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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책
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 (2021)

책 제목만 보고 오늘날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차별이 정치가 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혐오와 차별이 '어떻게' 정치가 되는지 설명해주는 책은 아니다. 극우 성향의 정치인들이 혐오와 차별을 정치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려버린 뒤 그들의 역사에 대해 기술하는 책이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책을 덮은 뒤 아무리 생각해봐도 번역하는 과정에서 제목을 자극적으로 바꿨을 것 같아 찾아보니, 원제는 한역판과 전혀 다른 였다. 일련의 배신감을 느꼈다. 물론 내가 제목만 보고 호기심이 들어 책을 주문하기는 했고 또 내용 또한 정치에 대해 다루는 서적 치고 딱딱하지 않아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가십거리 소비형 유튜브 채널식 제목 짓기가 아닌가. 자극적인 소..

후기/책
우리야구 2021년 3월+4월호 (제6호)

SNS 지인에게 운 좋게 우리야구 제6호를 받았다. 지난 과월호를 상당히 재밌게 읽었기에 이번 잡지도 은근히 기대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유익한 내용으로 꽉 차 있었다. 혼자 밑줄 치고 공책에 감상문을 쓰는 데 그치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블로그에도 인상 깊었던 구절과 느꼈던 생각을 끄적여본다. ■ 김광영 천안북중 야구부 감독 "삼진 먹어! 초구부터 쳐! 볼 쳐도 돼!" 아마야구에서 알류미늄 배트가 아닌 나무 배트를 사용하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부터, 괴물 신인이 쏟아져나오기 전인 2010년대 중반까지.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좀처럼 '거포 신인'이 등장하지 않았다. 특히 2010년대 초반에는 배영섭(2011년, 홈런 2개)부터 시작해서 서건창(2012년, 1홈런)을 거쳐 박민우(2014년, 1홈런)까지, 교..

스포츠/야구
21.04.15 고척 LG - 키움전 직관 후기

마지막으로 고척 스카이돔을 찾았던 것은 작년 1월이었다. 운 좋게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엿볼 기회를 얻었고, 2019시즌 중반 부상으로 아쉽게 이탈했지만 훈련 기간동안 여전히 회전수가 높게 나오는 안우진과 화면에서 느끼지 못했던 리더쉽의 이지영을 보며 다가오는 봄을 기대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겨울이 지나가면 종식될 줄 알았던 코로나19는 상상 이상으로 질기게 우리의 일상을 물고 늘어졌다. KBO리그의 개막은 5월이나 되어서야 이루어졌고, 선수들뿐인 야구장에 관중들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그 사이에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 야구 관람은커녕 야구장에 갈 수도 없게 되었다. 그러니 '야구를 보러' 야구장에 찾아가는 것은 사실상 1년 반만의 일이었다. 이전에는 자주 찾아갔기에 그 미묘한..

후기/책
무진기행 외 9편 (김승옥)

김승옥은 1960년대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소설들은 6·25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지 못한 상황에서 급진적인 산업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과도기의 대한민국을, 당시의 서울이 얼마나 혼란스러운 도시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김승옥의 소설에는 가식이 없다. 김승옥의 소설 속 주인공은 그저 주된 서술자일 뿐, 작품 속 ‘주인공’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우리와 같이 소시민으로서 하루하루를 근근히 살아갈 뿐이다. 불가항력의 시련 앞에서 좌절하고 권력에는 굴복하는 유약한 인물이다. 그럼으로써 김승옥의 소설은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그 무엇보다 사실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김승옥 특유의 만연하는 듯한 문체는 그가 말하고 싶은 바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 누구도 주변인에게 관심 가지지 않는..

후기
소공녀(2017) : ‘집’이 갖는 모순적 측면과 영화 속 ‘행복’의 아이러니

2017년 개봉한 전고운 감독의 영화 의 제목은 미국의 소설가인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Frances Hodgson Burnett)이 1888년에 발표한 소설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원제는 이며, 일본에서 라고 번역한 제목을 그대로 가져오며 소공녀가 되었다. 즉, 영화의 제목은 작은 공주님이라는 뜻을 지닌다. 작은 공주님이라는 어여쁜 제목과는 상반되게도, 의 주인공 ‘미소’는 가족이 없고 이렇다 할 스펙이 없어 가사도우미 일을 전전하며 하루 먹고 살 돈을 버는 빈곤한 인물이다. 영화가 시작되는 시점에서는 난방이 되지 않아 남자친구와 한겨울 밤에 마음 놓고 성관계를 맺지도 못하는 월세 10만 원짜리 단칸방에서 살고 있었으며, 이마저도 월세 값이 오르자 더 이상 돈을 낼 여력이 안 돼 대학 시절 친구..

