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단막극 7

후기/단막극
이하륜, 의복(1974)

작가 이하륜 씨는 많은 활동을 하지 않으신 것인지, 검색을 해봐도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 또한 본 작품이 발표된 1974년은 새마을 운동이 한창 진행중인 때였는데, 이것이 본 작품과 큰 연관이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작가의 세계관이나 발표 연도 따위는 본 작품의 특징으로 들기 어려워 보이므로, 작품의 내적 요소에 대해 주목하자. 우선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무대 장치와 소품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본 작품을연극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원형 회전 의자와 회전하는 원형 무대, 그리고 별빛이나 해빛을 연상시킬 조명 장치와 안개를 만들 장치, 마지막으로 수많은 특수 의상들이 필요하다. 의상은 둘째 치더라도, 회전 가능한 원형 무대와 조명 장치 등은 단막극 같은 조촐한 연극에서 재현하기란 은근히 까..

후기/단막극
이강백, 「결혼」(1973)

「결혼」의 작가인 이강백씨는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다섯』이 당선된 이후 평생을 전업극작가로 활동하며 희곡계에 몸담고 계신 분이다. 이강백 작가의 작품들은 대게 우의적 기법으로 일관되며, 이로써 현실의 정치논리에 초점을 맞추고 그 생리와 작동원리를 드러내거나 물질적 현란함과 가시적인 것들을 비판하고 진실이나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을 다루는데, 「결혼」은 후자로 분류된다. 「결혼」은 1074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이강백은 1970년대 작품에서 눈으로 확인이 불가한 권력에 의해 개인들의 생활 전반이 지배당하는 구조를 드러냄으로써 지배권력의 구조와 생리를 비판했으나, 이는 「결혼」과는 상관 없는 이야기이다. 「결혼」의 특징으로 들 점은, 작가 노트에 적혀있는 본 작품의 무대 설정이다. 작가..

후기/단막극
윤조병 - 건널목 삽화(1970)

작가 윤조병 씨는 대표적인 사실주의 작가로, 일상적 삶 속에 내재한 과거의 시간이 오늘의 현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그려내는 것이 특기였다. 하지만 이러한 점이 부각되며 능력을 본격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1981년에 「농노」를 발표하면서부터로, 「건널목 삽화」를 발표한 1970년대에는 사실주의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작품을 써냈다. 그러나 이는 '초기작에는 개인의 역사적 삶에 대한 관심이 보이지 않았음'을 의미한다는 것이 아니다. 과거 작가의 인터뷰에 따르면 「건널목 삽화」는 남북전쟁의 페혜를 베이스로 한 희곡이다. 때문에 당시의 전쟁 후유증을 앓았을 서민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읽을 수 있다. 정신을 차리고 읽지 않으면 얼핏 부조리극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철도원'과 '사나이'의 대화가 매력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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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성 - 출발(1967)

작가 윤대성 씨는 1939년 만주 목단강 주변에서 장남으로 태어나 해방 후 서울로 월남하였고, 연세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1962년에 개설된 드라마 센터 아카데미에 입학한다. 이후 한일은행에 취업했다가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전업 극작가가 되는데, 이 때 당선된 작품이 바로 『출발」이다. 이 작품은 1967년에 발표된 것으로, 작가는 불과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이러한 파란만장한 생애를 보낸 것이다. 윤대성 씨는 수십 년에 걸쳐 활동을 하는 동안 다양한 주제의식이 담긴 작품들을 발표하였는데, 이 중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의 작품들은 다양한 연극 양식들을 활용하여 사회 전반의 문제의식을 날카롭게 드러낸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출발은 이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대에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후기/단막극
오영진 - 정직한 사기한(1949)

작가인 오영진 씨는 해방 전에는 국산품 장려운동을 벌이던 아버지와 함께 민족운동을 하였으며, 해방 후에는 공산주의 사상에 호의를 가졌다가 공산당의 행보에 좌절감을 느끼고 왈남하였다. 그렇기에, 그의 희곡에서 드러나는 자본주의 체제 남한의 사회상에 대한 비판은 '북한이 답없음에도 불구하고' 남한도 어지간한 노답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신뢰가는 증언이 간다. 본 작품이 처음 발표된 시기는 1949년. 작가는 제 1회 남녀 대학 연극 대회에 참가해 시공관에서 본 작품을 초연하기 약 1년 전에 북한이 파견한 것으로 보이는 인물에게 총격을 받았다고 알려져있다. 북한의 체제에 실망해 월남하였으며 이 행위로 보복을 당한 것일지도 모르는 인물. 이러한 사람이 남한으로 넘어와, '갓 한국에 온 사람'의 시선에서 담아낸 광..

후기/단막극
신명순 - 전하(1962)

작가 신명순씨는 불과 스무 살의 나이에 추후 50년이 넘어서도 한국 대표 단막극선에 실려 읽히는 등 위대한 단막희곡을 써낸 작가이다. 당시에는 처음 유입되던 단계로 생소한 성격의 서사극 이론을 활용해 전하를 집필하였고, 이후에도 상당히 도전적인 작품을 써내서 오늘날에는 저항적인 성격의 작가라고 불리고 있다. 그러나 20대 초반에 몇 작품을 써냈을 뿐, 무슨 이유에선지 이후 창작을 그만두었다. 서사극이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며, 개인적으로는 극중극이라는 요소가 상당히 돋보였다. 단순히 학생들이 연극 속에서 또하나의 연극을 하는 것뿐이 아니라, 이들이 극중극에 들어가기 전에 보인 태도를 비교해가며 봄으로써 해당 작품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후기/단막극
박조열 - 관광지대(1963)

1930년 출생인 박조열 씨는, 한국전쟁 중에 월남한 인물이다. 이 때문인지 남북문제에 관한 희곡을 많이 집필하였다. 1963년은 박정희 前 대통령이 제 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시기로, 본격적으로 문화 검열이 시작될 것임을 의미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한편 1960년대는 4.19 혁명 이후 통일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게 되었으나, 남한의 공산화를 바라던 북한의 공작과 박정희 정권의 반공 체제가 대립하는 등 실제로는 통일 가능성은 없었을 것이다(현대사를 정확하고 자세히 몰라서 확신조로 쓸 수가 없었다). 관광지대는 말로만 남북통일 얘기가 나오고 실제로는 아무런 진전이 없는 양국의 세태를 비꼰 작품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시의 시대적 특성상 남북문제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만 했기 때문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