성적인 트랙이 존재한다

 

 

배우 최민식이 참여한 뮤직비디오에서 영화 <올드보이>를 오마주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던 3번 트랙 "모르는 사람"

 

분명 경쾌한 재즈가 반주로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청자로 하여금 쓸쓸한 분위기를 느끼게끔 만든다

 

80~90년대의 시부야케 사운드를 짙은 향으로 복각했다고 평가 받은 "V(Peace)" 역시

 

아티스트 본인이 직접 일본에서 촬영한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면서 보면 시·청각적으로 자이언티의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자이언티 [ZIP] 앨범 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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