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역대급으로 볼 만한 래퍼가 없다는 평을 받은 'SHOW ME THE MONEY 8'(이하 쇼미)에서도 예선떨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대중과 힙합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단숨에 국힙 유망주로 급부상한 래퍼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안병웅
좋게 말하자면 힙하고 나쁘게 말하자면 힙찔이스러운 코디의 래퍼들이 양산형 트랩을 내뱉던 당시 쇼미에서
자기보다 5년 일찍 세상에 나온 근본 힙합 노래 위에 당당하게 붐뱁을 내뱉던 20대 초반 청년의 모습이
모두의 심금을 울린 것이었다
빅 엘과 릴보이의 사이에 있는 듯한 독특한 목소리
쇼미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전 철저한 무명 시절에도 오픈 마이크 스웨거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준수한 랩 실력
그리고 마치 안 꾸미고 촬영장 나와서 랩 뱉는 아이돌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미친 외모로써
그는 (과장 좀 보태) 우원재 이후 쇼미가 발굴한 차세대 일반인 랩스타라는 호평과 함께
추후 행보에 대한 크나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SHOW ME THE MONEY 9'(2020), 'SHOW ME THE MONEY 10'(2021)에 연달아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것과는 별개로
장르팬들의 안병웅에 대한 기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철저하게 수직 낙하했다
그런데 무엇보다 큰 문제는 가사다. 번뜩이는 라인커녕 기억에 남는 라인이 없다. 아니, 그 이전에 랩 가사로서의 기본적인 구조 자체가 엉망이다. 랩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망생이 썼다 해도 고개를 저었을 것이다. - <RHYTHMER> [BARTOON 24] 리뷰
안병웅이 개인 작업물에서 매우 처참한 역량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쇼미8 출연 직후 올해의 앨범상을 노린다고 자부하며 발매했던 데뷔 EP [BARTOON 24]는
올해의 앨범은커녕 사운드 클라우드 올해의 믹스 테잎도 간당간당할 정도의 처참한 퀄리티로써 대혹평 받았으며
흑인 음악 매거진 <리드머>로부터 5점 만점의 2점의 평점을 받음과 동시에
'엔지니어링 부분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랩 가사로서의 기본적인 구조 자체가 엉망이다' 같은 신랄한 코멘트를 받았다
갠적으로 엔지니어링 관련 평은 억까라고 생각한다
90년대 먹통 올드스쿨 붐뱁을 좋아하는 안병웅이
의도적으로 노이즈를 삽입하고 목소리가 울리도록 믹싱을 지시한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가사도 뭐,,, 앨범 자체가 아마추어 시절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렸던 믹스 테잎을 비트&믹마만 손 봐서 낸 수준이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걸 내면서 올해의 앨범이라고 말해?'라며 성을 내는 사람들도 너무한다고 본다
자고로 예술 한다는 사람이라면 본인이 짱이고 자기 작업물이 최고라는 생각 정도의 에고는 있어야 한다
[BARTOON 24]는 최근에도 종종 돌려듣는 앨범이고 안병웅이 철저하게 lofi함을 의도했을 뿐 못 만든 작품이 아니다
다만 문제는 안병웅을 기대하던 사람들의 절대 다수가 그에게서 포스트 오왼or릴보이를 기대했지
결코 'Chillhop Drive 90's - Lofi hip hop type beat' 위에 라임과 그루브만 살아있는
아무 말이나 뱉는 모습을 원치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타협점 자체가 영원히 찾아올 수 없는 수준의 방향성 차이는
안병웅이 대중들로부터 기대의 수준과 맞먹는 수위의 비난을 받는 시련을 겪게 했다
모든 종류의 예체능은 무대 위 예술가의 모습에 열광하며 기꺼이 돈을 흩뿌리는 사람들이 있어 존재할 수 있다
안병웅도 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중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차 노력했다
[I BALLIN'](2020)을 통해 트랩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으며
쇼미10에서는 평소의 릍! 랱!!! 마이크 원 투 췍! 유베럴 딕 댓 이젠 버려 내 배려 st. 가사가 아닌
진중한 작사 스타일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안병웅의 도전은 거기까지였다
본인이 단점을 고치는 방향으로 가서는 오리지널리티가 없다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걍 자기 곤조가 쎈 건지
쇼미10 출연 직후 발매한 [HOOK UP](2022)에서 언제나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오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가사는 1도 안 고친 채로 ‘무의미한 가사로 그루브 타는 능력’을 극대화 시킴으로써 리스너들에게도 호평 받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2년만의 복귀작 [siTtin in A sauCer](2024)
무려 모든 트랙의 믹싱과 마스터링을 안병웅 본인이 직접 담당한 본 앨범은
'안병웅'이라는 래퍼를 완벽히 정립하는 데 성공한 작품이라고 감히 평가할 수 있겠다
"톤이 사기에 그루브도 잘 타니까 가사만 고치면 되겠네~"라는 평을 받던 루키는
그 오랜 시간 동안 가사는 조금도 고치지 않은 채 '무의미한 가사로 그루브 타는 능력만 극대화함으로써
어느 스타일의 정점에 오른 것이다,,,
안병웅 인스타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사람이 상당히... 같이 PC방 가면 게임 안 하고 디즈니 플러스 켠 다음에 심슨 정주행할 것 같은?
유튜브 알고리즘에 lofi chill 같은 단어로 도배돼있을 것 같은??
그런 스타일이다
데뷔 앨범인 바툰 때부터 꾸준히 그런 스타일을 앨범 아트에서부터 녹이려 노력했는데
이번 앨범은 그런 의도가 상당히 잘 살아 있다구 느껴졌다
구성품에 포토 카드랑 스티커가 들어 있다고 들어서 기대하고 열었는데
오우,,,
일단 스티커는 소장만 할 것 같다
포토카드
안병웅 포토카드가 당첨됐다
우와우~!
중간중간 윈도우 98 그림판으로 그린 듯한 귀여운 카툰도 있다
이번 앨범 믹싱 프로듀싱 등등 전부 안병웅이 했다던데
그림도 안병웅이 그린 걸까
근데 이 감성을 너무 살리다보니
가사지는 그냥 못 읽는 수준이긴 하다,,
여러모로 안병웅의 정수가 담긴 앨범 같아서 좋았다,,,,,,,,,
'안병웅 스타일'을 기어이 완성해버린 안병웅의 앞으로의 행보가 매우 기대된다
'수납장 >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밍 타이거 - [January Never Dies] (2023) (0) | 2024.08.24 |
---|---|
빈지노 - [Nowitzki] (2023) (0) | 2024.07.30 |
E SENS - [저금통] (2023) (0) | 2024.07.23 |
[HAN 2023] (2023) (0) | 2024.07.17 |
Tabber - [Madness Always Turn to Sadness] (2023) (0) | 2024.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