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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소프트웨어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 넷마블 이제 그냥 게임 그만 만들자

(스크린샷 출처 : 넷마블)

금일 오전 11시 넷마블의 신규 모바일 MMORPG <세븐나이츠 : 레볼루션>이 출시됐다. 2014년 출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캐릭터 수집형 모바일 RPG <세븐나이츠>의 후속작이다. 사실 지난 8년 사이에 콘솔 게임기인 닌텐도 스위치로 외전작 <세븐나이츠 : 타임 원더러>도 나왔고 재작년 11월에 정식 넘버링을 달고 나온 '후속작' <세븐나이츠 2>도 나오기는 했다. 더 넓게 보자면 <세븐나이츠>의 개발진이 넷마블을 나와 따로 회사를 차리고 만들었던 '정신적 후속작' <그랑사가>도 있다.

 

하지만 <세븐나이츠 : 타임 원더러>는 2017년에 출시된 콘솔 게임기에 2014년 작 모바일 게임의 그래픽 소스를 그대로 사용한 괴작이었고 <세븐나이츠 2>는 이게 도무지 세븐나이츠인지 리니지 시리즈인지 알 수 없는 특색 없는 실사형 그래픽을 채택해 원작 팬들에게도 외면받았던 데다가 <그랑사가>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괴상한 마케팅 속에서 헛발질만 하다가 멸망했으니, 넷마블도 <세븐나이츠 : 레볼루션>을 '가장 세븐나이츠스럽다'며 홍보했고 게이머들도 진정한 정신적 후속작이라고 생각하며 기다렸다.

 

사실 오픈 직후에도 서버가 널널한 것을 보면 <세븐나이츠>의 팬들이 이 게임을 정말 기다렸는지 어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기대하고 있었다. 아무리 넷마블이 지난 수년간 코어 게이머에게 외면받는 쓰레기 같은 모바일 게임만 만들었다고 할지라도 <일곱 개의 대죄>나 <제2의나라> 같은 게임을 통해 카툰랜더링 그래픽만큼은 나름 괜찮게 만들 수 있음을 증명했고, <세븐나이츠>는 PC 시장을 포기하고 모바일 시장에 집중해 성공하게 만들어줬던 결정적인 작품(?)이 아니었나?

 

솔직히 게임성에 대해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래도 실패한 '정식 후속작' <세븐나이츠 2>와 '정신적 후속작' <그랑사가>보다는 완성도 높은 게임으로 나올 거라고 믿었다. 적어도... 두 게임과 원작의 장점을 합친 모바일 게임으로는 출시될 거라고 생각했다.

 

 

 

플레이 기기 아이패드 미니 6세대, 그래픽 옵션 '상'

그래픽이 매우 나쁘다. 옵션을 확인해보면 분명 '상' 등급 그래픽으로 게임이 실행되고 있다. <원신>을 '중'이나 '하' 그래픽으로 실행해도 이것보다는 그래픽이 좋거나 비슷할 법한데 어떻게 이게 '상'이라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최상' 옵션으로 변경하고 게임으로 돌아가면 애초에 처참한 텍스처를 낮은 옵션으로 숨기고 있었던 저열한 모습에 절로 한숨이 나온다.

 

최적화가 매우 나쁘다. 2021년 말에 출시된 아이패드 미니 6세대로 게임을 진행했다. 게임이 뚝뚝 끊긴다. 가장 유려한 그래픽을 부드러운 프레임으로써 뽐내야 할 컷신에서 가장 많이 게임이 끊긴다. 푸시알림이 오면 게임이 끊긴다. 발열이 엄청나다. 가장 최신형 아이패드로 게임을 돌려도 이 정도인데 대체 안드로이드 기기로 실행하면 어느 정도라는 것인지 상상도 하기 어렵다. 두 문제점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게임의 완성도가 낮다'라는 말이 된다.

 

 

 

체력 물약의 값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원활한 사냥을 위해서는 다양한 과금 패키지를 통해 HP 포션을 구매해야 한다.

게임 시스템은 넷마블이 <리니지 2 레볼루션>부터 <제2의나라>까지 일련의 MMORPG를 제작하며 설계했던 것들의 정수를 모두 넣어놓았다. <제2의나라>의 장비 시스템과 <세븐나이츠2>의 영웅 변신 시스템이 합쳐졌다고 이해하면 쉽다. 좋게 말하자면 진득하게 게임을 플레이할 사람들에게는 과금 요소가 많으니 수익성 면에서 기대되는 게임이다. 나쁘게 말하자면 오픈 초창기부터 성장을 위해 과금을 해야 할 분야가 많다.

