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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소공녀(2017) : ‘집’이 갖는 모순적 측면과 영화 속 ‘행복’의 아이러니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네이버 영화)

   2017년 개봉한 전고운 감독의 영화 <소공녀>의 제목은 미국의 소설가인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Frances Hodgson Burnett)1888년에 발표한 소설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원제는 <The Little Princess>이며, 일본에서 <小公女>라고 번역한 제목을 그대로 가져오며 소공녀가 되었다. , 영화의 제목은 작은 공주님이라는 뜻을 지닌다.

   작은 공주님이라는 어여쁜 제목과는 상반되게도, <소공녀>의 주인공 미소는 가족이 없고 이렇다 할 스펙이 없어 가사도우미 일을 전전하며 하루 먹고 살 돈을 버는 빈곤한 인물이다. 영화가 시작되는 시점에서는 난방이 되지 않아 남자친구와 한겨울 밤에 마음 놓고 성관계를 맺지도 못하는 월세 10만 원짜리 단칸방에서 살고 있었으며, 이마저도 월세 값이 오르자 더 이상 돈을 낼 여력이 안 돼 대학 시절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얹혀 사는 신세가 된다. 다만 미소는 이러한 생활에도 자신의 인생을 원망하거나 좌절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만족해한다. ‘미소는 집을 포기한 대신,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취향인 위스키와 담배를 지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소설 <소공녀>의 주인공 세라 역시 하루아침에 부친을 잃고 명문 기숙 여학교 학생에서 하녀로 전락해 허름한 다락방에서 거주하며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하게 되지만, 자신의 기구한 삶을 불행해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정고운 감독은 소설 <소공녀>를 읽어본 적이 없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지만, 어찌됐든 영화 <소공녀>는 소설과 전혀 다른 내용을 가지면서도 은근히 닮은꼴을 띠고 있다.

   다만, 두 작품의 소공녀는 자신의 앞에 닥친 현실을 어떤 방식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보느냐에 대해서 차이점을 보인다. 소설 <소공녀>의 주인공 세라는 스스로를 공주라고 믿으며 이에 걸맞는 품위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다. 과거 부유한 환경에서 공주처럼 자랐던 것은 맞으나, 실제로는 당연하게도 공주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의 학대에 대해 아예 허황된 상상을 하면서 고귀한 자신이 이를 참아주는 것이라는 일종의 정신승리를 하는 것이다. 또한 세라는 소설의 후반부에서 아버지의 친구를 만나 다시 부유해지고 온갖 역경을 제공했던 여학교를 떠나게 된다. 말 그대로 정말 소공녀가 된 것이다.

