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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책

제 인생에 답이 없어요(2019)

작년 여름부터 선바의 영상을 챙겨보기 시작했다. 주니어 네이버 게임을 플레이하는 스트리머가 있다길래 흥미가 생겨 찾아봤는데, 그때부터 푹 빠져서 심심하면 유튜브에 선바를 검색하는 순돌이가 되었다. 이미 야구에 인생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에 생방송까지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스트리머가 직접 썼다는 책을 살 정도로는 좋아했다.

 

 

책과 사은품 티코스터.

개인적으로 표지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디자인은 둘째치고 '희망으로 2행시? 희희, 망했다'라는 문구가 정말 구매 욕구를 떨어트렸다. 마치 선바의 유튜브 채널 같았다. 선바가 주니어 네이버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에도 유튜브에서 그의 영상이 추천 영상으로 뜬 적이 있었지만, 마치 화난 피망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 담겨있는 썸네일에 화들짝 놀라 몇 번이고 지나쳤다. 이 책도 그렇다. 순돌이들이 아니라면 '오 이런 책이 있네?'하고 들어서 봤다가 희희 망했다 글귀를 읽고 다시 내려놓지 말지에 대해 짤막하게 고민하지 않을까 싶었다.

 

 

500원을 추가 지불하면 사은품으로 받을 수 있는 선바 티코스터. 총 3장이 들어있다.

 

 

컵을 올리면 선바의 얼굴이 가려진다...

 

 

저자 소개란의 사진이 강렬하다.. 선바는 이런 사람이다.

 

 

책의 분량은 약 200페이지 정도로 꽤나 두꺼운 편이지만, 한 페이지당 텍스트양은 많지 않다. 아니, 매우 적다. 선바는 실시간 스트리밍 때 본 도서를 홍보하던 도중 '흰색이 많으니 무제 공책 사는 기분으로 사도 괜찮다'라고 얘기했으며, 독서 속도가 빠른 순돌이들 사이에서는 15분~20분 만에 다 읽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시대의 트랜드를 20년은 족히 앞서 나간 것 같은 겉표지, 그리고 작가와 독자들이 공인한 얼마 되지 않는 분량. 힐링 에세이 도서로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디메리트가 아닐까? 정말 눈곱만큼도 기대가 되지 않았고, 때문에 첫 페이지를 펴기 전에 들었던 생각은 책에 대한 기대가 아닌 '독서 속도가 느린 내가 몇 분 만에 다 읽을 수 있을까?'였다. 그래서 일부러 스톱워치까지 켜놓고 읽었다.

 

그런데 책 내용은 의외로 한 문장 한 문장이 심금을 울렸다.

 

 

'철학과'라는 제목이 붙은 글들은 모두 실제 대화 내용이라고 한다. 전공 특성상 공감이 가서 가슴 아팠다.

 

 

살다 보면 생각 없이 툭 던진 한 마디, 남을 찌르기 위해 작정하고 던진 한 마디에 상처받을 때가 있다. 몇몇 글들은 그런 말들에 대해 대신 화를 내주는 것만 같았다.

 

 

위로가 되는 글도 있었고.

 

 

한 때 고민했던, 그리고 지금 고민중인 문제에 대한 시원한 길을 제시해주는 글도 많았다. 

 

 

소리 내어 웃기도 하고, 눈물을 훔치기도 하며 읽다보니 어느새 40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요즘 서점에 가면 '라이언, 모티브가 카카오그룹 대표님이라도 괜찮아', '곰돌이 푸, 바지쯤은 벗고 다녀도 괜찮아' 등등 표지가 예쁜 힐링 에세이 도서들이 베스트셀러란을 장식하고 있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왜 그런 책들을 읽는지 이해가 안 됐다. 그런데 '제 인생에 답이 없어요'를 읽고 힐링 도서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그리고 책 표지에서부터 어딘가의 무료 상담소에서 '힘 내'라는 말과 함께 영혼 없는 위로 혹은 격려를 받는 광경이 생각나는 다른 힐링 도서들과 달리, 유쾌한 농담과 함께 '힘을 준다'는 점에서 참 좋았다.

 

 

 

그런데 순돌이가 아닌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을 할 수 있는 도서인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선바를 몰랐으면 이 책을 사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순돌이들에게는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