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37

후기/맛집
코시롱 돈까스

사당역 6번 출구에서 나와 앞으로 쭈욱 걸어가면 나오는 돈까스 전문점, 코시롱 돈까스. 오픈 시간이 빠르지는 않은 편이다. 사당역 근처에서 밥 먹는 사람들이 대부분 직장인일 테니 이해는 간다. 테이블 위에 물티슈까지 비치해두는 식당은 처음이었다. 꽤나 인상적이었다. 제주도산 생 돼지고기를 사용한다고 한다. 가게 앞 간판에서는 그런 내용이 없었는데 자신들의 돈까스 요리에 대한 자신감인 것일지? 메뉴가 꽤나 많다. 지난 호시라멘 때의 뼈아픈 경험을 교훈 삼아 가장 기본 메뉴를 주문하기로 했다. 약 10분 정도 기다리자 나온 등심 돈가스. 고기가 굉장히 크다. 물론 가격을 생각하면 당연한 크기이다. 이 브로콜리 절임처럼 생긴 것은 시금치 페스토라고 한다. 시금치 페스토를 얹어주는 돈까스 집은 처음 봐서 상당시..

후기/맛집
리아 미라클 버거 : 대체육 미경험자에게 추천

지난 2월 13일부터 롯데리아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리아 미라클 버거'. 국내 거대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맥도날드, 버거킹, 롯데리아 등) 중에서 유일한 비건 메뉴이다. 원래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그린포스트코리아에 올라오는 [비건 한입] 시리즈를 보고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사먹었다. 쿼터뷰에서 찰칵, 그리고 사이드뷰에서 찰칵... '엥? 왜 소스가 하나도 없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소스는 모두 어니언링 안에 들어 있어서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입 안에 스며든다. 굉장히 재미있는 햄버거였다. 개인적으로 식물성 패티가 맛과 질감이 심심하다는 얘기를 익히 전해들었기 때문에 이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지 상당히 궁금했다. 그런데 심심한 질감은 패티 바로 위의 어니언링으로, 맛은 불고기 소스(얘도 식..

후기/맛집
호시라멘

사당역 11번 출구에서 나와 조금 걸어가면 나오는 타칭 라멘 맛집, '호시라멘'. 가게가 상당히 작았는데, 정말 이름난 맛집인 것인지 12시 즈음부터 입구 앞에 줄이 생겼다. 가게의 메뉴는 총 세 가지였다. 그냥 돈코츠 라멘, 매운 돈코츠 라멘(매운 정도를 삼단계로 조절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고기 덮밥. 아마도 회전률을 높이기 위해 메뉴를 최소화한 듯했다. 맵지 않은 돈코츠 라멘의 경우 맛 없는 집에서 먹으면 매우 불만족스러운 한 끼가 된다. 반면 매운 돈코츠 라멘은 어느 집에서 먹든 평타 정도는 친다. 그래서 보통 정도로 매운 돈코츠 라멘을 주문했다. 매운 돈코츠 라멘은 (당연히) 맛없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곳을 콕 집어 찾아올 정도도 아니었다. 그런데 함께 와서 보통 돈코츠 라멘을 드셨던..

후기/책
제 인생에 답이 없어요(2019)

작년 여름부터 선바의 영상을 챙겨보기 시작했다. 주니어 네이버 게임을 플레이하는 스트리머가 있다길래 흥미가 생겨 찾아봤는데, 그때부터 푹 빠져서 심심하면 유튜브에 선바를 검색하는 순돌이가 되었다. 이미 야구에 인생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에 생방송까지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스트리머가 직접 썼다는 책을 살 정도로는 좋아했다. 개인적으로 표지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디자인은 둘째치고 '희망으로 2행시? 희희, 망했다'라는 문구가 정말 구매 욕구를 떨어트렸다. 마치 선바의 유튜브 채널 같았다. 선바가 주니어 네이버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에도 유튜브에서 그의 영상이 추천 영상으로 뜬 적이 있었지만, 마치 화난 피망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 담겨있는 썸네일에 화들짝 놀라 몇 번이고 지나쳤다. 이 책도 그렇다. 순돌..

후기/맛집
논현로 우식당 우마이

그저께 새벽에 친구랑 화상통화를 하며 트위터를 보던 도중 카레깎는노인(@karekakno)이라는 카레집 사장님의 트윗을 보았고, 저 카레 참 맛있어보이지 않냐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오늘 점심에 먹으러 가기로 하였다. 그리고 방금 다녀왔다. 가게는 역삼역 2번출구(파이낸스 센터 빌딩쪽)로 나와 3블럭정도 직진한 후, 골목으로 들어가 걷다 보면 나온다. 10시 30분 즈음에 도착했을 때에도 이미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고, 가게가 오픈할 때에는 모든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줄이 길어져 있었다. 카레는 미세하게 맵다. 고기 한가운데에 반숙이 올려져 있어 '고기도 많은데 거기에 또 계란을을?' 싶었는데 노른자를 터뜨려 훌훌 저어 먹으니 매콤함에 담백함이 더해져서 맛있었다. 앞으로 카레를 해먹을 때 나도..

