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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레벨업 쇼케이스 2024 : 문체부가 코인 풀매수한 K-인디게임 즐겨보자!

채신영 2024. 12. 5. 06:30

※ 게임 레벨업 쇼케이스 2023 후기

 

내 세금으로 이런 갓겜이?! 게임 레벨업 쇼케이스 2023(GLS 2023)

"국내 게임의 약점인 콘솔게임을 집중지원하고, MMORPG 이외에 다양한 장르가 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인디게임, 신기술 게임 등 제작 지원을 강화하겠다" 지난 15일,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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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게임 레벨업 쇼케이스 2024 공식 SNS)

게임 레벨업 쇼케이스(Game Level-up Showcase, 줄여서 GLS)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산하 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우수 게임을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마찬가지로 문체부에서 후원하지만 '글로벌 축제'의 성격이 강한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BIC), 스마일게이트에서 참가자를 전적으로 지원하기는 하지만 꼭 스마게의 지원을 받은 게임만이 나오는 것은 아닌 버닝비버와 달리, GLS에 출품되는 게임은 모두 문체부의 게임기획 지원 사업에 선정된 작품입니다. '국가 공인 인디 갓겜'인 셈이죠.

 

당장 지난해 GLS만 해도 최근 데모 버전이 엄청난 호평을 받았던 '안녕서울 : 이태원편', 텀블벅에서 목표 금액의 다섯 배가 넘는 516%의 후원을 받는 데 성공한 '카투바의 밀렵꾼',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G-STAR 2023에서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던 '판타스틱 4 베이스볼', 해외 게임 컨퍼런스에서도 호평을 받았던 'V.E.D.A' 등 무수한 출품작들이 흥행과 작품성 면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뒀습니다. 

 

과연 올해 문체부가 점지한 '미래의 K-인디게임 갓겜'이 무엇인지 확인하지 않을 수 없겠죠? 수요일에 GLS 2024가 개막하자마자 곧바로 다녀왔습니다!

 

 

 

2년 연속으로 GLS가 개최된 SJ쿤스트할레.

 

 

 

내가 누구? '인디게임 체험단 Participant'.

사전 등록을 했든 현장 등록을 하든 출입구 앞 접수처에서 '저 000인데 예약했어요~' 혹은 '저 현장 등록하려고요~'라고 말만 하면 출입부만 작성한 뒤 바로 들여보내 줬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인디게임 체험단'이라는 문구가 적힌 목걸이 명찰을 주더니 착용하고 다닐 것을 당부했습니다. 행사장 내부를 둘러보니 개발자들은 소속 회사 혹은 팀의 이름이 적한 명찰, 기자들은 프레스 명찰을 목에 걸고 있었는데요.

 

 

  

GLS 2023 후기 중 일부 발췌...

아무래도 지난해 행사 때 개발자들이 일반 관람객과 비즈니스적인 이유로 행사장을 찾은 업계 관계자들을 많이 헷갈려하던 것이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GLS는 행사 성격상 '이곳에 국가가 인증한 K-인디 갓겜의 데모 빌드가 모여 있다고?!??'하고 투자를 위해 찾아온 업계 관계자, 그리고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찾아온 게임 전문 매체의 기자들이 다수 찾아오는데요, 다른 비즈니스 컨퍼런스의 업계 관계자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캐주얼한 복장을 입고 행사장을 찾은 이들과 그저 게임이 좋아서 찾아왔을 뿐인 일반 관람객들을 구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지난해 GLS 때 극진한 대우 속에서 게임 시연을 하기도 했고요. ㅋㅋㅋㅋㅋ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는 아예 제각기 다른 목적으로 SJ쿤스트할레를 찾은 사람들에게 목걸이명찰을 착용시킴으로써 서로 간의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했던 듯하네요*^^*

 

 

 

행사장 내부 풍경

SJ쿤스트할레는 총 110평 규모의 공간으로, G-STAR나 BIC, 버닝비버 같은 다른 게임 행사가 열리는 장소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크기입니다. 하지만 전시 공간을 '게임'이라는 테마에 맞춰 기가 막히게 조성한 덕에, 좁다는 이유만으로 불평할 사람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다만 지난해와 달리 앉아서 게임을 시연할 수 있게끔 각 부스에 의자가 비치되어 안 그래도 좁았던 통로가 더욱 복작복작하게 변하기는 했는데요. 이는 아마 개발자들이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하던 문제도 있어서 쾌적함을 일부 포기하고 가져다 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인디게임 피치가 이루어지던 장소

행사 성격상 문체부에 의해 K-인디 갓겜 유망주로 선정된 작품의 개발자들이 단상 위로 올라가, 앞으로 어떻게 게임을 만들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일종의 사업 설명을 프레젠테이션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다른 행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GLS만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런 점에서 봤을 때, 단순 게임을 시연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인디 게임과 관련한 인사이트를 얻고픈 분들이 GLS에 가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타 게임 행사의 프로그램북과 결이 다른 GLS의 디렉토리북.

