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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야구

2019.07.11 수원 키움 - kt전 생애 두 번째 수원 구장, 생애 첫 수중전 직관 후기!

오전부터 워낙 여기저기를 돌아다녀서 온몸이 눅눅했고, 또 수원구장에 미리 간 사람이 올린 사진을 보니 언제 갑자기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아 보였다. 괜히 우천취소 돼서 허탕 치고 돌아오는 것은 아닌가 하고 갈지 말지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역시 아예 안 가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가보고 후회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수원구장에 갔다.

 

 

 

수원 kt 위즈 파크의 외야 잔디 자유석

수원구장에 가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고, 당시에는 내야 테이블석에서 경기를 관람했기에 오늘은 외야 잔디 자유석으로 표를 끊었다. 사실 오늘 경기를 보러 가자고 마음먹은 이유 중 하나는 수원구장 2층에서 보조배터리를 빌려준다는 정보를 얻어서였는데, 표를 끊고 입장한 뒤에야 외야에서는 보조배터리를 빌릴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결국 외야 전경을 찍자마자 핸드폰 배터리가 다 떨어져서 친구 휴대전화로 경기장을 찍고 다녔다ㅜㅜ

 

 

수원 구장의 외야석은 고척돔 외야 비지정석과는 달리, 외야 수비를 하는 선수들을 코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연속으로 안타를 치고 나간 이정후와 김하성.

야구를 잘 알지 못하는 군인 친구와 함께 야구장에 왔고, 그래서 친구가 지루해하지 않도록 경기 내내 상황이 어떠한지와 타자, 투수가 어떤 선수인지를 설명해줬다. 다만 친구에게 '이 선수가 올해 타율이 이렇고...' 따위의 이야기를 하면 알아듣지 못할 것 같아, 그 친구가 확실히 기억하도록 설명해줬다. 예를 들면 이정후 선수는 '너와 같은 98년생인데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신인왕을 타고 다음 해에 국가대표로 금메달을 따서 군면제까지 받은 선수야! 게다가 얼굴도 잘생겼어!', 김하성 선수는 '95년생인데 얘도 군면제를 받았어!'하고 설명하는 식이었다.

 

 

 

오늘 경기서 5이닝 1실점 무자책 호투를 펼쳐 시즌 2승을 올릴 수 있었던 신재영. 

신재영 선수에 대해서는 '고등학생 때는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고 대학교에 가서 에이스를 했지만, 대학 야구부 에이스는 4년 내내 혹사를 당한다는 뜻이다. 우여곡절 끝에 프로에 와서 2016년에 신인왕을 탔지만, 다한증 때문에 매번 손가락의 물집이 터지는 일이 반복돼서 이듬해에는 에이스에서 5 선발로, 그다음 해에는 5 선발에서 추격조로 전락했다. 올해에는 아예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는데, 선발로 나오던 어린 선수 두 명이 부상으로 이탈해서 선발 기회를 얻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친구가 이 선수는 꼭 응원하고 싶다며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경기를 봤는데, 기쁘게도 오늘 신재영 선수가 5이닝 무자책으로 승리 요건을 충족했다. 어떤 돼지가 그 승리를 뺏어먹었지만...

 

 

 

오늘 경기서 여러 차례 호수비를 선보인 이정후.

아무래도 외야석이 타자와 투수가 잘 보이는 자리는 아니다 보니, 친구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겠는 투수와 타자 간의 대결보다는 외야수의 멋진 수비를 집중해서 봤다. 이정후 선수가 여러 차례 멋진 수비를 선보이자 "끝내기 홈런보다 끝내기 호수비를 좋아한다고 말한 선수"라고 귀띔해줬는데 자기도 호수비가 더 짜릿하단다.

 

 

송성문은 그냥 '야구 못하는 선수'라고 설명했는데, 그렇게 말하자마자 홈런을 쳐버리며 무력 시위를 했다ㅇ0ㅇ; 친구에게 야알못으로 찍혔지만 기분은 좋았다.

 

 

수원구장 외야석에 있는 멍뭉이 카페.

5회가 끝난 뒤 클리닝타임 때 함께 군것질거리라도 사러 외야 복도로 나왔는데, 이때 수원구장 외야 복도에는 매점이 없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대신 3루 홈 응원석 우익수 쪽 외야석 쪽에 멍뭉이들이 많은 안주 집과 이사만루 스크린 PUB이라는 음식점이 있었다.

 

 

 

이사만루 스크린 PUB은 들어가자마자 진짜 '대박...!'소리가 절로 나왔다! 사실상 일반 호프집이나 다름없는 공간에서 창가에 앉아 치킨도 뜯고~! 경기도 직관하고~! 매장 곳곳에 달려있는 TV로 경기까지 볼 수 있다니, 진짜 이렇게까지 외야를 잘 활용한 구장은 처음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음식 값이 많이 비싸서 또 가지는 않을 것 같다.

 

 

아무래도 외야석에 있는 매장이다 보니, 홈런 타구가 날아와서 유리창이 깨질뻔한 적도 있는 모양이었다. 사인을 보아하니 아마도 배제성 선수가 얻어맞았나 보다.

 

 

모두 합쳐 3만 9천 원! 가격은 조금 많이 비쌌지만, 그래도 맛이 좋아서 남기지 않고 먹었다.

 

 

매장 앞 외야 잔디석에서 경기를 보시던 관중 분이 어째 돗자리를 뒤집어쓰고 경기를 보신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8회 즈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던 모양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 비를 맞으며 경기를 보고 싶었지만... 사장님께서 팝콘을 서비스로 주시는 바람에 자리를 뜰 수 없었다.

 

 

마무리 오주원 선수가 9회를 깔끔히 마무리한 뒤에야 매장에서 나왔는데, 수원구장을 수놓은 부슬비에 넋을 잃고 하늘을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한밤중의 수중전은 정말 낭만적이었다.

 

 

선수들 퇴근길도 보고 싶었지만 저녁을 먹고 나온다길래 아쉬움을 뒤로하고 버스를 타러 갔다. 정말 만족스러운 원정이었고, 다음 수원 원정 경기 때도 꼭 보러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