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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소프트웨어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 3차 CBT 후기 - 정말 '리마스터'가 아니라 '후속작'?

  '카트라이더'.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당연하다는 듯 한 번씩은 해봤을 국민 게임이며, 넥슨 게임에 부정적인 게이머도 게임 취향이 안 맞는 친구들과 PC방에 가면 한 판씩은 하게 되는 현역 게임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온라인 게임들이 대부분 서비스 종료했거나 완전한 '고인물 게임'이 된 것을 생각하면, 오늘날까지도 유입 유저가 존재하는 카트라이더의 모습은 상당히 놀랍습니다.

 

 

좌측이 PC 버전 카트라이더, 우측이 모바일 버전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 솔직히 PC 카트 그래픽 답 없다..

  하지만 결국 20주년을 바라보는 고전 온라인 게임이라는 한계는 그래픽 면에서나 유저풀 면에서나 명백합니다. 2003년에 출시한 메이플스토리는 2D 도트 게임이기 때문에 그래픽 면에서 아직 경쟁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카트라이더의 육각형 동그라미 3D 그래픽은 더 이상 신규 유저를 끌어들일 수 없는 수준입니다. 메이플스토리와 서든어택이 그랬듯 카트라이더에게도 '후속작'이라는 모험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개발중인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는 상당히 공들여 만들고 있는 듯합니다. 다이렉트 9로 개발하기 시작한 게임을 끝끝내 다이렉트 11로 바꾸지 않아서 유저들의 복장을 터뜨리던 그 넥슨이, PC를 넘어 엑스박스와 플레이 스테이션까지 플랫폼을 확장하려 합니다. 개발 과정의 공유 또한 그 어느 게임을 개발할 때보다 투명하고 활발합니다. 카트라이더의 후속작까지 실패한다면 돌이킬 수 없음을 자각하는 듯합니다. 

 

  2년 전에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의 1차 CBT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메이플스토리2의 재림이라 확신했던 게임이 얼마나 변화했을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CBT에 참여했습니다.

 

 

■ 산뜻하고 가벼운 리마스터

다른 온라인 FPS 게임 대신 할 이유를 느낄 수 없었던 그래픽의 서든어택2, 답 없는 그래픽 갖고 i5&8GB RAM&GTX 1060을 요구하는 메이플2.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는 개발이 시작됐다고 알려진 지 5년 이상이 지난 게임입니다. 그러니 예정되어 있는 대로 2022년에 출시한다 한들 사실상 5년이 지난 게임을 이제서야 출시하는 셈이며, 만약 기간이 더 늦어진다고 한다면 '6년차 신규 게임'으로서 출시하는 셈입니다.

  이렇게 '개발 기간이 오래된' '3D' '온라인' 게임의 경우 그래픽 면에서 좋은 평을 듣기 어렵습니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그래픽으로 욕을 먹을 수도 있고, 게임 엔진이 오래돼 '이 그래픽으로도 이 정도 최적화냐'라며 비난 받을 수 있습니다. 당장 넥슨 게임만 하더라도 서든어택2(2012년 개발 시작, 2016년 서비스)가 개발비 값을 못하는 그래픽으로 무수한 비난을 받았고, 메이플스토리2(2009년 개발 시작, 2015년 서비스) 또한 캐주얼한 그래픽임에도 최적화를 잡지 못했습니다.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는 다행히 그래픽과 최적화 면에서 메이플스토리2와 서든어택2를 따라가지 않았습니다. 성인 게이머들에게는 과거 즐겨 달렸던 트랙이 이렇게 바뀌었다는 감동을 느끼게 해주고, 어린 게이머들에게도 크게 거슬리지 않는 부드럽고 캐주얼한 그래픽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최적화도 좋은 편입니다. 콘솔 기준으로 쾌적한 플레이를 할 수 있었고 PC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최적화만큼은 공들인 티가 난다'라는 평입니다.

  개인적으로는 13000루찌 모아 세이버 G3을 구매하고 기뻐하던 시절부터 카트라이더를 플레이했던 만큼, 코흘리개 친구들과 PC방에서 삼삼오오 모여 했던 게임의 그래픽과 사운드가 이렇게 훌륭해져서 돌아왔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습니다.

  어린이로서, 그리고 청소년으로서 2020년대를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이 오늘날의 성인 게이머와 같은 추억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가 성공적인 세대 교체를 이끌어야만 합니다. 게임의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그래픽 및 최적화 면에서는 합격점입니다. 그렇다면 세부적인 면은 어떨까요?

 

 

■ 아이템전 적응 확실히 돕는 라이센스 퀘스트! ...그런데 스피드전은?

 

  라이센스 퀘스트의 내용물이 상당히 알찼습니다. 카트라이더와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 모두 초기에 따는 라이센스의 경우 수행 과제의 내용이 '어느 아이템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아보자!', '드리프트는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할 수 있을까?!' 정도에 그칩니다. 하지만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는 루키 라이센스부터 어느 정도 숙련된 조작을 요구합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입니다.

 

 

물풍선 조작 퀘스트의 경우 타이밍에 맞춰 물풍선을 던져, 무작위로 도로를 달리는 더미를 최대한 많이 맞춰야 한다.

 

 

미사일 퀘스트는 트랙을 달리고 있는 상태에서 세 개의 더미를 순서대로 격추해야 한다.최고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신속한 컨트롤을 요구하기 때문에 은근 어렵다.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도 정확한 타이밍에 쉴드를 사용해야 하는 퀘스트.

 

 

해외 게이머 입장에서 굳이 마리오 카트를 두고 카트라이더의 아이템전을 플레이할 이유가 있을까?