  이에 반해 영화 <소공녀>미소는 자신이 거지와 다름없는 신세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룻밤 신세를 지기 위해 찾아간 대학 밴드 동아리의 언니에게 독기 어린 타박을 받아도, 돈이 없어서 함께 영화를 보려면 헌혈을 해야만 하는 가난한 연애를 하는 실정에도, 그런 스스로의 삶에 대해 자부심을 가진다. 부모의 친구를 잘 만나 하루아침에 인생 역전을 이룬 세라와는 달리, ‘미소의 경제적 문제가 해결될 여지는 없다. 결국 영화의 종반부에서 미소는 약값을 지불할 돈이 떨어졌는지 머리카락은 완전히 백발이 되어, 휴대 전화 요금도 내지 못해 세간과의 연락 수단이 끊어져 한강 인근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극중에서 비추는 미소의 모습을 보며 여자 거지의 미래에 대해 세속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걱정할지언정, 그녀가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미소와는 달리 집을 가지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고 있고 앞으로도 가정형 행복을 누릴 터인 밴드 동아리의 멤버들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의 삶에 대입해보고, 집과 현실에 얽매여 있는 그들이 오히려 불행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는 감독의 인터뷰를 살펴봄으로써 전고운 감독이 의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2018320일에 진행된 스타뉴스 전형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전 감독은 미소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여성 주인공을 보고 싶었다”, “주인공이 성장하는 영화에 나 스스로 질렸다”, “미소는 내 로망의 결집체다. 완성된 캐릭터다라고 답했다. ‘미소는 감독이 작정하고 만든 매력적인 인물이기에, 경제적으로 불안한 입지임에도 불구하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반면 집이라는 소재는 작가가 부모님 도움을 못 받으면 결혼을 하면 안되나란 생각이 들었다. 월세를 아끼려다보니 다 포기하게 되더라. 사람도 안 만나게 되고라고 인터뷰에서 애기했듯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고민을 많이 했기에, 작중에서 휴식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세간의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 미소의 삶은 속된 말로 꿈도 미래도 없는삶이다. 대학 밴드 동아리 동료들이 봤을 때의 미소는 아직도 담배를 피우고, 위스키를 마시는. 이 두 가지를 위해 집까지 포기한 나이만 먹었지 철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네이버 영화에 <소공녀>를 검색해보면 본 영화의 장르가 멜로/로맨스로 나온다. 보통 멜로드라마가 허구가 많은 파란만장한 줄거리를 드라마틱하게 연출하는 통속극을 가리키고, 자신의 취향을 찾아 집을 포기하고 여행 중인 미소의 모습은 그야말로 허무맹랑하며 파란만장하므로 납득이 되는 장르 분류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로맨스로 분류하자니 애매한 측면이 있다. 물론 영화에서 미소한솔이라는 등장인물과 연애하는 모습이 종종 등장하나, ‘한솔이라는 인물을 미소가 찾아가는 밴드 동아리 멤버들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로 단정 지을 수 있는지에 대해 애매함이 남기 때문이다. 또한 극중에서 한솔미소는 함께 즐거워하고 행복해하지만, 그러면서도 서로 지향하는 삶이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다. ‘한솔은 미래의 가정적 행복을 원하는 인물이며 이를 위해 만화가의 꿈도 포기하고 사우디아라비아로 돈을 벌러 떠나지만, 미소는 안정적인 경제적 여건에서 생활고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삶을 원하지 않는다. 둘은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지만, 이들의 모습에서 로맨스 요소를 느끼기 힘들다. 이런 점에서 로맨스라는 장르의 분류는 어찌 보면 맞는 말이면서도 실은 맞지 않는, 모순된 장르 분류이다.

 

   모순이란 어떤 사실의 앞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본 영화에서는 비단 미소한솔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다른 소재에서도 모순적인 측면이 드러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작가 스스로 인터뷰에서 언급한 이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이란 사람이나 동물이 추위,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을 의미한다. 다만 우리 사회에서 은 단순히 이러한 기능만을 하는 공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모텔, 지하철 지하도와 같이 비바람을 피하고 추위와 더위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을 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흔히 초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가르치는 은 단순히 의식주를 해결하는 장소가 아닌,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 주는 장소이며 육체적으로도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스위스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이 자신의 저서에서 우리는 어떤 공간과 희망이 일치할 때 그것을 집이라고 부른다고 말한 바가 있다시피, 집은 개개인들의 기억과 삶이 쌓이면서 지나간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해주고 미래의 보호되는 삶으로서 가치를 더하게 해준다’.

   은 비단 건물만을 의미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가족’, ‘가정등을 가리키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타지에 나가 고된 일에 치이고 있는 사람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 집으로 돌아갈래!”라고 외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여기에서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은 단순히 해당 인물이 고향에서 살았던 공간이 그리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해당 공간 속에서 함께 살았던 가족 그리고 고향의 가정을 그리워하며 사용한 것일 것이다. 가정은 주거 장소 그리고 동거하고 있는 구성원을 지칭하는 일반적이고 정서적인 용어로 그 자체로 친근함, 아늑함과 같은 긍정적 정서가 함축하는 말이다.결국 집에서 산다는 것은 가정을 이루며 산다, 가족과 함께 생활한다 등을 모두 의미하는 것으로, ‘이라는 말에는 건물, 가정, 가족구성원, 영역 등의 단어가 포함되어 있으며 산다, 살다라는 말에는 생활하다, 생존하다, 살림하다, 일정 위치에 정주하다는 의미를 함께 가지게 된다.

