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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야구

2019.07.07 고척 롯데 - 키움전 갤주데이가 된 불펜데이 직관 후기!

지갑 가정이 궁해서 주말 3연전 중 어떤 경기를 보러 갈까 고민하다가, 오늘 경기가 제일 재밌을 것 같길래 금&토요일 경기 거르고 보러 갔다!

 

 

 

먹거리의 황무지, 고척 스카이돔.

고척 스카이돔은 표값이 비싸고 먹거리의 가짓수가 적으며, 맛은 그럭저럭인데 값마저도 비싼 구장으로 유명하다. 여태까지 고척 외에 잠실, 수원, 대구, 사직 구장을 가봤는데 아직까지는 적어도 고척보다 먹거리의 양과 질이 떨어지는 곳이 없었다.

 

 

경기가 있는 날 지하철을 타고 고척돔에 오면 고척돔의 치킨&맥주를 디스하는 아저씨를 볼 수 있다.

지하철을 타고 자주 직관 오늘 사람들은 알갰지만, 외야 출입구 앞에 지붕이 고척돔처럼 생긴 매점에서도 맨날 '경기장 들어가시면~ 맥주 1리터에 8천원이 넘습니다~ 치킨 값도 2만원이 넘습니다~ 한 번 들어가시면 다시 먹을거 못사들고 들어가십니다~' 하고 자기네 치킨을 사들고 가라 홍보할 정도이다.

 

요 몇 년 간은 어차피 고척돔에 많이 가지도 않으니깐 그냥 돔볶이로 참았는데, 올해 들어서 자주 가다 보니깐 돔볶이 말고 경기장 밖에서 사갖고 들어갈 먹을 거리를 찾아야겠다~! 싶어서 한 번 미니돔에서 파는 순살 치킨을 사먹었다! 가격은 16000원!

 

 

 

미니돔 매점 앞에서 미니 확성기 들고 치킨 홍보하는 아저씨의 말을 유심히 들어보면 알겠지만, 이 아저씨가 거짓말은 한 마디도 안 하신다! 고척돔에서 파는 치킨이랑 맥주가 실제로 엄청 비싸고, 여기서 파는 치킨도 아저씨 말대로 정말 갓 튀긴 것처럼 뜨거웠다!

 

그런데 맛있다는 말씀은 안하셔서 그런지 맛은 없었다! 동네 주택가 먹자골목 호프집에서 파는 7~8천원 짜리 후라이드 치킨 맛? 내가 치알못이라 맛없게 느꼈던 걸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잘 안 맞아서 반도 안 먹었다.. 오늘의 고척돔 먹거리 탐방도 대실패!

 

 

 

오늘 3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양현!

오늘 경기를 보러 온 첫 번째 이유는 1년에 한두 번도 보기 힘든 '불펜 데이'라서였다! 선발 등판하는 양현 선수와, 만약 양현이 대량 실점하며 경기가 넘어갔을 시 긴 이닝을 소화할 '엉성한 구대성' 윤정현 선수의 모습이 기대됐다! 소올직히 브리검 선수가 나오는 날회는 적어도 5회까지는 호투하든 갑자기 화나서 쒹쒹대든 둘 중 하나라서 경기가 예상이 가고 조금 졸린데, 오늘은 한 치 앞도 예상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흥분됐다.
그리고 1회에 생각보다 훨씬 적은 투구 수로 투아웃을 잡아내더니 견제로 이닝을 마무리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절로 물개 박수를 쳤다! 그 뒤에도 양현이 1구 1구를 던질 때마다 아빠미소를 지으며 긴장해서 봤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무서웠던 순간.

양현이 내려간 뒤에는 윤정현이나 양기현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4회에 이보근 투입이라는 초강수를 둬서 깜짝 놀랐다; 최근 이보근이 좋은 성적을 기록했으며 컨디션이 좋은 이보근은 필승조를 맡겨도 되는 수준이기에 생각해보면 할만한 도박 같기도 했다. 그래도 시즌 초의 공포가 뇌리에서 완전히 잊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1회초 초구를 던지기 전의 양현, 아니 경기가 넘어갈 경우를 위해 불펜에서 대기 중이었을 양기현과 윤정현보다 무서웠다.