행사장 한켠에는 디렉토리북을 PDF 파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QR 코드가 있었습니다. '게이머들에게 게임을 시연한다'라기보다는 '비즈니스적으로 게임을 알린다'라는 성격이 더욱 강한 행사이다 보니 개발사와 해당 회사의 대표자 이름이 명확히 적혀있는 것 또한 흥미로웠어요. 

 

 

 

'체험 가능일'이라는 칸이 눈길을 끄는 GLS 2024의 팜플렛.

행사장에 입장하면 목걸이 명찰과 함께 배부하던 GLS 2024의 팜플렛은 부스를 정리해 놓은 표의 맨 좌측에 '체험 가능일'이라는 칸이 존재합니다. 말 그대로 특정 부스의 게임 시연을 체험할 수 있는 날자를 적어놓은 것인데요. '체험 해당일'에 해당하지 않는 날의 게임 부스는 '인디게임 체험단' 자격으로 GLS 2024를 방문한 게이머의 경우 시연이 불가능했습니다.

 

이를테면 저는 지난해 GLS에서 인상 깊게 봤던 '안녕서울 : 이태원 편'의 개발 진척이 지난 1년간 얼마나 이루어졌나 궁금했어요. 하지만 이를 GLS 2024에서 직접 플레이함으로써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어제(수요일)는 1-5번 부스의 게임 체험 가능일이 아니었거든요. 자리가 비어 있더라도 시연이 불가능했어요.

 

 

 

이번 GLS는 '인디게임 체험단'과 '인디게임 평가단'을 따로 모집했습니다.

이는 체험 가능일이 아닌 날에는 해당 부스의 게임에 대한 '인디게임 평가단' 참가자들의 시연이 이루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일반인 게이머들의 피드백을 행사에 참가한 개발자들에게 제공해 주기 위함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살짝 이해가 되지 않는 운영이었습니다. '인디게임 체험단' 자격으로 SJ쿤스트할레까지 찾아온 사람들 역시 인디게임을 정말 사랑해서 온 것일 텐데요.

 

그냥 '체험단'과 '평가단'을 나누지 않고 부스 테이블 위에 설문조사 종이나 인터넷 설문 웹페이지로 리다이렉트되는 QR 코드를 비치해 놓는 것이 훨씬 더 많은 피드백을 얻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리뷰가 진행되는 탓에 시연이 불가능한 게임들도 2층 맨 코너에 비치된 두 대의 PC로써 즐길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자리도 '인디게임 평가단'에게 우선적으로 양보해야 했지만요...

 

 

 

노트북이 부스 설치 및 해체에 편하기는 하겠지만 시연 게임의 강점을 100% 살리지 못할 수도 있어 보여 다소 우려됐습니다.

특이하게도 이번 GLS의 인디게임 시연을 위해 행사장에 동원된 기기는 게이밍 노트북이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지난해에는 일반 PC를 부스 아래 빈 공간에 설치했는데, 동일한 공간에서 유사한 전시 공간 구성으로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노트북을 가져다 놓은 것이 의외였습니다.

 

아마 작년과 달리 각 부스마다 의자를 비치한 탓에, 시연자가 컴퓨터를 걷어차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서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게임 관련 행사에서 주최 측이 시연용 PC로 사용하라며 노트북을 메인으로 지원해 주는 것은 처음이라 신기했네요.

 

아래는 제가 지난 수요일 GLS 2024에서 즐겁게 시연했던 게임을 몇 가지 추린 것입니다.

 

 

 

벨라스터(VELASTER)

VELASTER는 말럼이라는 중간계에서 벌어지는 처절한 3D 횡스크롤 액션 전투 게임입니다. 여러 몬스터와 보스들과의 전투에서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할 겁니다. 희미해져 가는 기억 속에 남아있는 복수를 하세요.

- Steam 게임 소개 문구

 

3D 그래픽의 횡스크롤 소울라이크 액션 게임입니다. 지난 몇 년간 여러 게임 행사에 출품하며 적잖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해까지의 빌드는 '횡스크롤 다크 소울'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모습이었는데, 지난 1년간 '벨라스터'만의 오리지널리티를 확복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비크섬 관광안내소(Beak Island Visitor Center)

작은 섬 비크 아일랜드가 50년의 침묵을 깨고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그런데 이 섬엔 준비된 것이 하나도 없군요. 당신이 필요해요. 섬의 관광안내소를 맡아줘요. 해야 할 일은 방문객을 위한 식사를 준비하고, 섬의 관광 자원을 개발하는 거예요. 간단하죠? 지원은.. 없어요. 섬의 주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봐요. 그럼, 잘 부탁해요!

- Steam 게임 소개 페이지

 

어벙해 보이는 비행 불가 조류만 거주하는 외딴섬의 관광안내소 직원이 되어 관광 명소를 만들어 나가는 오픈 월드 시뮬레이션 어드벤처입니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한다'라는 명확한 목표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조금 결이 다르지만, 어찌 됐든 '모여봐요 동물의 숲'처럼 느긋하게 즐기기 좋은 힐링 게임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ZXC

작은 노트에 어떤 이야기도 담지 않은 채 버림받은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외롭게 노트 속에 갇혀 살았죠, 그러나 어느 날, 캐릭터는 용기를 내고 노트를 벗어나기로 결심합니다. 노트 위에 그려진 다양한 배경과, 캐릭터를 방해하는 장애물을 피해 이 노트의 끝을 향해 나아가세요.