시사노트
4·15 총선 전남 지역 선거보도 단상

예비후보자 등록기간 : 보도자료가 많아야 산다! 예비후보자 등록기간이었던 12월 17일부터 각 정당에서 본격적인 경선이 이루어진 3월 이전까지는, 대다수의 후보들이 지역 인터넷 언론사에 지역 인터넷 언론사에 될 수 있는 한 많은 양의 보도자료를 보냈다. 주로 일찍부터 예비후보자에 등록하는 이들은 정당 내에서의 경선을 거쳐야하므로, 인지도가 낮은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형성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12월 중순부터 2월까지 에 올라왔던 선거보도는 이러한 모습을 정확히 드러낸다. 전남 목포시에 예비후보자 등록을 했던 김원이의 경우 후보자 등록 이전까지 총 23건의 보도가 올라왔으며, 동일기간 광주 광산을의 민형배는 총 50건의 보도가 있었다. 예비후보자의 공약 발표나 유세에 대한 보도가 ..

게임/아마추어 칼럼
게이머즈의 청춘은 이대로 지나가나?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뭔가에 대해 보고 듣고 느낀 바가 있으면 이에 대해 바로 글로써 표현하는 편이다. 지난 몇 년간은 프로야구가 그 대상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정규시즌 개막은커녕 타 팀과의 연습경기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 자연스레 제2의 취미였던 게임을 많이 소비하게 됐다. 책장에 꽂아놓고 플레이하지 않았던 게임에 대한 감상 글, 그리고 사람들이 굳이 패키지 게임을 고집하는 심리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인기를 끄는 이유 등에 대한 글을 썼다. 기껏 시간을 들여 글을 썼는데 혼자 간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중세게임 마이너 갤러리에도 올렸다. 국내 최대의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 중 하나이니만큼 많은 유저들이 관심을 가져줬고, 다양한 댓글이 달렸다. 게시글이 많아지다 보니 비슷한 댓글이..

후기/맛집
계탄언니 : 닭갈비, 막국수, 그리고 와인.

지난 금요일은 아마도 앞으로 몇 년간 사당역에 들르는 마지막 날이 될 터였다. 이런 날에 허접한 곳에서 끼니를 해결하기는 조금 그렇고 전에 갔던 맛집도 약간 아쉬워서 고민하던 찰나,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던 분이 "막국수를 잘하는" 닭갈비집에 간다고 하시길래 따라갔다. 개인적으로 국수를 잘 마는 집은 고기도 맛있다는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당역 5번 출구에서 나와 곧바로 걸어가면 홍콩반점이 나오는데, 그 건물의 지하 1층에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홍콩반점도 지하 1층에 있어서 계탄언니를 찾아갔다가 홍콩반점으로 갈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같이 갔던 분들이 이곳 홍콩반점은 유난히 맛이 없다고 하던데 실제로 가보지 않아서 뭐라 평가는 못 하겠다. 입구 앞에서 찰칵. '계탄언니'는 고급스럽게 먹는 닭갈비..

후기/맛집
이수역 버거 307 : Burger like Young-sam

어젯밤에 블로그 서로이웃님께서 버거 307에도 가봤냐고 댓글을 달아주셨다. 찾아보니까 키움 히어로즈 윤영삼 선수 어머님이 운영하는 가게이길래 오늘 점심에 다녀왔다. 상당히 애매한 곳에 가게가 있다. 사당역에서부터 걸어가자니 멀고, 그렇다고 지하철을 타기에는 가까운 거리이다. 오늘은 그냥 지하철을 탔는데 전철 기다리는 시간+이수역 나오는 시간+걸어가는 시간까지 합쳐서 사당역에서 걸어가는 것보다 더 오래 걸렸다. 사당역 근처에서 출발한다면 그냥 걸어가시라. 가게 외관.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사진만 올리는 것을 보고 '헉 완전 번화가 중심에 있는 가게인가봐'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윤영삼선수네 가게가 있는 건물과 그 앞 아파트만 휘황찬란하고 그 주변은 매우 한산했다. 산책하기 좋을듯 가게 내부. 마찬가..