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야구

2019.03.12 고척 LG-키움 시범경기 직관 후기

고딕 10pt



  날씨도 춥고 귀찮아서 고민고민하다가 올 시즌부터 브리검과 원투펀치를 이루게 될 에릭 요키시 선수가 너무 보고 싶어서 가게 된 2019년 첫 시범경기 직관. 경기 시작 10분 전에 도착했는데, 3루석쪽은 빈자리가 없어서 사람들이 통로에 일렬로 주르륵 서서 볼 정도였고, 1루 쪽도 만만치 않게 꽉꽉 차서 깜짝 놀랐다!




처음 언급되었을 때부터 키움팬들의 논쟁거리가 되었던 '강한 2번타자' 라인업. 박병호가 2번, 서건창이 4번이라니!


  오늘 경기는 비단 새 외인 투수 에릭 요키시 선수 뿐만이 아니라, 2번 박병호&4번 서건창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파격적인 라인업, 겨우내 자비를 들여 덕 레타에게 타격 코칭을 받고 온 임병욱선수, 트레이드로 키움에 이적해 주전 포수로 뛸 것이 예상되는 이지영 선수 등 흥미로운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요키시는 제 2의 밴헤켄이 될 것인가, 아니면 제 2의 코엘로가 될 것인가?


  요키시선수의 투구는 말 그대로 '인상적이었다'. 기교파 투수인 줄 알았는데 스크라이크 카운트는 거의 다 직구로 잡고 들어가고, 변화구는 우타자로 하여금 배트를 끌어내지 못하는 듯하였다. 그래서인지 정말 잘 맞아나갔지만, 그래도 아웃카운트를 잘 잡아내길래 2015년의 피어밴드 선수보다 조금 더 잘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회까지는. 


  에릭 요키시의 진가는 4회부터 드러났다. 3회까지 5피안타 무실점의 투구를 하는 것을 보며 '그래도 볼넷은 안 주네' 싶었더니만 갑자기 볼넷과 사구로 일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하고, 이걸 또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기묘한 모습을 보여줬다. 5회에는 '그래도 실점은 안 하네' 따위의 생각 또한 연속 안타로 실점을 하며 깨뜨려버렸다.


  오늘 경기 요키시선수의 최종 성적은 4.2이닝 8피안타 2볼넷 1사구 1실점! 결과만 놓고 보면 단 1점만 내주며 짠물투를 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직관하던 키움팬들로 하여금 수비 이닝에도 화장실에 못 가게 만드는 쫄깃투를 펼쳤다. 이 정도로 두근거리며 선발투수의 피칭을 지켜본 것은 작년에 김정인선수가 로저스의 부상으로 인해  선발 등판했을 때 이후 처음이며, 외인으로 범위를 좁히자면 2016년의 코엘로선수 이후로 처음이다. 버라이어티 피쳐 에릭 요키시 선수의 앞으로의 활약이 진심으로 기대된다!




핑크색 영웅검 응원도구는 올 시즌부터 버건디 색으로 바뀔 듯하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박병호의 벼락같은 한 방으로 인해, 키움팬들의 분위기는 1회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제아무리 극에 달한 진보론다라도 야구를 볼 때는 보수론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그렇다. 얼마 전 박병호를 2~3번 타순에 기용하겠다는 장정석 감독의 인터뷰가 떴을 때,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팬이 얼마나 많았나? 나 역시 '하다못해 3번은 참을 수 있어도 2번은 너무 이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며, 오늘 경기를 보기 전까지도 그랬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박병호를 2번 타순에 비치했기에 경기 초반부터 리드를 잡을 수 있었으며, 4회말에는 박병호와 샌즈가 밥상을 차리고 김하성이 적시 2루타를 쳐내는 모습 또한 볼 수 있었다. 앞으로의 경기에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적어도 오늘은 그러했다.




4번타자로 출장한 서건창은 3타수 무안타로 부진했지만, 원래 4번타자가 홈런 좀 치려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 법이다!



일단 시작은 미약하지만, 시즌이 끝날 때 즈음에는 어떠한 결과물이 되어 있을지 기대된다.


  임병욱선수의 타격폼은 마찬가지로 덕 레타의 코칭을 받은 2018년의 오재원, 그리고 메이저리거 저스틴 터너와 비슷해졌다. 비록 오늘 경기에서는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이 폼에 차차 적응된다면 노력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KBO의 브라이스 하퍼 임병욱 올해 일 낸다.



1.1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투를 펼친 김성민.


  5회에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강판된 요키시선수를 이어 마운드에 올라온 김성민선수는, 주자를 모두 불러들일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깜짝 호투를 펼쳤다. 몇몇 키움팬들 말에 따르면 투구폼이 조금 바뀌었다는데, 올 시즌에는 작년의 부진을 만회하는 활약을 펼쳤으면 좋겠다.




경기는 점점 무르익어, 관중석에서 웅성웅성 들려오던 '이따 정석단장 아파트 또 튼다'는 예측도 9회초에 실제로 틂으로써 맞아 떨어지고...




  아파트를 열창할 때 뚱뚱한 체형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가길래 조상우선수인가 했는데 한현희선수여서 깜짝 놀라고, LG로 이적한 김민성선수가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면서 한 번 더 놀랐으며, 한현희선수가 9회를 KKK로 깔끔히 막아내어 세 번 놀랐다. 정말 시범경기 첫 경기부터 볼 거 다 봤다.




 

시범경기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2019년 국내에서의 첫 경기를 깔끔한 승리로 끝낸 키움 히어로즈! 올해는 꼭 V1을 이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