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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소프트웨어

Brain 99 : 99인이 즐기는 99초 두뇌 배틀로얄

대기업도 'MMORPG → 캐주얼 게임', 변동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
캐주얼 게임 전문 개발사 엑소게임즈, 배틀로얄 두뇌 게임 'Brain 99' 출시 임박
초기 유저 동원이 관건… 제2의 위메이드플레이, 데브시스터즈 될 수 있을까

 

 

● 다시 열린 '캐주얼 게임' 전성시대, 스포트라이트 받는 개발사 나오나?

지난 9월 6일에 출시된 '세븐나이츠 키우기'(좌), '퍼즈업 아미토이'(우). 두 게임의 개발사인 넷마블과 NC 소프트는 모두 MMORPG 명가로 이름을 떨치던 곳이다.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다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3년 9월 한 달간 국내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모바일 게임 중 하나는 방치형 게임인 '세븐나이츠 키우기'였다(3위). MMORPG 장르가 아닌 게임이 월간 매출 3위 이내에 든 것은 2023년 5월(붕괴: 스타레일·3위) 이후 처음이다. 지난 9일에는 퍼즐 장르 게임인 '퍼즈업 아미토이'가 양대 마켓(애플 앱스토어·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했다. 퍼즐 게임은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시절 '애니팡', '앵그리 버드' 등이 메가 히트를 기록함으로써 주류 장르로 자리 잡은 바 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부터는 MMORPG의 아성에 밀리고 말았다.

 

'세븐나이츠 키우기'와 '퍼즈업 아미토이'의 흥행은 두 게임이 MMORPG 명가로 알려진 메이저 게임사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의를 갖는다. '세븐나이츠 키우기'를 제작한 넷마블은 '세븐나이츠(2014)', '리니지 2 레볼루션(2016)', '제2의 나라: Cross Worlds(2021)' 등 무수한 히트작을 배출하며 모바일 MMORPG 시장을 선도했던 기업이다. '퍼즈업 아미토이'를 만든 엔씨 소프트는 '리니지M(2017)'과 '리니지2M(2019)'으로써 모바일 MMORPG의 문법을 재정립했다는 평을 받는다. 리니지 시리즈로써 PC와 모바일 RPG 시장의 정점에 올랐다는 자부심을 갖고 꾸준히 MMORPG만을 만들었다. 그런 두 회사가 오로지 라이트 게이머만을 염두에 둔 모바일 게임을 제작한 것이다.

 

10년 가까이 굳건하던 모바일 게임 시장의 판도가 뒤집힐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변화의 기류 속에서는 새로운 별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캐주얼 게임이 다시 전 국민의 스마트폰에 자리 잡으려 하는 지금은 '캐주얼한 게임을 잘 만드는 회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여기, 2016년 설립 이래 꾸준히 캐주얼 게임만을 장인 정신으로 만들어 온 인디 개발사의 신작이 있다. 두뇌 게임과 배틀로얄이라는 두 장르를 과감히 합쳐버린 'Brain 99'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 'Brain 99', 99명이 99초 안에 벌이는 두뇌 대결

(동영상 출처 : 엑소게임즈 공식 유튜브 채널)

'퍼즐 게임 장르'와 '실시간 멀티 플레이 콘텐츠'는 좀처럼 양립하기 어려운 요소다. 유저끼리 누구의 실력이 더 낫는가를 겨루는 실시간 대전 요소가 도입되는 순간 '캐주얼함'이라는 장르의 강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테트리스'만큼의 인기를 자랑하는 퍼즐 게임인 '뿌요뿌요 시리즈'가 대표적인 사례다. '뿌요뿌요 시리즈'는 귀여운 비주얼과 간단한 게임 방식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동시에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와 신규 유저의 실시간 대전시 실력 격차 문제로 악명을 떨치며 '빠요엔'이라는 은어를 만들기도 했다.

 

코어 게이머가 주 고객층인 콘솔 게임 시장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생기니, 모바일 환경에서 제작되는 퍼즐 게임에는 실시간 경쟁 요소를 도입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낮은 진입장벽으로서 보다 많은 다운로드를 유도해야만 하는데, 안 좋은 이야기가 퍼짐으로써 유저들의 심리적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 골치 아파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정식 서비스 시작 직후 성공적으로 흥행 궤도에 오른 '퍼즈업 아미토이' 또한 아직까지 메인 콘텐츠 중 하나로 홍보했던 '점령전' 시스템을 업데이트하지 않았다. 이는 엔씨 소프트 특유의 경쟁 컨텐츠에 염증을 느끼는 라이트 게이머들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Brain 99'는 마치 이러한 고정 관념을 뒤집어엎겠다는 듯 99인 실시간 배틀로얄을 메인 콘텐츠로 내세웠다. 그것도 '테트리스'·'캔디 크러쉬 사가' 같은 퍼즐류 게임이 아니라 '매일매일 DS 두뇌 트레이닝'을 연상케 하는 기능성 두뇌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는 제작사인 엑소게임즈가 과거 '몬스터 스냅(2017)', '퀴즈 럼블(2018)' 등 기능성 게임을 다수 개발한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루한 부분과 불필요한 시간 소모를 전부 쳐낸 두뇌개발 게임이 담긴 'Brain 99'는 배틀로얄 게임에서 당연히 느껴져야 할 피로가 전혀 남지 않았다. 