- Steam 게임 소개 문구

 

Z와 C로 좌우 균형을 잡고 X키로 로켓을 추진시킴으로써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낙서투성이의 공책에서 탈출시키는 2D 플랫포머 게임입니다. 비주얼이 귀여워 '비크섬 관광안내소' 같은 힐링 게임일까 싶었는데, 알고 보니 '항아리 게임'처럼 사람을 열받게 만드는 것이 목적인 게임이었습니다.

 

어떤 점에서는 '항아리 게임'보다 훨씬 악랄했습니다. 메인 화면에서도 캐릭터를 조작해 'Start Game'으로 이동해야 했는데, 자칫 잘못 조작하면 'Exit Game'으로 가버려서 게임이 종료됐거든요. 본게임에 들어가서도 해상도를 작은 윈도우 창으로 바꿔버리거나 타이틀 화면으로 보내버리는 함정이 비일비재했고요.

 

똥손에다 인내심 부족인 저로서는 1스테이시부터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다만 이런 류 근성 게임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정말 즐겁게 즐기실 것 같아요(ㅋ.ㅋ)

 

 

 

할로원더밴드(Hallowanderband)

견습 사신 '려울'은 할로윈 마을 '할로원더랜드'에 도착하여 업무를 수행하려 하지만, 산더미 같이 쌓인 업무에 지쳐버립니다. 결국, 업무를 잠시 미뤄두고 오랜 꿈이었던 할로윈 퍼레이드에 참가하기 위해 행진단 '할로원더밴드'를 결성하기로 결심합니다.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만나며 성장하고, 꿈에 한 발 더 다가가는 려울이의 여정에 함께해보세요!

- Steam 게임 소개 문구

 

할로윈 컨셉의 카툰풍 비주얼이 매력적인 스토리 중심의 액션 리듬 게임입니다. 지난 주말 DDP에서 열렸던 버닝비버 2024에도 출품했으며, 당시 사람들이 줄 서서 시연에 참가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지난 버닝비버랑 이번 GLS을 통틀어서 가장 퀄리티가 높았던 리듬 게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서브컬쳐와 리듬 게임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무난히 즐기실 수 있을 듯합니다.

 

 

 

카오스 브링어

Chaos Bringer는 실시간 전투에 일시정지 기능을 제공하는 파티 기반의 솔로 플레이 RPG입니다. 전략적인 전투를 위해 타임라인에 스킬을 큐잉하세요. 던전 탐험과 MMORPG 스타일의 레이드 보스를 즐기며, DPS 및 위협 미터를 활용해보세요. 특별한 장비 드롭과 도시 특화 제작 시스템을 통해 영웅들을 성장시키세요.

- Steam 게임 소개 문구

 

발더스 게이트처럼 실시간 정지 전투 시스템을 메인으로 하되, 올드함을 훨씬 부각시켜 90년대 중후반 CD 게임이라고 말해도 믿을 정도의 퀄리티로 빚어낸 MMORPG라이크 싱글 게임입니다.

 

 

 

편의성이 잘 되어 있는 요즘 게임에 익숙해진 게이머들을 모두 당황시킨 시스템.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딜미터기를 공식 기능으로 제공해서 파티 캐릭터의 딜량을 생각해 가며 딜사이클을 디자인해야 했는데요, 편의성도 옛날 게임의 그것을 의도했는지 이 부분에 대한 튜토리얼이 없어서 저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시연하다 말고 개발자분들을 올려다보며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ㅋㅋㅋㅋㅋ

 

그런데 막상 한 번 맛들리고 나니깐 다른 부스 가서 다른 게임 하는 동안에도 자꾸 생각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오늘 GLS에서 플레이했던 게임 중 가장 좋았습니다. 출시하면 바로 구매해서 늦은 밤에 불 꺼놓고 할 것 같네요+_+

 

 

 

낫얼론(Not Alone)

이게 겨우 반년 만에 만들어낸 퀄리티라고?!??

무인도를 멋진 섬으로 만들어 나가는 소셜 게임입니다. 개발을 시작한 지 겨우 반년 남짓밖에 안 된 알파 빌드임에도 퀄리티가 정말 좋아서 놀랐습니다. 이 게임만의 매력 포인트 하나만 들어가면 정식 출시됐을 때 빵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_+ 이번 GLS에 출품한 모바일 게임 중에서 가장 좋았습니다.

 

 

 

내년에도 방문하게 된다면 그 때는 발표를 위주로 감상해야겠네요 ㅎ.ㅎ

게이머가 주인공인 축제는 아니기에 다소 당황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색다른 시선에서 몇 년 뒤 한국 게임계를 빛낼 유망한 인디게임의 시연에 참가하고, 개발자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그들의 프레젠테이션을 지켜보며 인사이트를 얻는 경험은 다른 게임 축제 그 어디서도 일개 게이머로서 경험해볼 수 없으리라고 생각해요.

 

여유가 되신다면 오늘 혹은 내일 GLS 2024를 즐기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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