 

 

   이렇게 긍정적인 의미로 범벅돼있는 이라는 공간은 오늘날 사회에서 그 의미가 어느 정도 변질된 측면이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육신과 마음의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을 얻기 위해서 그 심신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짐으로써 주객전도적인 상황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지난 516일에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8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이 내 집을 처음 마련하기 위해서 평균 7년 이상의 세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연구원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186월부터 12월까지 61275가구를 대상으로 개별 면접 조사한 본 내용에 따르면, 자가 가구의 연 소득 대비 주택구입가격 배수(이하 PIR)는 전국 단위에서 5.5배로 나타났다. 풀이해서 이야기하자면, 한 가구가 1년 소득을 모두 저축한다고 가정해도 5.5년은 모아야만 자기 집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수도권으로 한정했을 때에는 더 심각하다. 2018년에 서울 등 수도권 지역 주택의 가격이 급등하며 PIR6.9배로 집계됐다. 쉽게 말해서, 수도권에 집을 장만하기 위해서는 연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7년을 꼬박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2~30대 청년층이 내 집 마련을 하기 위해서 얼마나 걸릴지 생각해보면 상황은 더욱 암울해진다. 지난 521일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583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조사대상 기업의 신입사원 연봉은 평균 2662만원이며, 대기업은 3394만원, 중소기업은 2562만원으로 드러났다. 여기에서 세금까지 떼놓고 생각해보면 중소기업 신입사원의 월급은 더 적어진다.

   <소공녀>의 등장인물인 대용은 이러한 내 집 마련의 고통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 청년의 괴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아파트, 아파트 하고 노래 부르던 아내를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해가며 수도권 지역에 아파트를 마련했다. 그러나 결혼한 지 얼마 안 가 아내는 떠나가 버렸고, 대용은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며 매일 밤을 눈물로 지세우지만 아파트를 처분하지 못하고 매일 아침마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출근길에 나선다. 한 달 이자가 원금 포함 100만원인 대출금을 갚아야하기 때문이다. 작중에서 대용이 밝힌 자신의 급여는 세후 추정 190만원. 결국 대용에게 은 그저 추위와 더위, 비바람을 막아주는 사전적 의미의 요소로만 존재할 뿐, 그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발목을 잡는 사슬로서 작용한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은 경제적 능력이 없는 여성에게 억압의 공간으로서 작용하기도 한다. ‘정현정(이하 현정)’과 그리고 최정미(이하 정미)’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현정이 살고 있는 집은 그의 시부모의 집으로, ‘현정은 이 공간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에게 무시만 당한다. 떡국 간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등 요리에 소질이 없지만, 자신의 아들이 결혼을 해 며느리가 집에 들어옴으로써 수십 년 간의 가사 노동에서 해방된 시어머니는 현정을 도와주려는 의욕을 조금도 드러내지 않는다. ‘현정의 남편은 아내가 갈 곳이 없는 친구를 재워주기 위해 집에 데려오자 자신에게 한 마디 상의 없이 그럴 수 있냐며 사실상 미소가 듣는 앞에서 배우자를 망신 준다. 결국 현정미소와 오랜만에 잠자리를 함께하면서 과거 이야기를 하던 도중 서러움이 복받쳐 눈물을 흘린다. ‘현정에게 이란 전형적인 가부장제의 가족 구성 속에서 자신을 가사노동자로 전락시킨 공간이다.

