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납장/음악

GongGongGoo009 - <ㅠㅠ> (2023)

채신영 2026. 2. 1. 21:45

<ㅠㅠ>의 앨범 커버.

2022년은 준비되지 않은 해외 생활에 준비되지 않아 극심한 향수병과 우울증을 겪던 시기였다.

 

당연한 결과였다.

 

본래도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인데, 모국어도 문화도 다른 사람들 사이에 떨어졌으니.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일도 여의치 않았다.

 

그들과 나는 13시간의 시간 차를 두고 살아가게 된 탓이었다.

 

한국의 친구들은 내가 깨어있는 시간에 잠들어 있었다.

 

그들이 깨어 있으면 나는 잠자리에 들 시간이었다.

 

사실 밤에 잠이 오지 않아서 24시간 내내 깨 있는 날도 많았나, 아무튼.

 

 

 

<ㅠㅠ>의 앨범 커버 후면.

거기서 나는 무엇을 했나.

 

언어는 나름대로 많이 늘어서 왔다고 생각한다.

 

1년간의 타지 생활의 아웃풋을 증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였으니까.

 

조금이라도 더 현지인들과 많이 대화하려 애썼다.

 

그러나 굳이 원어민 친구들과 어울려 논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남들과 놀지 않고 공부도 안 할 때는 현지 프로 스포츠를 틀어놓고 하염없이 멍때렸다.

 

혹은 영화를 보거나.

 

아니면 책을 읽고 인상 깊은 문장을 필사하거나.

 

게임은 잘 안 했다.

 

즐겨 하던 온라인 게임들은 서버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핑이 심하게 튀었다.

 

그럴 것 같아서 콘솔 게임기도 가져갔던 건데, 돌이켜보면 왜 막상 콘솔 게임은 잘 안 했던 걸까.

 

오피스 프로그램 공부를 하려고도, 혹은 기타를 쳐보려고도 했다.

 

오래 가지는 않았다.

 

아마 작심삼일도 안 갔을 테다.

 

 

 

쨍한 색감 탓에 기괴함이 한층 더 강하게 느껴지는 ㅠㅠ의 케이스 내부 구성.

그럼 공부도 안 하고, 프로 스포츠도 안 보고, 영화도 안 보고 책도 안 읽을 때는 대체 무얼 했나.

 

음악을 들었다.

 

스포티파이를 현지 학교 계정으로 가입하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스포티파이로 들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더 이상 할인 혜택이 적용되지 않은 탓에 버린 계정인데,

 

지금 찾아보니 플레이리스트에만 무려 1,249곡을 넣어놨더라.

 

그때 가장 위로가 됐던 앨범이

 

KIRARA의 [4](2021),

 

JJK의 [Unofficial Record III](2022),

 

이수린의 [철한자구](2022),

 

짱유와 제이플로우의 [HYPNOSIS THERAPY].

 

그리고 공공구(혹은 GongGongGoo009)의 [ㅠㅠ]였다.

 

 

 

ㅠㅠ의 부클렛.

 

 

 

Hukky Shibaseki가 "SHOW ME THE MONEY12"의 프로듀서로 출연할 줄은...

 

 

 

갑자기 이런 솔직한 이야기를 적는 이유는...

 

최근 티스토리가 동영상 서비스를 종료하는 꼬라지를 보아하니,

 

곧 서비스를 종료할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 편히 글을 적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나는 방문자라고 해봐야 하나같이 수익 창출용 매크로 계정뿐인 이 존만한 블로그 플랫폼에서 그동안 얼마나 같잖은 가식을 차렸나.

 

[ㅠㅠ]가 와닿았던 것은 내가 1년 동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오는 울분을 꾹꾹 눌러담고 있을 때,

 

공공구의 음악은 조금의 가식도 차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는 대리만족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raw함을 거부감 없이 남들 앞에 내놓을 수 있을 정도의 적절한 음악적 완성도까지 덤으로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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