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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야구

2019.07.02 고척 두산 - 키움전 짜릿한 역전승 직관 후기!

장을 보는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려서 퇴근길 지하철에 낑겨 타고 구일역에 늦게 도착했는데, 노을녘에 살짝 젖은 고척돔이 새삼 멋있었다! 문득 아파트 단지 너머로 노을이 지던 목동 야구장의 풍경이 떠오를 정도였다. 목동을 홈으로 쓰는 동안에는 아쉽게도 우승의 위업을 이뤄내지 못했지만, 올해야말로 꼭! 우승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향후 10년간 양팀을 이끌어갈 이승호와 이영하

7시쯤에 경기장에 입장했더니 경기 시작 30분만에 벌써 3이닝이 삭제돼 있었다. 양팀의 영건 선발투수 이승호선수와 이영하선수의 호투가 그 이유였다. 컨디션이 매우 나쁘거나 봉와직염으로 고생할 때에도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좋은 선발투수'의 모습을 보여주던 이승호선수는, 푹 쉬고 오더니 어깨가 한결 가벼워졌다는 듯 씽씽투를 펼쳤다! 이영하선수는 3회와 4회에 주자를 차곡차곡 쌓으면서도 탁월한 위기 관리 능력으로 실점을 억제하는 모습이 참 얄미웠다!

 

양팀 선발투수가 못해도 7~8회까지는 던질 것 같은 기세로 쾌투를 펼치는 가운데, 6회초 이승호선수가 먼저 흔들리며 3점을 내주면서 나를 비롯한 외야 비지정석 키움팬들은 초조해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박건우가 6회말 샌즈의 타구를 안정적으로 처리했다면, 경기는 사뭇 다른 결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6회말 이정후선수와 박병호선수가 안타-사구로 출루하며 만들어진 무사 1, 2루의 찬스! 아마도 오늘 경기의 최대 승부처였을 상황에서 제리 샌즈 선수가 우익수 앞 안타를 쳐냈고, 이 타구를 박건우선수가 키움 사랑 수비로 펜스까지 보내주면서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한점차로 좁혀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2점대 불펜 김승회로 투수교체하지만 타격감 올라오기 시작한 송글벙글한테는 어림도 없지ㅋㅋㅋㅋ 동점 적시 3루타! 이후 송성문선수의 날벼락같은 타구에 두산 야수들이 넋이 나갔는지 나사 하나 빠진 수비로 역전을 허용하고, 임병욱선수가 쐐기 적시 3루타를 쳐내면서 고척돔에 있던 키움팬들은 완전 난리가 났다! 내 옆에 앉아 계시던 큠팬 할아버지들은 박수까지 쳐가시면서 좋아하셨다ㅋㅋㅋㅋㅋ

 

 

 

행복했던 6회말

 

 

6월 27일 고척 KIA - 키움전에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직후 행복해하는 김상수. (사진 출처 : 키움 히어로즈 공식 홈페이지)

7회초에 갑자기 70구도 안 던진 이승호선수를 내리고 김상수선수를 올리길래 당황하고, 올라오자마자 안타를 얻어맞길래 황당했는데, 박뱅이 리버스 병살로 투아웃 잡아주는 걸 보고 '오늘 되는 날이다' 싶었다!

 

 

 

한편 매번 고척 스카이돔에 올 때마다 사먹는 돔볶이가 질려서 다른 음식을 찾던 도중 닭강정집의 물교자를 사먹어봤다. 가격은 5천원. 맛은 아주 나쁘지는 않았으나, 만약 비비고 왕교자를 옆에 놓고 공짜로 줄테니 둘 중에 뭘 먹겠냐고 한다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비비고 왕교자를 선택할 정도의 맛이었다. 다시는 5천원씩이나 줘가며 사먹고 싶지 않은 맛이었다는 뜻이다. 고척 스카이돔, 과연 얼마 되지도 않는 메뉴들 중에서 맛있는 음식이 존재하기는 한 것인가?

 

 

 

8회말 키움의 공격이 끝난 뒤에는 '오주원선수가 마무리투수로 올라올텐데 뭔 문제가 있겠어?'하고 일찍 외야 비지정식에서 나와, 외야 지정석 출입구 앞에서 커튼 너머로 아웃카운트를 살피며 경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알고보니 오늘 오주원선수는 안타와 볼넷을 연이어 허용하면서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이했고, 원아웃을 잡아낸 뒤 다음 타자가 잡아당긴 타구가 좌중간을 절묘하게 가르는 코스로 날아갔고, 이 공을 좌익수 박정음이 몸을 날려 잡아내면서 극적인 1이닝이 완성됐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까지 모두 빨간불이 들어온 직후 구장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출입구의 암막 커튼을 호쾌하게 걷어젖히며 '경기 끝!'이라고 외친 뒤 후다닥 달려나가길래 뭔가 싶었는데, 어쩌면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경기 내용에 흥분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칼퇴근에 신났든가.

 

 

 

어찌 됐든간에, 이제 2위팀 두산과 단 0.5게임차!

 

 

개인적으로 고척돔의 최고 장점은 키움이 승리한 날 경기종료 후 수훈 선수들이 단상에 올라오기 전까지 동글이의 재롱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피스~!

오늘 경기 수훈선수는 송성문, 박정음, 샌즈 선수! 오늘 경기에서 동점 적시 3루타를 때려내며 좋은 타격감을 이어간 송성문선수는, 이번 시즌 첫 수훈 선수 인터뷰라 쑥쓰러운지 목소리가 조금 작았으며 인터뷰 내용에서도 자신감이 떨어져 보였다. 하지만 3루타를 쳤을 때 K 세레머니를 보여달라는 MC의 말에 W 세레머니를 하겠다며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송성문스러워서 좋았다! 후반기에는 다시 송성문의 싱글벙글 똘끼발랄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핸드폰 상태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많이 어두침침하게 찍혔다...

박정음선수는 오늘 목소리를 처음 들어봤는데, 생각보다 엄청 톤이 높고 또 감미로워서 깜짝 놀랐다! 나중에 해설자를 하면 조곤조곤하다고 인기가 많을 것만 같은 목소리였다. 그런데 2016년 이후로 좀처럼 1군에서 모습을 보이지 못해 인터뷰가 익숙치 않은지, 목소리가 조금 작아서 제대로 얘기를 알아듣지는 못했다.. MC가 끝내기 수비 소감을 들려달라고 하니깐 뭐라고 말은 했는데 목소리가 잘 안들려서, 뒤에 있던 사람들은 다들 엇 어..? 하다가 박수를 쳤다ㅋㅋㅋ 앞으로 자주 인터뷰를 해서 자신의 댄디한 목소리를 제대로 활용했으면 좋겠다!(?)

 

 

 

샌즈는! 애기들이 귀여웠다!!!

 

개큠 내일도 이겨서 2위 가자 아자아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