후기/단막극
이하륜, 의복(1974)

작가 이하륜 씨는 많은 활동을 하지 않으신 것인지, 검색을 해봐도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 또한 본 작품이 발표된 1974년은 새마을 운동이 한창 진행중인 때였는데, 이것이 본 작품과 큰 연관이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작가의 세계관이나 발표 연도 따위는 본 작품의 특징으로 들기 어려워 보이므로, 작품의 내적 요소에 대해 주목하자. 우선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무대 장치와 소품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본 작품을연극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원형 회전 의자와 회전하는 원형 무대, 그리고 별빛이나 해빛을 연상시킬 조명 장치와 안개를 만들 장치, 마지막으로 수많은 특수 의상들이 필요하다. 의상은 둘째 치더라도, 회전 가능한 원형 무대와 조명 장치 등은 단막극 같은 조촐한 연극에서 재현하기란 은근히 까..

후기/단막극
이강백, 「결혼」(1973)

「결혼」의 작가인 이강백씨는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다섯』이 당선된 이후 평생을 전업극작가로 활동하며 희곡계에 몸담고 계신 분이다. 이강백 작가의 작품들은 대게 우의적 기법으로 일관되며, 이로써 현실의 정치논리에 초점을 맞추고 그 생리와 작동원리를 드러내거나 물질적 현란함과 가시적인 것들을 비판하고 진실이나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을 다루는데, 「결혼」은 후자로 분류된다. 「결혼」은 1074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이강백은 1970년대 작품에서 눈으로 확인이 불가한 권력에 의해 개인들의 생활 전반이 지배당하는 구조를 드러냄으로써 지배권력의 구조와 생리를 비판했으나, 이는 「결혼」과는 상관 없는 이야기이다. 「결혼」의 특징으로 들 점은, 작가 노트에 적혀있는 본 작품의 무대 설정이다. 작가..

후기/단막극
윤조병 - 건널목 삽화(1970)

작가 윤조병 씨는 대표적인 사실주의 작가로, 일상적 삶 속에 내재한 과거의 시간이 오늘의 현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그려내는 것이 특기였다. 하지만 이러한 점이 부각되며 능력을 본격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1981년에 「농노」를 발표하면서부터로, 「건널목 삽화」를 발표한 1970년대에는 사실주의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작품을 써냈다. 그러나 이는 '초기작에는 개인의 역사적 삶에 대한 관심이 보이지 않았음'을 의미한다는 것이 아니다. 과거 작가의 인터뷰에 따르면 「건널목 삽화」는 남북전쟁의 페혜를 베이스로 한 희곡이다. 때문에 당시의 전쟁 후유증을 앓았을 서민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읽을 수 있다. 정신을 차리고 읽지 않으면 얼핏 부조리극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철도원'과 '사나이'의 대화가 매력적인 ..

후기/단막극
윤대성 - 출발(1967)

작가 윤대성 씨는 1939년 만주 목단강 주변에서 장남으로 태어나 해방 후 서울로 월남하였고, 연세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1962년에 개설된 드라마 센터 아카데미에 입학한다. 이후 한일은행에 취업했다가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전업 극작가가 되는데, 이 때 당선된 작품이 바로 『출발」이다. 이 작품은 1967년에 발표된 것으로, 작가는 불과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이러한 파란만장한 생애를 보낸 것이다. 윤대성 씨는 수십 년에 걸쳐 활동을 하는 동안 다양한 주제의식이 담긴 작품들을 발표하였는데, 이 중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의 작품들은 다양한 연극 양식들을 활용하여 사회 전반의 문제의식을 날카롭게 드러낸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출발은 이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대에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후기/단막극
오영진 - 정직한 사기한(1949)

작가인 오영진 씨는 해방 전에는 국산품 장려운동을 벌이던 아버지와 함께 민족운동을 하였으며, 해방 후에는 공산주의 사상에 호의를 가졌다가 공산당의 행보에 좌절감을 느끼고 왈남하였다. 그렇기에, 그의 희곡에서 드러나는 자본주의 체제 남한의 사회상에 대한 비판은 '북한이 답없음에도 불구하고' 남한도 어지간한 노답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신뢰가는 증언이 간다. 본 작품이 처음 발표된 시기는 1949년. 작가는 제 1회 남녀 대학 연극 대회에 참가해 시공관에서 본 작품을 초연하기 약 1년 전에 북한이 파견한 것으로 보이는 인물에게 총격을 받았다고 알려져있다. 북한의 체제에 실망해 월남하였으며 이 행위로 보복을 당한 것일지도 모르는 인물. 이러한 사람이 남한으로 넘어와, '갓 한국에 온 사람'의 시선에서 담아낸 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