  유저들이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만의 아이템전을 150% 즐길 수 있도록 심도 높은 라이센스 컨텐츠까지 준비해놓은 것은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아이템전 컨텐츠에만 집중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는 엄연히 글로벌 런칭을 노리고 있는 게임입니다. 콘솔 유저가 많은 해외 게이머들의 환경까지 생각해 멀티 플랫폼(PC·PS4·엑스박스 시리즈 원) 출시라는 강수까지 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철저한 준비를 해놓고, 정작 카트라이더만의 킬러 컨텐츠인 스피트전을 앞세우는 대신 아이템전만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마리오 카트를 경험한 해외 게이머들이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의 아이템전에서 차별성을 느낄 수 있을까요? 마리오 카트에게 찢겨진 수많은 캐쥬얼 레이싱 게임들과는 다르다는 자신감을 어떤 부분에서 느꼈는지, 개인적으로는 헤아리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루키 라이센스 따서 스피드전 컨텐츠 열린 이후로는 아이템전 한 판도 안 했습니다.

 

 

  기존의 카트라이더 유저들 사이에서 스피드전에 대한 불만이 많습니다. 아이템전과는 달리 루키 라이센스를 취득해야만 컨텐츠가 열리며, 막상 어렵게 라이센스를 얻어서 플레이했더니 전작만큼의 속도감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PC판 카트라이더를 즐겨했던 유저든, 모바일 게임인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를 플레이했던 사람이든 공감할 만한 지적입니다.

  3차 CBT 기준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에서 부스트를 사용했을 때의 최고 속도는 240km 내외였는데, 이는 PC 카트와 모바일 카트에서 최신 카트를 탔을 때보다 50km 정도 느린 수치였습니다. 이러한 문제 때문인지 스피드전의 경우 CBT 3일차부터 좀처럼 매칭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평균 1~3분은 기다려야 게임이 시작됐고, 그마저도 유저들의 닉네임을 보면 봇이나 외국인이 많아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의 스피드전을 처음 접하는 해외 유저들을 의식해 속도감을 어느 정도 희생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한국 게이머에게야 카트라이더가 10년 이상을 함께해온 친숙한 게임이지만, 해외 게이머에게는 처음 접해보는 게임일 테니까요. PS4나 엑스박스 시리즈 원으로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게임 환경 또한 고려했을 듯합니다.

 

 

■ 정말 리마스터가 아니고 후속작?

메이플스토리2는 전작과의 차별성이라도 갖췄지,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는 그 게임만의 매력이 무엇일까요?

  메이플스토리2와 서든어택2는 각각 2015년과 2016년을 수놓은 '망겜'이었습니다. 두 게임은 모두 넥슨이 과거와 같은 게임 개발력을 갖고 있지 못함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게이머들의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그런데 서든어택2는 빠르게 서비스를 종료한 반면, 메이플스토리2는 (처참한 동접수를 자랑하지만) 오늘날까지 서비스 중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서든어택2는 전작과의 차별성이 전혀 없었습니다. 뭐라고 구구절절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서든어택과 차이가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서든어택을 플레이하던 게이머들 입장에서는 기존 게임에 쏟아부었던 수천 시간을 버리고, 그래픽만 달라졌지 그 외 모든 것이 나빠진 게임으로 넘어갈 이유가 없었습니다. 결국 출시한 순간부터 '코어 게이머'라는 산소호흡기조차 낄 수 없는 게임이었던 것입니다.

  반면 메이플스토리2는 '메이플스토리'라는 이름만 가져왔을 뿐, 전작과의 공통점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전혀 다른 게임입니다. 오픈 직후 메이플1을 플레이하던 유저들도 어느 정도 넘어왔겠지만, 메이플2만의 매력이 있었기에 유저층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동접자가 100명은 넘는지 궁금한 지경까지 와버린 오늘날까지도 유효합니다. 접을 사람은 전부 접었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은 아직까지 '메이플2의 대체재를 찾지 못해서' 똥겜에 묶여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의 후속작에 있어 '전작에 없는 그 게임만의 매력'이란 이렇게 중요합니다.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에는 카트라이더를 접고 붙들게끔 할 고유한 매력이 없었습니다. 서든어택2와 마찬가지로 그래픽만 리마스터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래픽이 리마스터 됐고 스피드전은 전작보다 재미가 없습니다. 제가 카트 고인물이었더라도 CBT 하루 깔짝이고 다시 카트 켰을 겁니다.

 

 

■ 결론

  카트라이더는 오픈한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오래된 온라인 게임이지만, 그럼에도 오늘날까지 매니아층이 있습니다. 카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봄에 서비스를 시작한 카트라이더 러쉬 플러스는 모바일 게임스러운 운영으로 라이트 게이머가 전부 떨어져 나갔으나, 여전히 붙잡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바일 레이싱 게임 중에서 카러플을 대체할 캐주얼 레이싱 게임이 없기 때문입니다.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는 국내 게이머든 해외 게이머든 붙잡고 있을 이유가 없는 게임입니다. 한국 유저들에게는 카트를 접게 만들 매력이 없습니다. 3차 CBT에서는 스피드전보다 아이템전에 비중을 싣는 모습이었는데, 마리오 카트 대신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의 아이템전을 플레이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예정대로라면 내년에 출시 예정인 게임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전작의 게이머들과 해외 게이머를 모두 붙잡는 반전을 이뤄낼지 궁금합니다. 


리뷰를 다른 커뮤니티에도 올렸는데 다음과 같은 의견이 달려서 함께 올립니다.

 

개인적으로 후속작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후속작만의 장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위와 같이 적었는데

 

'달라진 것이 없으면서도 라이트 유저들에게 친화적으로 변한 게임성'이 어필 요소라는 말도 납득이 갑니다

 

메이플스토리2의 실패가 가슴 아팠던 게이머로서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가 대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