 

 

 

메인 화면과 매칭 중 화면. 처음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은 사람도 무리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심플한 UI가 돋보인다.

 

 

 

총 3개의 스테이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스테이지의 플레이 타임은 30초다. 스테이지 시작 전 랜덤하게 선정된 미니 게임에 대해 3초간 설명을 돕는 이미지가 출력된다. 마지막까지 살아남는다고 해도 99초면 99인과의 두뇌 싸움이 완전히 끝나는 셈이다.

 

 

 

각 스테이지가 종료될 때마다 자신이 총 몇 점을 획득했으며 몇 위로 통과 혹은 탈락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게임이 완전히 끝나면 종합 순위와 자신의 두뇌 지수를 알려준다.

 

 

 

중도 탈락 없이 마지막까지 게임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2분 30초조차 걸리지 않았다. 

 

 

 

베타 테스트 빌드 기준으로 총 14개의 미니게임이 준비되어 있다. 각 미니게임은 메인 화면의 'Training' 탭을 통해서도 개별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Ranking' 탭과 'Stats' 탭을 통해 자신의 순위와 플레이 통계를 확인할 수 있다. 누적 점수를 일정 기준치 이상 충족하면 새로운 프로필 사진 또한 획득할 수 있다.

 

 

 

● 제2의 '두뇌 트레이닝 열풍' 기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대한민국에서는 '매일매일 DS 두뇌 트레이닝'으로 인한 '두뇌 트레이닝' 열풍이 불었다. (이미지 출처 : 유튜브 갈무리)

마지막으로 두뇌 게임을 플레이했던 시기는 아마 2008년에서 2009년 즈음 사이일 것이다. 당시 전국 가정의 텔레비전에서는 장동건이 닌텐도 DS로 '매일매일 DS 두뇌 트레이닝'을 플레이하면서 자신의 뇌 연령을 측정하는 모습이 송출됐다. 누군가는 뇌 연령을 젊게 만들어 준다는 기능성 게임에 흥미를 가지고, 누군가는 두뇌 트레이닝을 핑계로 최신 게임기를 구매하기 위해 부모를 졸라서 이마트로 향했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이후 15년의 공백이 존재할 정도로 두뇌개발 게임에 관심이 없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핸드폰을 사용하면서 일곱 번째로 오래 실행한 애플리케이션은 'Brain 99'였다. 'Brain 99'보다 자주, 혹은 오래 실행한 어플리케이션은 사파리(웹 브라우저), X(구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그리고 스포티파이였다. 제아무리 베타 테스트 때문에 설치했다고는 해도 다른 모바일 게임을 전부 제치고 최우선으로 실행할 만큼 'Brain 99'에 매력을 느꼈다는 이야기다. 학원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쿠키런', '애니팡'을 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더오르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데브시스터즈와 위메이드플레이 모두 캐주얼 게임 열풍 속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물론 아직은 고쳐 나가야 할 부분도 보인다. 최우선의 과제는 99인의 유저가 실시간으로 본 게임의 매칭 버튼을 누를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손가락을 까딱이지도 못할 정도로 바쁘거나 귀찮아서 '방치형 게임'이 유행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지난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Brain 99'를 권유했으나, 몇몇 이들은 '취향이 아니다', '두뇌 게임이라 재미없다' 같은 이유로 1~2분 만에 플레이를 그만뒀다. 이런 사람들마저도 의욕적으로 자신의 2분 30초를 투자하게 만들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99명이 모여서 배틀로얄이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게임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속출할 테니까.

 

다만 엑소게임즈 측에서는 베타 테스트 기간 중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적극적으로 테스터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피드백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저의 의견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험상 베타 테스터와의 소통이 뜸한 개발사보다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곳의 게임이 개발 중 빌드에 비해 훨씬 나은 결과물로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앱스토어에 정식 출시됐을 때의 'Brain 99'가 어떤 모습일지 굉장히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