그리고 그 이후 마운드에서 내려갈 때까지 쭈욱 무서웠다. 계속 직구만 냅다 던지는 것 같은데 제구가 잘 되지도 않았고, 사실상 빠른 공 하나로 먹고사는 투수가 구속은 140 초반밖에 안 나오니 보는 입장에서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었다. 감독과 코치, 그리고 선수들도 이보근이 무서웠는지 선두타자 손아섭한테 안타를 맞자마자 김하성이 다가가서 격려하고 웬만하면 지켜보는 편인 나이트가 곧바로 뛰쳐나왔다. 4회초가 오늘 경기 승리의 9부 능선인을 직감할 수 있었다.


결국 유격수 옆으로 타구 빠져나갈 때 진짜 육성으로 아아아아아앟악! 하고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웬만한 스릴러, 공포 영화보다 오싹한 그의 피칭에 외야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슬쩍슬쩍 자리를 뜨더니 먹거리를 사 갖고 돌아왔다. 내가 앉아있던 블록의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떡볶이나 오뎅 따위를 들고 돌아오는 모습을 보며, 어쩌면 이보근은 고척 스카이돔 푸드 코트의 매출 증진을 위해 기용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렇듯 경기 초반 마운드에 올라온 투수들이 단 한순간도 마음 놓고 볼 수 없는 투수들이었다 보니, 김성민이 올라온 뒤에는 오히려 경기가 재미없게 느껴질 정도였다.

 

 

 

3루타를 쳐낸 뒤 장비를 벗고 있는 김혜성.

그래도 어제랑 그저께 직관 욕구를 꾹 참고 오늘 야구장에 온 보람이 있었다! 오늘은 투타 양면에서 정말 '재밌는 경기'였다! 무사 1, 2루의 찬스에서 이지영이 병살타를 쳐내며 찬물을 끼얹고, 그 상황에서 김혜성이 밀어쳐서 좌중간 3루타를 만들어내 점수를 두 점 차로 벌릴 줄 누가 알았을까!

 

 

그리고 최근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통산 100홀드까지 두 개를 남겨둔 한현희가 블론을 할 줄 누가 알았을까!!!

 

 

스터프 147km/h!

거의 한 달, 아니 한 달 넘게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드디어 나타난 이영준! 다들 그동안 많이 걱정했지만, 오늘 경기서 언제 아파서 말소됐냐는 듯 최고 147km를 던지며 1이닝을 2탈삼진 포함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최고다 이영준!

​🕣이영준의🕘시계는🕤거꾸로🕙간다!🕥

 

 

 

3루타를 쳐낸 뒤 다리가 풀려 주저앉은 주효상.

위의 요소들로도 충분히 볼거리가 충분한 경기라고 생각했는데 포수 주효상까지 보게 돼서 이보근 이후 오늘 경기 두 번째로 오싹했고, 8회말 쐐기 2타점 3루타를 쳐내는 모습에 그만 소름이 돋았다! 아마 오늘 구로구 근처 대형 마트들은 아닌 밤중에 기저귀와 팬티를 사러 온 키움 팬들로 북적일 것이다.

 

 

 

세상에!

그렇게 키움 히어로즈는 선발 '양현'의 호투와 '김혜성', '주효상'의 방망이 덕에 승리했고,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세 명의 이름이 함께 올라가게 되었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주갤주는 인터뷰도 참 갤주 스러웠고... 양현 선수는 이런 자리가 익숙치 않아서 그런지 말수가 적던데, 앞으로 인터뷰 자주 했음 좋겠다! 형이 못다한 속초 감자 워리어의 업적 아우가 대신해서 이루자 강원일보의 김병현 양현 화이팅!

 

 

 

김혜성선수는 작년에 혜성같이 등장해서 인터뷰도 많이 했는데, 올해 워낙 못하고 있다보니 자신감이 조금 떨어진 것 같았다! 앞으로 잘하자!

 

 

 

다음주에는 2위 하자 개큠! 영웅, 2019 우승 도전!! 아자아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