 

대부분 오토로 진행되지만 컨트롤 요소도 있다. 기본 HP 포션의 가치를 매우 높임으로써 컨트롤 요소를 극대화했다. 웬만한 과금 유저가 아니라면, 보스급 몬스터와의 전투에서 최대한 캐릭터를 컨트롤하며 장판 공격을 피해야만 '귀한' 체력 물약의 낭비를 최소화하며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다른 말로 이야기하자면 장기간 자동사냥시 기본 체력 포션을 원활하게 사용하기 위한 과금이 필수적이다. 

 

 

 

게임 초반 1인 인스턴스 던전 플레이 영상.

플레이하는 내내 너무 많은 의문이 들었다. 설마 넷마블 게임에 그런 요소를 기대했을 리 없지만, 만약 이 게임이 MMORPG로 나온다는 말을 듣고 액션성을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원신>이나 <붕괴3>, <퍼니싱 : 그레이 레이븐> 등의 더 뛰어난 그래픽과 액션성을 가진 게임을 두고 굳이 이 게임을 플레이할 이유가 있을까? 캐릭터 수집형 RPG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기존의 다른 게임을 그만두게 만들 이 게임만의 장점이 있나? 캐릭터별로 속성을 가졌다는 점은 이제 크게 특별한 요소도 아니고, 자신이 뽑은 캐릭터를 직접 조작할 수 있다는 MMORPG적 요소 또한 다른 게임이 더 나을 것이다.

 

PC 앞에 진득히 앉아있을 시간이 없어 오토 요소가 많은 모바일 MMORPG를 좋아하는 게이머에게는, 이 게임으로 넘어올 메리트가 있을까? 올여름에는 '모바일 MMORPG도 재미가 있고 수요가 있으니 계속 신작이 나오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트릭스터M>부터 <바람의 나라 : 연>까지 다양한 게임을 해봤다. <리니지W>도 이 게임처럼 튜토리얼 구간부터 체력 물약이 너무 비싸서 막히지는 않는다(물론 다양한 포션 및 주문서 문제로 인해 벽에 부딪히기는 한다). 리니지라이크 같은 게임성을 가진 것도 아니면서 BM은 리니지류 게임의 그것을 가져왔는데, 어떤 점에서 매력을 느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냥 게임 만들지 말고 블록체인 사업에나 집중하자, 계속 이런 퀄리티로 만들 거면...

한 달 전 비대면으로 제13회 넷마블 게임콘서트에 참여했다. 김주한 넷마블 게임&IP 소싱투자 팀장과 전주용 동국대학교 교수가 강연자로 참가했고,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강연했다. 게임 업계에서 메타버스에 대해 어떻게 기대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려줌과 동시에 현시점에서는 블록체인 서비스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최근 들어 NFT 상품의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나름 정확히 흐름을 짚었지 않았나 싶다. 지금도 굉장히 알찬 강의였다고 생각한다.

 

그때도 넷마블이 추후 어떤 게임으로써 메타버스가 불러올 새로운 게임 업계의 바람을 탈 것인지에 대한 궁금점이 있었다. 강연에서는 넷플릭스와 스팀을 합친 듯한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이야기했다. 블록체인 기술로써 아바타 멀티 유즈 등을 통해 특정 게임이 망할지라도 NFT 상품의 가치가 유지되도록 설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니 그래서, 게임은??? 질의 응답 시간에 P2E, 블록체인 등의 기술을 활용해 어떤 게임을 낼 것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현재 서비스 중인 <A3 : 스틸 얼라이브>와 <제2의나라> 글로벌 버전에 P2E 요소가 적용되어 있단다. 아무튼 두루뭉실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로부터 한 달 뒤에 <세븐 나이츠 : 레볼루션>이 출시됐다. 끔찍한 게임이다. 작금의 NFT 시장에 거품이 잔뜩 껴있음을 예지했던 넷마블은 <세븐 나이츠>의 후속작이 무시무시한 혹평을 받을 것 또한 예상하고 있었을까. 

 

<세븐 나이츠 : 레볼루션>이 정말 <제2의나라>보다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게임이라면... 그냥 게임 그만 만들자. 그리고 블록체인 사업에나 집중하자. 그 넷플릭스와 스팀을 합친 플랫폼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