   부유한 집안에 시집간 정미는 가정부를 고용함으로써 가사노동으로 인한 고통도 받지 않고 미소에게 오랫동안 집에 머무를 수 있게 해주는 등 표면상으로는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나, 실제로는 현정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기반이 자립적이지 않고 의존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인다. 결국 정미가 살고 있는 집은 정미의 집이 아닌 시부모의 집이기 때문에, ‘정미는 시부모와 남편의 눈치를 보며 살아간다. 대학생 시절 밴드 동아리에 소속해 있었으며 술, 담배를 자유롭게 하고 다녔던 것은 아예 없는 일로 치부한다. 이는 정미가 자신의 부유함에 대해 부러움을 갖지 않고 상대방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경제적 측면으로나 내면적 측면으로나 대척점에 있는 미소에게 불편함을 느끼는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결국 심신의 안정을 위해 존재한다고 배워온 , 오늘날 사회에서 주체를 외부세계로부터 보호해주지만, 한편으로는 내부세계가 외부세계보다 위태로워져 사람의 마음을 지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이라는 공간의 모순적인 측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또 이를 공감하는 것과, 미소의 행복을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미소가 추구하고 있는 행복은 본 영화의 영어 제목인 ‘Microhabitat’과 연관지어 볼 수 있다. ‘Microhabitat’미소(微小) 생물의 서식지’, 즉 작은 생물의 서식지를 의미한다. ‘미소 서식지는 국소적이며 하나의 광역 생육지(microhabitat) 내에는 여러 개의 미소 서식지가 있다는 점에서 미소는 최소한의 환경만 충족이 되면 그곳을 머무는 장소로 택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실제로도 영화의 종반부에서 미소는 머리가 백발이 되는 것을 막아주는 약, 휴대 전화, 집 등의 요소들을 모두 포기하고 위스키와 담배라는 조건만 충족하는 삶을 살아가며, 숙박은 한강변에 텐트를 침으로써 해결한 모습을 보인다. 이는 한편으로는 낭만적으로 보이나, 결국은 서울의 거대하고 화려한 공간과 대비되며 미소의 절망적이고 어두운 현실을 보여준다고도 볼 수 있다. 관객들은 다수에게 손가락질 받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미소의 모습에 매력을 느끼나, 그와 같은 삶을 살아갈 엄두는 감히 내지 못한다. 만약 그것이 가능했다면 이라는 공간이 오늘날 사회에서 모순적인 의미를 갖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에서 미소가 추구하는 행복은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다. 이미 대기업에 다니고 있음에도 더 큰 기업에 가기 위해 포도당 주사를 맞아가며 일하는 문영’, 어차피 갈 데가 없지 않느냐며 결혼하자고 이야기하는 록이’, ‘미소를 염치없다고 생각하는 정미는 표면적인 모습에서부터 미소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또 존중해주지도 않는다. ‘현정대용은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으나, ‘에서 고통 받고 있으나 결국 이를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에서 미소와 같은 행복을 추구할 수 없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미소의 삶의 일부나 다름없었던 한솔은 남자친구와 함께라면 무엇을 하든 행복해하는 미소와는 달리 자신들이 놓여있는 상황에 전전긍긍하며 죄의식을 키우고, ‘미소와 행복하게 살기 위해 만화가의 꿈을 접고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난다.

   결국 미소의 행복은 작중에서 시종일관 무시되어 왔다. 전고운 감독 또한 <소공녀>에 대해 현실적인 영화를 좋아하다가 이제는 많이 지쳐서 좀 다르게 찍어보고 싶었다미소가 판타지적인 인물임에 동의한다. 결국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미소의 행복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비중 있게 다룬 감독에게조차 현실성 없다고 평가받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소공녀>는 청년 난민인 주인공 미소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주거 장소를 포기한다는 파격적인 설정을 함으로써 진정으로 행복한 삶과 불행한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끔 만든다. 또한 미소가 대학생 시절 밴드 동아리 친구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문영’, ‘현정’, ‘대용’, ‘록이’, ‘정미’)의 모습을,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미소의 시선으로 가감 없이 보여줌으로써 현대 사회에서의 이 갖는 모순을 연출한다.

   그러나 미소가 추구하는 행복은 결국 오늘날 현대인이 추구하기 어려운 것이며, 감독 또한 주변인들의 시선을 통해 교조적 태도로 미소의 행복을 보여줘 행복에 대한 모순을 연출함으로써 아이러니함을 느끼게끔 한다.

   <소공녀>는 일관적인 관점을 취하지 않기 때문에 단 하나의 주제로 수렴되지 않는다. 결국 미소와 같은 행복의 추구 외에도, 안정적인 삶을 택함으로써 얻는 행복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미소와 같이 행복을 추구한다고 해도, 이를 한심하게 바라보기보다는 삶을 살아가는 방식의 한 종류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태도를 취해야만 할 것이다. 적어도 미소가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에게 대했던 것만큼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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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인용

- 알랭 드 보통, 행복의 건축, 정목 역, 청미래, 2011

- 김예지, 집의 양면적 의미와 상징의 시각화, 홍익대 석사학위논문, 2017

- 김창수, 한국 근시에 나타난 집 이미지 연구, 고려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1

- 안옥희 , 주거학의 이해, 기문당, 1998

- 아카데미서적편집부, 아카데미 생명과학사전, 아카데미서적, 2003

- 한귀은, 청년의 장소 찾기에 관한 알레고리 희비극 영화 <소공녀>, 국어국문학186, 2019. 441~4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